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에 웃은 부킹홀딩스, 야놀자 때문에 자산 2600억원 날라간 사연은[강기자의 자본추]
한국보다 빠르게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한 미국. 덕분에 부킹홀딩스, 에어비앤비 등 여행 플랫폼들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부킹홀딩스가 2019년 투자한 야놀자의 지분 가치가 작년에 비해 40% 수준으로 떨어져 흥미를 끕니다. 자산상 평가손실인 만큼 부킹홀딩스의 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비상장사인 야놀자의 기업가치가 그간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기 때문입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부킹홀딩스는 숙박시설, 레스토랑, 렌트카 등을 예약할 수 있는 여러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시가총액은 750억달러이며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09억6000만달러, 영업이익은 11억7000만달러입니다.
지난 2일(이하 미국 동부 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부킹홀딩스의 10-K 공시서류에 따르면 부킹홀딩스는 지난 상반기 말 야놀자 지분 가치의 하락을 자산가치에 반영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부킹홀딩스가 보유한 야놀자의 지분 가치는 3억600만 달러였는데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재평가한 야놀자 지분 가치는 1억2200만달러로 떨어진 겁니다. 하락한 지분의 가치는 1억8400만달러. 4일 기준 달러-원 환율 1415원을 적용하면 2603억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그간 부킹홀딩스가 야놀자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야놀자 기업 가치가 반년새 40%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킹홀딩스는 지분 가치 하락 원인을 ‘최근 여행 및 테크 업계의 시장 밸류에이션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분 가치 하락은 야놀자의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기업이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 가치의 등락은 비유동 ‘자산’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또 부킹홀딩스가 처음 투자한 금액에 비하면 여전히 100%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6월 부킹홀딩스가 야놀자에 투자한 금액은 5100만 달러였는데, 이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야놀자의 평가가치는 높습니다. 야놀자는 2019년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부킹홀딩스로부터 1억8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은 바 있습니다. 야놀자가 부킹홀딩스와 유사한 숙박시설 예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시스템을 연동해 국내외 숙박권을 판매하는 등 전략적 제휴를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시장에 풀렸던 유동성이 거둬지면서 상장사들이 그간 투자했던 비상장사들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자산상 손실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상황은 예외가 아닙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도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 지분 가치가 크게 하락해 자산상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11월 하이브는 두나무 지분 2.48%를 5000여억원에 취득했습니다.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약 20조원 가량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두나무의 지분 가치가 최근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5일 기준 두나무의 주당 가격은 16만1000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5조5819억원에 불과합니다. 물론 장외시장 가격이 비상장사의 기업 가치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업가치 하락이 가팔랐음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편 투자에서와 별개로 부킹홀딩스는 3분기 좋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월가에서 예상한 부킹홀딩스의 주당순이익(EPS)은 49.55달러였는데 실제로는 53.03달러라고 발표했습니다. 매출액도 예상치였던 59억3000만달러를 뛰어넘은 61억달러라고 합니다. 부킹홀딩스는 기업 실적과 여행업계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밝혔습니다. 덕분에 실적 발표 직전 장 마감 후 거래에서 주당 1778달러에 거래되던 부킹홀딩스 주가는 4일 오전 11시 현재 1906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더할나위없는 실적에 야놀자의 지분 가치도 상승해 부킹홀딩스의 주가가 더 뛸 수 있을지 두고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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