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 있는 구조와 고립 광부들의 의지가 '기적' 만들었다
만 9일하고도 5시간, 221시간 만의 귀환은 최초 사고 발생 당시 작업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이뤄졌습니다.
경북 봉화 광산 사고로 고립됐던 두 작업자가 갱도 밖으로 걸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은 물론 광산 숙소에 있던 동료 작업자들은 환호와 박수갈채로 기쁨을 함께했습니다.
"지하에서 일했던 애환이 해소된 것 같다", "지하에서 일하는 광부지만 이런 사고가 없어야 한다", "인간승리다"라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이런 극적인 구조가 이뤄지기까지는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구조대원들의 노력과 고립된 '베테랑' 광부의 지혜가 있었습니다.
구조당국은 이 기간 총 1천145명의 인력과 68대의 장비를 투입하며 밤낮없이 작업했고, 고립된 작업자들은 마른 나무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고 지하수를 마셔가며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5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전날 오후 11시 3분쯤 생환한 두 광부는 구조 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최초 작업 지점 인근에서 발견됐습니다.
구조대원 방모 소방령과 광산업체 소속 광부는 매몰 사고가 발생한 광산 내 제1 수직갱도 3편 주변 원형 공간에서 선산부(작업반장) 박모(62)씨와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모(56)씨를 발견했습니다.
두 광부는 고립 기간 중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 마른 나무들로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작업 때 챙겨갔던 커피 믹스와 10ℓ 물을 나눠 마셨던 둘은 식수가 떨어지자 갱도 내 지하수를 마셨습니다.
20여 년 광산 경력의 베테랑 광부인 조장 박씨는 아들에게 "3일째 몹시 배가 고팠는데, 그 뒤로는 배고픈 줄도 잘 몰랐다"며 "조원을 챙기느라 심적으로 힘들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새내기 광부인 보조 작업자 박씨는 조카에게 "지하수로 목을 축일 때 토하고,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고립 사흘째 정도까지 탈출로를 찾아 헤매던 이들은 직접 괭이를 들고 탈출로를 파내기도 했습니다.
구조 완료 후 병원에 이송됐던 이들의 체온은 34∼35도로 측정됐습니다.
의학적으로 저체온증이 심각한 상태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안동병원 의료진은 밝혔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제1 수직갱도 3편 갱도(지하 190m)에서부터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이 이뤄진 제2 수직갱도(지하 140m)까지의 갱도간 연결 거리는 325m였습니다.
막장 붕괴와 광차 레일 탈선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구조 당국의 분투에 더해 두 광부의 생존 의지와 자발적으로 구조 현장에 뛰어온 동종업계 작업자들의 열정이 기적의 생환을 이끌어냈습니다.
구조 진입로 확보가 이뤄지던 갱도 반대편의 갱도에서는 두 광부가 생존을 위해 괭이로 약 10m가량에 걸쳐 암석을 파내는 사투를 벌였습니다.
지난 1일에는 강원 삼척 소재의 '경동상덕광업소' 소속 관계자 20여 명이 자발적으로 구조 작업 지원에 나섰습니다.
두 광부의 생환까지 소방관 397명, 경북도 관계자 27명, 봉화군 관계자 81명, 군 장병 30명, 경찰 43명, 광산 관계자 218명 기타 인력 349명 등 인원 1천145명, 장비 68대가 동원됐습니다.
구조 현장을 지휘한 윤영돈 봉화소방서장은 4일 오후 11시 3분 '구조 완료'를 선언했습니다.
매몰 사고 발생 221시간, 광산업체 측이 사고 신고했을 때로부터는 '8일 14시간 29분'만의 극적인 구조였습니다.
윤 서장은 5일 최종 브리핑에서 "최초 45m 구간은 토사 등으로 막혀 있어서 진입로 확보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며 "221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주신 고립자 두 분과 보호자, 언론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함께 울고 웃었던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고되고 힘든 작업에도 끝까지 묵묵하게 일해준 광산 구조대원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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