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보고` 의혹, 전 용산서장의 `빈 시간` 행적 의문...어디서 뭘 했나

서울 용산경찰서 [연합뉴스]

윤희근(가운데)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의 행적이 허위로 보고됐다는 의혹을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다.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5분 뒤 현장에 간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감찰 결과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50분쯤 지나 현장에 도착해 '허위보고 의혹'이 증폭하고 있다.

현재 경찰청 특별감찰팀으로부터 수사 의뢰된 이 전 서장은 현재 대기발령 조처돼 조만간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5일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최고책임자 중 한 명인 이 총경의 행적이 상황보고서에 허위로 기록된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다.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오후 10시15분쯤 현장에 도착해 지휘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경찰청 감찰 결과 이 내용은 허위로 확인됐다.

이 총경은 참사 당일 11시 5분에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가 난 뒤 50분 뒤다.

특별감찰팀은 지난 4일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시각은 29일 오후 11시5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참사 신고가 최초로 접수(오후 10시15분)된 후 50분 뒤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애초 알려진 도착 시간(밤 10시20분)보다도 45분 늦다.

경찰 안팎에선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후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 총경이 참사 당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 일대에서 집회·시위를 관리했다. 이어 오후 9시쯤 집회가 마무리된 후 용산경찰서 인근 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30분 뒤인 오후 9시30분쯤 이태원 일대에 긴급상황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식당을 떠났다고 한다. 당시 이 식사 자리에는 다른 한 사람이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각지역과 사고 현장 사이 거리는 약 2㎞에 불과하다. 감찰 결과를 토대로 보면 그는 참사현장에서 80m 가량 떨어진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 5분이었다. 도보로 30분 거리를 95분에 걸쳐 이동한 것이다. 이 시간에 이 총경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특수본 안팎에선 현장 도착 이후에도 이 총경의 행적이 불분명하다고 의심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새벽 1시5분 이태원을 찾아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에게서 보고 받을 때도 이 총경은 주변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잇따라 현장에서 열린 상황 브리핑 때도 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의문점이 증폭되고 있다.

이 총경이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사고 1시간16분이 지난 밤 11시36분에서야 첫 보고를 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