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국내파 박사 ‘0명’을 보며

조계완 2022. 11. 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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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2022년 10월 현재 박사학위를 가진 연구위원급 이상(선임연구위원 및 부·실장 포함)은 총 58명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부연구위원급 이상 박사(총 65명) 중 국내 박사가 11명으로 KDI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KDI에서는 석사급 연구원으로 들어와 재직 중에 국내의 이른바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아무리 좋은 논문을 써도 연구위원 승진 기회를 원천 박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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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세종시 한국개발연구원(KDI) 건물. KDI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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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2022년 10월 현재 박사학위를 가진 연구위원급 이상(선임연구위원 및 부·실장 포함)은 총 58명이다. 그중에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는 단 한 명도 없다. 53명이 미국 박사이고 영국 4명, 독일 1명이다. KDI국제정책대학원도 교수진(총 41명)에 국내 박사는 고려대에서 학위를 받은 외국인 교수 1명뿐이다. 39명이 미국, 1명이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요컨대 KDI 기관 소속 연구위원과 교수(총 99명) 가운데 ‘국내파’는 외국인 단 1명이다. 북한경제담당 연구위원 3명조차 미국·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다른 경제부문 국책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조세재정연구원 등)도 요즘 엇비슷한 추세를 보이지만, 특히 KDI는 수십 년 전부터 채용에서 국내파를 완벽하게 차별해온 예외적인 조직이다. 국내파는 안 뽑고 안 받는다. 미국 중심의 해외파 학위자만 채용하는 내부 관행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 자기 조직에 대한 ‘비뚤어진 자존심’을 지켜오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수십 년 전부터 국내 박사한테는 ‘연구위원’을 부여하지 않고 ‘전문위원’이라는 별도의 직책을 만들어 운영했다. ‘전문위원=국내파’라고 누구나 짐작하게 된다.

국책연구원에서 주요 과제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직책은 (부)연구위원급 이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부연구위원급 이상 박사(총 65명) 중 국내 박사가 11명으로 KDI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국내파 빈약 현상은 1990년대 초 이전에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KD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연구위원으로 들어간 연구자들이 이제 정년(국책연구기관 만 61살)을 채우고 대부분 떠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산업연구원은 부연구위원급 이상 총 119명에서 40% 정도가 국내 박사로 추산된다. KDI와 산업연구원의 현저한 국내파 비율 차이는 ‘내부 승진 트랙’ 인정 여부가 그 요인이다. KDI에서는 석사급 연구원으로 들어와 재직 중에 국내의 이른바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아무리 좋은 논문을 써도 연구위원 승진 기회를 원천 박탈당한다. 연구위원이 되려면 먼저 퇴사한 뒤 채용 경쟁을 거쳐 재입사해야 한다. 이런 ‘승진 유리천장’은 1990년대부터 과학기술 및 인문사회계 정부출연연구원에서는 거의 사라졌는데, KDI를 중심으로 유독 경제학 부문에 ‘외국 박사 텃세’가 존속했다.

반면 공공연구노동조합 활동의 전통을 가진 산업연구원은 한동안 내부 승진 트랙을 인정했다. 다만 2002년부터는 산업연구원도 신규채용 (부)연구위원은 대부분 해외 박사다. KDI 등은 우수 해외 박사를 채용하려고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AER)를 발행하는 전미경제학회(AEA) 등으로 매년 출장을 가는데, 기관별로 이 출장비와 현지 면접 비용 등에 연간 1억원 가까운 세금을 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국내 대학의 경제학 박사학위 신규취득자는 매년 183~204명(서울대 15~33명)이다. 이들에게 국책연구기관에 들어갈 자리는 아예 없다.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은 “남북경제통합, 중진국 함정, 고령화·저출산 등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고유 문제에 전문성을 갖춘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내건다. 우리 문제를 둘러싼 정책과제 연구를 꼭 우수 해외파 박사들만이 맡아야 할까? 이제 국내 경제학 박사학위도 예전과 달리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한겨레>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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