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태원 참사' 계속되는 이유 찾기, 진짜 이유

이비슬 기자 2022. 11.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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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고위층들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 역량 부족을 지목한다.

반면 현장에서 지켜본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원인 찾기가 계속되는 것은 이런 단순한 이유가 '156명 사망'이라는 참사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복잡해질수록 '막기 힘든' 혹은 '예방할 수 없었던'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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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이 폴리스라인이 설치 돼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22.10.3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이른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라는 인파 통제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는 제도적 개선점이 있다"

정부 최고위층들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 역량 부족을 지목한다. 여기에 무단 증축한 건물, 길거리에 놓인 테이블, 클럽과 주점 음악 소리까지 공범으로 거론된다.

또한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 유관기관간 소통이 가능한 '4세대 무선통신기기'가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튼'만 누르면 되는 편리한 시스템이고 이를 구축하는데 1조원의 세금이 들어갔다.

늦었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책은 원인을 밝히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런 논의는 당연하다.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는 생소하지만 '인파 관리' 혹은 '혼잡 경비'는 익숙한 단어다. 이미 경찰이, 혹은 지자체가 해 온 일들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 때면 수십만명이 길거리 응원전에 나섰고 누구보다 훌륭하고 질서 정연하게 마무리한 경험이 우리에겐 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이유들은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반면 현장에서 지켜본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현장에 기동대 1개 중대만 투입했더라면, 차없는 거리로 지정해 인도를 좀더 넓혔더라면, 사고 4시간 전부터 빗발친 112 신고에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원인 찾기가 계속되는 것은 이런 단순한 이유가 '156명 사망'이라는 참사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가 워낙 참혹하다 보니 그에 걸맞는 이유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게다가 사태 초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사태의 원인을 찾게 만들었다. 부인할 수 없는 이유라도 들이밀어야 사과라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복잡해질수록 '막기 힘든' 혹은 '예방할 수 없었던' 일이 된다. 자연스럽게 책임은 희석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꾸만 복잡한 원인을 찾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압사 사고 현장이 아직 정리 되지 못하고 있다. 2022.10.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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