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치고 불 때는 모습 상상도 못했다"... 봉화 광산 구조대 일문일답
"어깨 맞대고 앉아 체온 유지하며 버텨"
"서로 이름 부르며 부둥켜 안고 울더라"
"발파 소리에 기대감, 안 들리면 절망감"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된 2명의 작업 근로자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구조 다음날인 5일 오전 광산 현장에선 방장석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 특수구조대 구조팀장과 이상권 광산업체 부소장, 윤영돈 봉화소방서장 등이 언론브리핑을 통해 "매몰된 생존자들이 비닐 치고 불을 때고 견디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구조 관계자들과의 일문일답.
방장석 중앙119구조본부 특수구조대 구조팀장
-생존자들의 첫 마디는 무엇인가.
"이름을 막 부르더라. 형 하면서 이름을 부르고, 그분이 너무 흥분하고 좋아서 '빨리 와라'고 했는데 광산 안이다 보니 전달이 잘 안됐다. 먼저 나온 분을 안정시키고, 뒤에 계신 분도 봤는데 상당히 건강상태가 좋아 보였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생존자들이 (동료들과)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했나.
"서로 '수고했다' '고생했다' 하면서 부둥켜 안고 울더라."
-다른 사고 현장이랑 차이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생존이 가능했나.
"9일이란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들도 상황이 안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닐을 치고 불을 때고 하는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 (생존자들이) 여기에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가능했지 않나 싶다. (생존자들이 있던) 그 공간이 상당히 넓었다. 갱도 안에서 인터체인지 같은 공간이었다. 여러 갱도와 통로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100㎡ 이상이었다. 무너진 곳에서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고 최적의 장소를 찾아 비닐을 치고 생존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밑에는 물이 좀 있었는데 패널 같은 곳에 앉아 있었다."
-작업지점에서 발견장소까지 거리는.
"40m 정도 이동했다고 보면 된다. 그 공간에 다행히 무너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작업을 했던 곳이 뚫리면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상권 광산업체 부소장
-구조지점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생존자들이 있었던 장소는 저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나름대로 대피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대피하고 있었다. 두 분은 서로 의지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피 매뉴얼이나 생존조건이 있었나.
"매뉴얼대로 행동했고, 장소는 좋은 조건이었으며, 토사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비닐은 어디서 났나.
"비닐은 갱내에 다른 용도로 썼던 것을 그분들이 회수해서 쓴 것으로 보인다."
-대피과정에 대해 들은 것이 있나.
"토사가 밀려들어올 때 생존자들은 70~80m 떨어진 위치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토사가 떨어지는 소리에 당황했을 것이다. 경험과 매뉴얼에 의해서 침착하게 행동했고, 안전하게 대피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 발견당시 어떻게 하고 있었나.
"서로 어깨를 맞대고 체온을 유지하면서 앉아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제(4일)까지만 해도 구조작업에 난항이 예상됐는데 갑자기 구조된 이유가 있나.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어제 오전만 해도 갱도 자체가 완전히 막힌 상태라 난감했는데, 이 구간을 통과하니 암석이 떨어지지 않은 공간이 나타났다. 암석이 쌓였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없어서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그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막힌 구간이 30m 맞나.
"구간은 30m 맞다. 처음 막힌 부분 10m 통과하니 10m는 막히지 않았고, 마지막 남은 구간도 생각보다 안 막혀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생존자들이 내부에서 10m 정도 파냈다고 하는데.
"확인하지 못했다."
-열흘 가까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예상이 빗나갈 때, 또 다시 붕괴될 때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동료들이 무사 귀환했다. 어떤 기분인가.
"어제 극적으로 생환해서 병원으로 후송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구조했던 동료들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지하에서 일했던 애환이 해소된 것 같다. 지하에서 일하는 광업인이지만 이런 일은 다시 없어야겠다. 인간 승리로 자축한다."
-갱도 붕괴사고 매뉴얼은.
"갱도는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공기가 들어오는 쪽으로 대피해라, 물이 흐르면 물이 나오는 쪽으로 대피하라, 공간을 이용해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등 매뉴얼이 있다."
-갱도 내에서 모닥불을 피우면 질식사할 수 있을 텐데, 불을 피우고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었나.
"두 개의 수갱이 서로 관통하고 있어서 공기 흐름이 자연스럽게 되는 환경이다. (아연광산) 갱도에서 화기 엄금은 아니다. 평소에 모닥불을 피우지 않는데 그분들이 갑작스런 상태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불을 피운 것 같다."
-커피믹스나 물을 평소에도 가져가나.
"갱도 넓은 구간에 쉴 수 있는 휴게소를 만들어 놓는다. 그분들이 커피를 끓여 먹으려고 전열기도 가지고 갔는데 마침 정전이라 커피를 끓여 먹지는 못했을테고, 찬물에 타서 먹으면서 연명한 것 같다."
-작업지점 갱도의 온도는 어떤가.
"갱내 온도는 항상 섭씨 14도로 유지되고 있다."
-업체 측에서 신고를 14시간 늦게 한 것은 사실인데.
"119신고가 늦게 된 것에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저희가 나름대로 구조하려다 다음날 신고하게 됐다. 차후에 이런 일이 없도록 신고는 철저하게 지키겠다. 정말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 전한다."
-사고 갱도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했다고 하는데 사고 지점도 진단을 한 건가.
"사고 지점과 무관한 곳이다. 1수갱 남쪽 지점이다.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곳이다."
-생존자들이 발견장소에서 계속 걸어서 나왔나.
"그분들이 본인 의지와 힘으로 대피장소에서 갱 밖까지 걸어서 나왔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력으로 걸어 나왔다."
-사고 갱도는 앞으로 어떻게 처리하나.
"갱도는 광업시설이고, 지금까지 노력해서 이뤄진 시설이기 때문에 잘 관리해서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겠다."
-작업 정지하고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네, 조사를 받아야 하겠지요."
윤영돈 봉화소방서장
-구조 구간 마지막 30m는 암석이었나.
"암석과 토석이 같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안에서 어떻게 지냈나.
"구조장소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고, 비닐 등을 활용해 보온했으며,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드시면서 연명하고 있었다. 발파 소리가 들릴 때 기대감을 느꼈고, 들리지 않을 때는 절망감을 느꼈다는 것이 생존자들 소감이었다."
봉화=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봉화=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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