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속 대피 매뉴얼 지킨 광부들이 ‘봉화의 기적’ 일궈냈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에서 발생한 갱도 붕괴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사고 발생 9일만에 생환했다. 고립된지 221시간만이다. 구조 당국은 작업자들이 기적처럼 생환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체온 유지와 수분 공급 등 대피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었던 점을 꼽았다.
경북소방본부·광산업체 A사 등은 5일 갱도 붕괴 사고 최종 브리핑에서 “작업조장 박모(62)씨와 작업보조원 박모(56)씨가 체온 유지와 수분 공급 등을 통해 생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4일 오후 11시 3분 지하 190m 깊이 제1 수직 갱도 내 최초 작업 지점 인근에서 임시 비닐텐트를 설치하고 모닥불을 피우고 있던 상태로 발견됐다. 광산업체 측 인부 1명과 소방대원 1명이 진입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발견했다.
구조 당국은 박씨 등이 갱도 붕괴 사고 당시 대피 매뉴얼을 활용해 생존한 것으로 분석했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갱도 붕괴 사고시엔 수분 공급이 원활하고 공기가 흐르는 넓은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박씨 등이 발견된 장소도 지하수가 흐르는 등 매뉴얼과 같은 조건이었다. 진입로 확보 후 박씨 등의 생존을 최초로 확인한 구조당국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발견된 공간이 상당히 넓어 마치 여러 갱도가 만나는 ‘인터체인지’ 같았다”면서 “갱도가 무너진 곳에서 작업자들이 가만히 머문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적의 장소를 찾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 등이 체온 유지를 위해 설치한 임시 비닐텐트와 모닥불도 생존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산업체 A사에 따르면 발견 지점 등 갱도 내부는 14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박씨 등은 갱도 내에 작업용으로 쓰는 비닐을 활용해 임시 텐트를 쳤고, 텐트 내에서 모닥불을 피웠다. 바닥에 흐르는 지하수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텐트 안쪽엔 패널도 깔았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처음 발견됐을 때도 이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박씨 등은 흐르는 지하수와 함께 믹스 커피를 마시며 221시간을 버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했으나, 정밀 진단을 위해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이 광산 제1 수직 갱도 지하에서 모래와 흙 등 토사 900t이 아래로 쏟아지는 사고로 지하에서 채굴 작업 중이던 7명이 고립됐다. 이중 5명은 구조되거나 탈출했지만, 조장 박씨와 보조 작업자 박씨가 고립됐다.
구조 당국은 박씨 등을 구출하기 위해 수직 깊이 140m 제2 수직 갱도 아래에서 수평으로 작업자들이 고립된 지점까지 진입로 확보 작업을 했다. 구조 당국은 총 325m의 진입로를 확보했고, 221시간만에 박씨 등을 구조했다.
이날 보조 작업자 박씨의 형 박모(60)씨는 “마음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면서 “빚진 마음을 가지며 항상 이번 일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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