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기획-리얼 메타버스⑤] 촉각도 멀리서 느낀다 ...눈앞에 '미러월드' 펼쳐질까

최은수 2022. 11. 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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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메타 이어 애플·구글·삼성전자 VR·AR 기기 도전장
메타버스 키워드 급부상하며 상용화 기술도 빠르게 성장
VR헤드셋, AR 글래스 등 기기 보급…원격 '촉각' 기술도 등장
현실세계 그대로 옮긴 '메타버스' 구현 기대감↑
킬러 콘텐츠 부재·기술 진입장벽은 고민거리

영화 레디 플레이 원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 빈부격차가 심화된 2045년. 빈민지역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가난한 사람들은 메타버스로 탈출구를 만나게 된다. 헤드셋을 끼고 게임 전용 장갑을 끼는 순간 가상현실(VR) 세계 '오아시스'를 만나게 된다. 오아시스 내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현실 세계의 경제활동과 연결돼 돈을 버는 것도 가능하다.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미래 메타버스 세계의 모습을 VR 게임 속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약 4년이 지난 지금도 오아시스와 비슷한 가상현실 서비스를 찾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VR·증강현실(AR), 텔레햅틱 등 메타버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런 영화 속 장면들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VR, AR기기는 이제 PC,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빅테크 메타가 VR·AR 시장선점에 선제적으로 나선 데 이어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이 앞다퉈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패권 경쟁이 시작됐다.

VR·AR 기기는 물론 촉각형(햅틱)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햅틱은 원격 사용자 간에 현실과 같이 생생한 촉감을 공유하고 전달하는 기술이다. 향후 메타버스, VR·AR, 디스플레이 등 콘텐츠 분야에서 시각과 청각을 넘어선 촉각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메타버스 기술 상용화로 3D 아바타 중심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넘어 현실과 유사한 ‘미러월드’가 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러월드는 현실세계를 가상의 세계로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확장하는 것을 지칭한다. 얼마나 현실 세계를 똑같이 잘 모사하고, 현실 세계와 가상화된 미러월드가 연결돼 정확하고 빠르게 동기화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메타 퀘스트 프로.(사진=블룸버그통신) *재판매 및 DB 금지

메타 이어 애플도 XR 기기 도전장…구글·삼성도 맞수

메타버스 완성은 '촉감'…원격햅틱 기술 국내서도 개발

[서울=뉴시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기존 촉감 재현장치의 몰입 저해 요소를 해결하고 피부에 밀착해 더욱 생생한 촉각 경험을 제공하는 피부부착형 텔레햅틱 기술을 개발했다.(사진=ETRI 홈페이지 캡쳐).2022.11.04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메타버스 회의론이 제기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식었지만 메타는 개의치 않고 VR기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메타 퀘스트2는 연간 판매량 1000만대를 넘기며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에는 메타가 연례 콘퍼런스 행사인 '메타 커넥트 2022'에서 차세대 XR 기기 '메타 퀘스트 프로'를 선보였다.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개선했고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고급형 제품이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카메라로 착용자 시선과 표정을 감지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헤드셋을 낀 상태로도 어느 정도 주변 환경을 확인할 수 있게 좌우 시야가 트여있는 점도 특징이다.

애플도 내년 XR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메타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첫 명칭은 ‘리얼리티 프로’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기기가 메타의 퀘스트 프로와 경쟁할 고급형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AR 글라스 시연 영상을 선보인 바 있다. AR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글라스가 착용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캡션으로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오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프로젝트 아이리스’라는 AR 헤드셋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의 VR, AR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기기가 요즘 화두"라며 "삼성전자도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메타버스를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꼽았다. 지난 8월엔 이재용 회장이 삼성SDS를 찾아디지털 트윈 및 메타버스 시장 동향을 보고 받고, 경영진과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리에 착용하는 VR 기기 뿐만 아니라 손, 몸에 착용해 '촉각'을 원격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관련 기기들도 나오고 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도 주인공 웨이드 와츠(타이 셰리든)가 글러브를 끼고 3차원 가상세계인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등 텔레햅틱과 유사한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메타의 VR, AR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상세계 속 물체를 손으로 느낄 수 있는 ‘햅틱 장갑’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약 15개의 플라스틱 팽창식 에어패드가 손바닥, 손가락 밑면, 손가락 끝에 배치돼 있는 형태다.

영국의 VR 기기 제작업체 ‘테슬라슈트’도 지난 2019년에 ‘테슬라슈트 글러브’를 선보였다. 장갑에 부착된 햅틱(촉각) 센서, 생체 인식 센서가 이용자 손의 미세한 움직임을 파악해 VR에 가상의 손을 구현한다.

국내 VR 기기 개발사 비햅틱스는 진동으로 촉감을 전달하는 '택트글러브'와 '택트수트'를 개발했으며 올해 세계 최대 전자·IT전시회 'CES 2022'에서 공개했다. 택트글러브를 끼면 조끼를 입은 뒤 가상세계에 접속해 광선검을 휘두르면 맞은 상대방은 충격을 느낄 수 있다.

지난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기존 촉감 재현장치의 몰입 저해 요소를 해결하고 피부에 밀착해 더욱 생생한 촉각 경험을 제공하는 피부부착형 텔레햅틱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피부에 의료용 밴드처럼 붙여 사용하는 텔레햅틱 기술이다. 촉각 수집 센서와 촉각재현 액추에이터를 통해 현실에서 물체를 직접 만지지 않아도 가상으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커지는 VR·AR 시장…기술 상용화 위한 숙제 산적

빅테크 기업들이 AR,VR 시장에 진입하고 관련 기술 상용화가 가속화되면서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XR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달러(약 11조25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1368억달러(약 195조2100억원)으로 연평균 76.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1100만대였던 XR 기기 출하량이 올해는 3000만대로 증가하고, 2025년 1억500만대로 4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VR·AR 기기가 빠르게 대중화되려면 ‘몰입감’이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현재까지 나온 머리에 쓰는 VR기기는 화면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하면 몰입감을 느낄 수 없고 어지러움과 멀미를 유발할 수 있다. 다소 무서운 무게도 장시간 착용하는 데 부담 요소가 되고 있다.

또 넘어야 할 산은 '킬러 콘텐츠'의 부재다. 혀재 VR 콘텐츠가 게임 위주로 형성돼 있는데 정작 VR 게임 이용률은 저조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난 4년간 국내 VR 게임 이용률은 5.8%에 그쳤다. VR 기기 보급이 가속화되기 위해서는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와 VR·AR 기술을 결합시키는 실감형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정책 지원을 결정했다. 정부는 2023년까지 40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글로벌 실감형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싼 가격도 진입장벽이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1499달러(약 216만원)으로 전작 대비 3배 높다. 배터리 지속 시간도 2시간 정도에 불가하다. 애플이 내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AR헤드셋 ‘리얼리티 프로’는 메타의 메타 퀘스트 프로 대비 3배 이상 높은 3000달러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장 초기에서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햅틱 기술 역시 완전한 상용화를 이루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메타가 공개한 햅틱 글러브는 다양한 사용자들의 손에 정확히 맞아야 하며, 크기와 부피가 크다. 무선 형태로 개발되지 않아 휴대가 불가능하다.

이재홍 숭실대학교 교수는 "완전히 우리의 현실세계가 그대로 가상세계에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메타버스인데, VR 기기 발전이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통신 속도, 그래픽 등을 비롯해 여러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라며"또 국내에서는 메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처럼 VR, AR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해외에 의존한다는 것이 취약점이다. 정부와 기업들의 전폭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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