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미국 물가 이제는 잡힐까…'5연속 자이언트 스텝’ 분수령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 들어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중단을 생각하기는 시기상조”,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것이다” 등 강경한 매파 입장을 쏟아내며, 일각의 ‘피벗(방향 전환)’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이틀 간 미국 나스닥 지수가 5% 넘게 떨어지는 등 미 증시가 휘청였다. 미국 금융당국의 ‘돈 줄 죄는 의지’가 아직 꺾이지 않았음이 명확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다음달에 ‘5번째 자이언트 스텝’이 나올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5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다음주 목요일(10일) 발표되는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 연준이 시장의 위축을 감수하면서도 계속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2일 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그 배경으로 “인플레이션이 여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9월 미국 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8.2%였다. 10월 CPI 상승률이 다음달 연준의 금리 인상 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0월 美소비자물가 시장예상(8%)보다 높을까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10월 미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0%다. 9월(8.2%)보다 전년대비 상승률이 다소 둔화된다는 것이다. 실제 발표될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 내달 열리는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한 번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 스텝’이 아니라 ‘자이언트 스텝’이 또 다시 나올 수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도 자금 유출을 피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따라 올릴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다음달부터는 미 연준이 빅 스텝으로 감속할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12월 0.5%포인트, 1월 0.25%포인트를 인상한 후 연준이 멈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감속 시점에 대해 여지를 뒀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르면 (12월에 열리는) 다음 FOMC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내년 1월 예정인) 그다음 FOMC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키움증권은 “현재 미국의 물가는 특정 품목에 한정되기 보다는 광범위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쉽게 꺾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美 공화당 중간선거 이기면 인플레감축법 손질 가능성
다음주 화요일인 8일엔 미국 중간선거가 열린다. 관전 포인트는 현재 민주당이 쥔 의회 주도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갈 경우, 최근 국내 자동차·배터리 산업계를 강타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구체적인 내용이 바뀔 수 있을지 여부다. IRA법은 미국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골자로,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IRA법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미국 현지화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특히 이 선거 이후 IRA 에 대한 유예기간이 따로 부여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IRA는 현재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지 않은 전기차는 보조금 7500달러(1000만원)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법안 자체를 수정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하위법령 개정으로 유예기간 등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만약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민주당이 주도한 IRA에 대한 수정이 비교적 용이하다. 민주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기차 소재와 부품의 자국 생산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기업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일부 재료는 외부조달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계속되는 국내 자본조달 시장 위기도 다음주까지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일 흥국생명이 외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DB생명이 국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일을 연기한 상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는 영구채인 만큼 엄밀히 말해, 채무불이행은 아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조기상환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최근 회사 재정이 어렵다는 신호로 여기는 만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우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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