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광부들 폐비닐로 텐트치고 30㎡ 원형공간에 대피

박천학 기자 2022. 11. 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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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파 소리가 들리자 '어딘가 뚫리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갱도 붕괴사고로 고립됐다가 10일 만에 구조된 선산부(조장) 박모(62) 씨는 5일 아들(42)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구조대원들이 갱도 안을 수색하던 중 쪼그려 앉아 있던 박 씨 등을 발견했다"며 "'걸을 수 있냐'는 말에 두 사람이 일어나길래 부축해 함께 걸어서 갱도를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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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광산 사고 조장 “어딘가 뚫리겠구나” 생각

“3일째 되는 날부터 배고픔 잊었다”

사고 당시 작업 장소에서 30m 떨어진 원형 공간에 대피

봉화=박천학 기자

“발파 소리가 들리자 ‘어딘가 뚫리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갱도 붕괴사고로 고립됐다가 10일 만에 구조된 선산부(조장) 박모(62) 씨는 5일 아들(42)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 씨가 아들에게 고립상황을 전한 바에 따르면 고립 3일째 되는 날부터 시작된 배고픔은 곧 잊혔다. 이후 5번 정도의 발파 소리가 들리자 ‘어딘가 뚫리겠구나’라고 생각했고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에 있는 폐비닐과 마른 나무를 챙겼다. 가장 안전한 곳에 비닐 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함께 고립된 후산부(보조작업자) 박모(56) 씨와 함께 위로하며 버텼다. 고립 기간이 열흘째 접어들자 포기 상태에 이르렀는데 발파 소리가 나서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박 씨의 아들은 “고립된 아버지와 동료가 꼭 살아 돌아오라고 많은 응원을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구조 활동에 나선 (아버지의) 동료,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와 각 부처 모든 분께도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박 씨 등 2명은 최초 사고지역 부근 작업 장소로부터 약 30m 떨어진 원형 공간에 있다가 4일 오후 11시 3분쯤 소방구조대원 1명과 광산구조대원 1명에 의해 구조됐다. 이곳은 사방에서 갱도들이 모이는 인터체인지 형태의 구조로 공간 규모는 100㎡ 정도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구조대원들이 갱도 안을 수색하던 중 쪼그려 앉아 있던 박 씨 등을 발견했다”며 “‘걸을 수 있냐’는 말에 두 사람이 일어나길래 부축해 함께 걸어서 갱도를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고립될 당시 지니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으면서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등은 구조된 뒤 곧바로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영상의학검사를 했으며 일부 수치가 기준치를 넘어서긴 했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외상은 없는 상태다. 박 씨 등은 2시간 정도 기본 검사를 받은 뒤 병동으로 이동해 입원했다. 병원 측은 이들이 오랫동안 식사를 못 해 수액치료를 통해 영양학적으로 회복을 시키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려움 속에서도 잘 버텨주신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기다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위험을 무릅쓰고 고립자 구조 작업을 펼친 광산 구호대, 소방청 구조대, 시추대대 군 장병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현장에서 24시간 구조 활동을 지휘해온 산업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자원산업정책국 등 2차관실 직원들도 고생이 많았다”고 치하했다. 아울러 그는 “이철우 경북지사를 비롯한 봉화군 공무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노동부 직원들과도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 대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물과 흙이 섞인 펄(토사) 900t가량이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소방, 군, 광산 관계자 등 연인원 1145명과 전동광차 등 장비 68대가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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