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의 재발견, 스토킹 범죄도 막을 수 있다 [Deep&wide]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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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6월, A씨는 지옥에서 구출됐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괴한에게 모텔로 강제로 끌려갔는데, 위기의 순간 경찰이 들이닥쳐 구해준 것. 전자발찌 부착과 심야외출제한 명령을 받고 풀려난 괴한의 이상행동을 포착한 법무부 전자감독 대응팀의 신속한 조치 때문이었다. 감사 인사를 전하자, 대응팀 관계자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성능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으며, 피부 배출 성분을 검출해 전자발찌 착용자의 음주 여부까지 감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음주감응센서가 달린 감시장치는 2021년부터 보급되고 있다.
#. 송사에 휘말린 B씨는 스마트워치 형태의 위치추적장치 덕분에 재판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전자보석제도'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재판에서 유무죄가 가려지기 전까지 구치소에 머물러야 했지만 개당 120만 원가량인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법원에서 보석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손목시계지만, B씨가 착용한 장치는 쉽게 절단할 수 없도록 철심이 박혀 있고 24시간 위치 파악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전자발찌로 알려진 위치추적 전자장치가 재범 우려자의 감시와 격리, 사법·교정행정 효율화를 위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신당역 사건으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스토킹 범죄 예방에도 전자장치를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1만명 가까이 감시 중인 법무부 전자시스템
법무부에 따르면 시중에는 7,000~8,000명 사이의 재범 우려자와 보석 석방자들이 감시장치를 착용하고 일반 시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숫자는 '실시사건' 기준으로 2011년에는 1,561명에 머물렀으나 제도가 확대되면서 2013년에는 2,555명, 2018년 4,668명, 2021년 7월에는 8,166명(가석방 4,287명 포함)으로 늘어났다. 전자감독제도는 GPS 및 전자적 기술로 범죄자를 감시·통제하는 제도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구(舊) '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2008년 9월부터 시작됐다. 이후 총 23차례 법 개정을 거치며 유괴, 살인, 강도 등으로 대상이 넓어졌고 2020년부터는 '전자보석제도'까지 도입됐다.
법무부에서는 실시간 위치추적으로 대상자들을 감시하고 있으며, 이상상황이 발생하면 전자감독 특별사법경찰관으로 구성된 '신속수사팀'을 통해 즉각 대응하고 있다. 또 특별히 재범 위험성이 높은 대상자(2021년 7월 말 현재 19명)에 대해서는 관찰관 1명이 전담 관리하는 일대일 감독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감시장치도 기술발달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3G 이동통신 기술을 적용해 신체 부착장치와 위치정보 전송을 위한 휴대장치 등이 분리된 채 운영됐지만, 2018년 9월부터는 4G 기술을 적용, 일체화한 장비로 정비했다. 법무부는 일체형 전자장치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사용되는 장치 대비, 크기와 무게는 물론이고 위치추적, 통신 및 배터리 성능, 보안 측면에서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범죄 억제·가성비도 확인된 전자감시
전자감시제도의 확산은 범죄 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제도의 효율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우선 전자장치 부착에 따른 범죄 억제 효과. 법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자감독 대상범죄군별 재범률이 제도 시행 전후를 대비하였을 때 상당히 감소하였다. 성폭력 사범의 동종 재범률은 시행 전 14.1%에서 시행 후 2.1%로, 살인사범의 재범률은 시행 전 4.9%에서 시행 후 2.1%로, 강도사범은 시행 전 14.9%에서 시행 후 0.2%로 감소했다. 미성년자 유괴사범의 경우 시행 후 동종 재범은 전무하다. 특히 전자장치 부착대상의 최초 범죄였던 성폭력범죄는 동일 범죄 재범률이 제도 시행 즉시 현저히 낮아졌고, 이후에도 1~2%대 정도를 유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도의 이른바 가성비도 매우 높다. 일정 공간에 인신을 구속할 경우에는 관련 시설과 운영비가 투입되어야 하지만, 전자감시가 이뤄지면 세트당 150만 원 내외의 장비를 부착하는 것으로 경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전자보석제도' 도입 당시, 해당 제도를 통해 연간 500억 원 수준의 교정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매년 구속 피고인 2,500명이 보석될 경우 수감자 1인당 연간 2,000만 원 내외로 추정되는 관리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본에서도 가석방자에 대한 형집행률을 5% 감소시키고 해당 기간만큼 가석방을 늘리면 1,000명 규모의 교도소 신축에 필요한 경비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게다가 2021년(1,180억 원) 교정시설의 공공요금 부담액이 2012년 대비 두 배로 증가하는 등 매년 재소자 관리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전자감독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그 경제성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교정시설 사건사고 발생률 및 재범률 감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익이라 할 것이다.
이 때문일까. 주요 선진국 역시 전자감독제도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먼저 1983년 전자감독제도를 최초로 시행한 미국은 '연방법'에서 전자감독제도를 징역형의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도소 수감자의 가석방 조건으로 단기 재택구금에 활용하기 위해 고안되었고, 이후 점차 자유형(징역)을 선고해야 할 피고인에게 보호관찰을 선고하면서 보조수단으로 전자감독을 적용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도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벌로 '전자감독 재택구금형'을 도입하여 2020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하는 대신 재택(집) 구금하면서 이를 위해 전자감독을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토킹 예방에 투입될 수 있을까?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조건부 석방제'라는 개념을 적용한다면 스토킹 예방에도 전자감시 체계가 효과를 낼 수 있다. '조건부 석방제'는 미구속 피의자·미구속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 조건을 부가하여 석방하는 제도로서, 기존의 구속된 피의자·구속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조건부 보석제'와 다르다. '조건부 석방제'를 도입하고 전자장치 부착이라는 조건을 부가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일명 '전자석방제도'라고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
구속영장 발부 내지 기각이라는 현 영장제도의 이원적 판단 대신, 스토킹 피의자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석방하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제2, 제3의 신당역 사건 방지에 큰 효과가 예상된다. '조건부 석방제'는 스토킹범죄뿐 아니라 다른 여타 범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불구속 수사·불구속 재판이라는 원칙에 부합하고, 인신 구속보다 자유를 덜 침해하는 방법이므로 형사범죄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부담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도 운영과정에서 확인된 몇 가지 문제는 해결돼야 하는데 특히 관련 인력과 예산의 확충이 절실하다. 전자감독 대상자는 날로 증가하지만, 전담인력 확충 속도는 그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 현재 보호관찰관 1명당 약 17명의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다. 요컨대 이 제도를 스토킹 예방에도 적용하려면, 제도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 반드시 충분한 인력과 관련 예산 확보 등 제반 여건을 선제적으로 완비해야 한다.
우미연 법률사무소 우리 대표 변호사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법무부 통일법무과 북한이탈주민 지원변호인 및 서울 관내 여러 경찰서에서 수사민원상담변호사, 경미범죄 심의위원, 정보공개 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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