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밥처럼 마시며 221시간 버텨"… 광산 매몰자들의 슬픈 증언

전민준 기자 2022. 11. 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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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의 한 광산에 매몰됐다가 221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작업자 2명은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으면서 버텼다고 증언했다.

5일 구조 당국 및 매몰자 가족들에 따르면 선산부(조장) 박모(62)씨와 후산부(보조작업자) 박모(56)씨는 고립 당시 커피믹스를 소지하고 있었다.

구조된 작업자의 한 가족은 "저희가 예상한 지점이 아닌 사고 발생 당시 작업하던 곳 근처에서 다른 갱도로 탈출할 수 있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수일간 헤매고 다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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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광산에서 매몰됐다 구조된 사람들의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사진제공=경북소방본부

경북 봉화의 한 광산에 매몰됐다가 221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작업자 2명은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으면서 버텼다고 증언했다.

5일 구조 당국 및 매몰자 가족들에 따르면 선산부(조장) 박모(62)씨와 후산부(보조작업자) 박모(56)씨는 고립 당시 커피믹스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갖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고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떨어지는 물을 마시면서 버텼다.

구조 당국이 밖에서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천공기를 이용한 시추작업 소리도 다 들었다고 한다. 시추작업 때 발생하는 기계소리가 들리면 희망을 갖고, 잠시 기계가 멈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실망을 하기도 했다.

고립된 직후에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지만 발파 소리가 5차례 정도 들리자 '어딘가는 뚫리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구조를 기다린 곳이 입구여서 그 쪽을 통해서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고 발생 때 작업하고 있었던 제1수갱 3편 작업장 인근에만 머물렀다.

광부 25년 경력을 지닌 조장 박씨의 생존을 위한 대처도 눈에 띈다. 조장 박씨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피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비닐과 마른 나무를 챙겨 안전한 곳으로 가서 천막을 치거나 모닥불을 피우고 지냈다.

광산 경험이 적은 보조작업자가 버틸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구조된 작업자의 한 가족은 "저희가 예상한 지점이 아닌 사고 발생 당시 작업하던 곳 근처에서 다른 갱도로 탈출할 수 있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수일간 헤매고 다녔다"고 전했다.

또 "커피믹스를 조금씩 물에 타서 한 모금씩 서로 나눠 마시면서 버텼고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식수로 썼다"고 알려줬다. 조장의 아들(42)은 "아버지 첫 말씀은 '준철이 왔나?'였다"며 "아버지는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너무 배가 고팠지만 하루 지나니까 배고픈 것도 잊고 계셨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 광산 갱도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이들 2명이 고립됐다. 제1수갱(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 갱도에 뻘(샌드) 900여t(업체측 추산)이 쏟아지면서 수직 갱도를 막은 것이다.

이로 인해 박 조장 등 작업자 2명은 지하 170m 제1 수직갱도에 갇히면서 연락이 끊겼다. 10일이 경과한 전날 오후 11시 3분께 고립됐던 작업자가 극적으로 무사히 생환했다. 갱도에 고립된지 221시간 만이다.

구조 당국은 119구급차를 이용해 두 사람을 안동병원으로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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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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