이태원 사고 수습이 尹지지율 ‘스모킹건’ 될 것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 임기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초대형 이슈가 매번 터지고 있다.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코로나19 국면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강도 높은 긴축을 결정하면서 각국의 경제 상황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내년 세계경제와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안보와 세계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사이 윤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는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北 도발'·'李 수사'로 윤 대통령 지지율 다소 회복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내 정치는 여야 간 대결 구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고, 대통령선거에서 경쟁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제1당의 수장이 되면서 '윤명 대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성남FC 축구단 후원금 혐의로 기소되었고, 그의 최측근인 김용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구속되었다.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의 평화 우선 정책에서 '단호한 대응'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무력 시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충격적인 '이태원 참사'가 일파만파 영향을 줄 초대형 이슈로 등장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서울의 한복판 용산 이태원으로 몰려든 인파는 어느 누구도 위험을 통제하거나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태원 참사와 이재명 수사를 비롯해 수많은 이슈 속에서 대통령 지지율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갖가지 이슈가 이어지는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그래도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시작 무렵 50%가 조금 넘는 지지율에서 출발했다. 임기 초를 제외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6월말과 7월초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관련 파장이 윤 대통령 지지율에 큰 타격을 줬다. 7월말에는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만 5세 취학 연령' 학제 개편안 발표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저격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8월2~4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24%로 곤두박질쳤다. 9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과 유엔·미국·캐나다 방문 이후 비속어 논란을 겪으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번 더 바닥을 쳤다. 그렇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회복 국면이다. 10월25~27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30%로 올라왔고 부정평가는 62%로 낮아졌다(그림①). 지지율이 워낙 많이 내려간 데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안보 보수 핵심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결집한 다른 배경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꼽을 수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로 인해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보기는 힘들더라도 윤석열 후보로 정권교체를 원했던 핵심 지지층은 임기 이후 뚜렷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거나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지 못하는 국정운영에 실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다 최측근까지 수사를 받거나 체포 또는 구속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 측근 수사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의 의뢰를 받아 10월29~3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 본격적으로 검경 수사를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불법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라는 의견이 50.9%로 나타났고, '야당 탄압을 위한 표적 수사'라는 응답은 41.1%로 나왔다. 주목할 응답층은 향후 윤 대통령이 지지층으로 흡수해야 할 MZ세대와 중도층인데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까지 포함해 '불법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라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그림②). 즉 이 대표 관련 검찰 수사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손해 볼 장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수사에서 더 구체적으로 혐의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긍정적이다.
이태원 참사 영향, 윤 대통령 부정 비율 76%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단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이태원 참사는 어떤 변수가 될까. 역대 대통령들은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나름 긴급 대응을 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해 훼리호 참사,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 개각에 가까운 전면 내각 교체를 단행할 정도로 국면 전환에 힘을 기울였다.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서였다. 무려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악재다. 특히 경찰의 112 대응 잘못이 사고 대처의 중대 과실로 지적되고 있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민심 이반 발언으로 국민 여론은 싸늘해졌다.
이태원 참사와 윤 대통령을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분석해 보았다(그림③). 이태원 참사는 '참사'가 가장 비중 있는 감성 연관어로 등장했고 그 외에 '돈들이다' '책임전가' '비극' '침변' '우려하다' 등 대체적으로 추모 성격의 연관어가 나왔다. '윤석열'에 대한 감성 연관어로 '참사'가 가장 비중 있는 연관어로 나왔고 '의심하다' '능력있다' '경고하다' '안전' '믿음생기다' 등과 연결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긍정과 부정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도 분석했는데 이태원 참사는 긍정과 부정이 각각 21%, 55%였고 윤석열 대통령은 긍정이 21%, 부정이 76%로 나타났다. 그만큼 이태원 참사 대응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미국의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 울릉도를 향해 세 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동해상으로 세 발이지만 서해상까지 포함하면 20여 발이나 된다. 북한의 미사일 등 군사 무기를 통한 도발이 계속된다면 윤 대통령의 보수 안보 지지층들은 결집하고 지지율은 조금 더 올라갈 디딤돌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더 확대된 상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습과 책임 규명 그리고 상응 조치가 연말 국정수행 평가의 '스모킹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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