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보육원 후원 15년째…'키다리 아저씨' 이상견씨

윤태현 2022. 11. 5. 09: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보육원 아이들은 양육자가 없으니 세뱃돈을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 빳빳한 새 만원 지폐 100장을 마련해 전달했어요. 이렇게 시작한 후원이 벌써 15년이나 됐네요."

이씨는 5일 "어린 시절 부모 없이 가난하게 지내다 보니 설날 세뱃돈을 받는 풍속을 아예 몰랐다"며 "문득 보육원 아이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될까 봐 걱정돼 후원을 시작했다"며 선행 계기를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생 400여명에 연간 4천만원 후원…인천 두 번째 초고액 기부자
인터뷰하는 이상견씨 [촬영 윤태현]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보육원 아이들은 양육자가 없으니 세뱃돈을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 빳빳한 새 만원 지폐 100장을 마련해 전달했어요. 이렇게 시작한 후원이 벌써 15년이나 됐네요."

산업용 단열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상견(63)씨는 매년 어린이날이나 설날이 다가오면 '키다리 아저씨'가 된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 속 익명의 아저씨가 고아 소녀 '주디'를 후원하듯 이씨도 인천 내 보육원에 물품과 기부금을 원생들 모르게 전달한다.

원생들은 주디가 아저씨에게 안부 편지를 쓴 것처럼 이씨에게 감사 글을 적어 보낸다. 소설 속 아름다운 이야기는 현실에서 이렇게 재현된다.

이씨는 5일 "어린 시절 부모 없이 가난하게 지내다 보니 설날 세뱃돈을 받는 풍속을 아예 몰랐다"며 "문득 보육원 아이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될까 봐 걱정돼 후원을 시작했다"며 선행 계기를 밝혔다.

이씨는 김포에서 업체를 운영하고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후원은 인천에서 한다.

외롭고 어려웠던 학창 시절을 모두 인천에서 보내 홀로 성장하는 이곳 보육원 원생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탓이다.

그가 후원을 시작한 것은 2007년. 인천에 총 10곳의 보육원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가장 외진 곳에 있는 보육원부터 후원했다.

지리적인 이유로 눈에 띄지 않아 주변의 온정도 받지 못하는 원생들이 가장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종교 단체나 관공서 주변 보육원은 그래도 명절 때면 간식 등을 후원받는데 외딴곳에 있는 보육원은 이마저도 없었다"며 "설날에는 세뱃돈을, 어린이날에는 선물을, 평소에는 원생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전달했다"며 후원 과정을 설명했다.

매년 후원을 확대하면서 그는 올해까지 15년째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와 인연을 맺은 보육원은 현재 7곳(원생 400여 명)에 달한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그를 찾는 원생들도 많다. 이들 원생은 부모의 빈 자리를 조금이나마 대신한 그를 "후원자님"이라고 부르며 때때로 안부를 묻고 자신들의 근황을 전한다.

하이클래스 아너 소사이어티 감사패 받은 이상견씨 [촬영 윤태현]

이씨는 후원액이 연간 2천만원을 넘어선 2014년부터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인천모금회) 지정 기부를 통해 이들 보육원을 후원하고 있다.

인천모금회의 권유로 그는 같은 해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40번째 회원이 됐다. 그의 아내도 126번째 회원이다.

이후에도 선행을 멈추지 않은 그는 올해 추가로 2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하고 초고액 기부자 모임인 '하이클래스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인천에서 초고액 개인 기부자가 나온 것은 2019년 이후 이씨가 두 번째다. 그는 현재 연간 4천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그는 "선행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상황에서 있는 대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게 전부"라며 "원생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잘 성장하기만을 바란다"며 흐뭇해했다.

tomatoyoo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