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손원제 2022. 11. 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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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행안장관 엉터리 주장, 한 총리는 농담
윤 대통령, 대국민 사과 없이 감싸기만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서울 한복판 도심에서 축제의 밤을 보내던 시민 15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중·경상자도 33명, 124명에 이릅니다. 희생자들의 영면과 부상 피해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가족들과 지인들껜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온 국민이 함께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압사당할 것 같다” 112 신고 묵살, 국가 책임 대두

이번 참사는 세월호 8년 만에 또 한 번 우리에게 국가는 어디 있었나,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하는 고통스러운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사람이 지나치게 몰려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비극적이지만 우발적인 사고일 가능성이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점점 국가의 부재, 정부의 무책임이 수많은 목숨을 일거에 앗아간 근본 이유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쏟아졌음에도, 경찰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1일 밝혀졌습니다.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참사 사흘 전인 10월26일엔 경찰과 용산구, 상인단체 등이 모인 회의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3년만의 핼러윈 축제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축제가 열리기 며칠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올렸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골목을 일방통행으로 지정하고 단 몇 분 전에라도 일부 길목에 정복 경찰을 배치해 시민들의 이동 동선을 조절하기만 했어도 누군가의 아들딸, 형제자매, 어머니며 친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참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책임 회피하는 대통령·총리·장관

그런데 여전히 이런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국가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작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국민 생명 보호와 안전에 가장 크고 직접적인 책임을 진 국정 지휘부가 이런 모습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본연의 서비스가 안전보장입니다. 대외적으로는 국방·안보이고, 대내적으로는 치안과 재난 대처입니다.

그러나 이런 국가의 기본 책무가 이태원 축제의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부 기능은 많은 대목에서 작동하지 않았고, 수많은 목숨이 스러졌습니다. 국정을 위임받은 정부 책임자라면 그 직책과 권한의 크기 만큼 크고 깊은 책임감 또한 느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책임진 이들에게서 이런 책임감을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민 안전 업무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부터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할 대통령까지 하나같습니다. 제도 탓, 법규 탓, 심지어 희생당한 시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언행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정부 책임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짚는 데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사회학의 고전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이 말한 ‘조직화된 무책임’의 전형입니다. 지금부터 이들이 드러낸 무책임의 민낯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이상민 엉터리 거짓 해명, 대통령실은 옹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현 정권의 ‘무책임 릴레이’ 최일선에 선 인물입니다. 그는 참사 다음날인 10월30일 정부 첫 공식 브리핑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기자 “당일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됐었는데 이번 주말에 현장에 소방이나 경찰이 배치됐나.”
이상민 “오늘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된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의 경우와 그렇게, 물론 이제 코로나라는 게 풀리는 상황이 있었습니다마는,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 그래서 그것을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 또 어제 잘 아시다시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들이 분산됐던 그런 측면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핼러윈 축제는 코로나 거리두기가 거의 풀린 상황에서 처음 열린 것입니다. 억눌려 있던 젊음을 발산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 거리로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재난·안전 관리 주무 장관이 예년보다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며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고 상식 밖의 주장을 한 겁니다. 심지어 대통령실도 31일 이 장관을 두둔합니다.

“아마도 이상민 장관의 발언 취지는 지금 현재 경찰에게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은 없습니다.”(대통령실 관계자, 31일 백그라운드 브리핑)

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건데요. 그러나 이 장관 발언이나 대통령실 주장이나 이후 드러난 진상에 비춰보면 전혀 사실과 다른 엉터리로 밝혀졌습니다.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먼저 당시 이태원에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이미 서울시 공공데이터 기록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하루 이용자는 13만명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코로나 발생 전인 2018~2019년 10만명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사상 최대치였습니다. 전날에도 엄청난 인파가 쏟아져 나온 데다 참사 당일엔 압사를 우려하는 신고가 잇따른 상황이었는데, 주무 장관은 완전히 엉뚱한 주장을 한 겁니다.

“여러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들이 분산됐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의 설명입니다.

“그날(29일) 주간 집회들은 오후 9시 이전에 대부분 종료됐다. 이번 사건 발생 시각은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시간적 진행 순서에 (차이가) 있다.”

“경찰은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는 대통령실의 변호 또한 틀린 주장입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신고나 요청이 없어도 ‘극도의 혼잡’ 상황에 개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치 선동” 반성커녕 프레임 씌운 이상민

이 장관의 엉터리 주장은 다음날인 31일에도 계속됩니다. 그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런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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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취지였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놓고 그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잘못을 인정하긴커녕 ‘선동성 정치적 주장’이라고 오히려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우려 한 겁니다. 후안무치합니다. 경찰이 모자라지 않았다는 주장도 전날에 이어 되풀이합니다.

“축제 참가자가 8만~10만명에서 이번에는 13만명 정도로 30% 늘었는데, 경찰 인력도 130여명으로 40% 정도 증원됐다.”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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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30여명의 경찰 인력 대부분은 마약 단속 등에 투입된 사복 경찰이었고,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정복 경찰은 58명에 불과했습니다. 이 때문에 극도로 혼잡한 참사 현장 근처에서 경찰관 한 명이 “살려달라. 더 들어오지 말고 돌아가라”며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장관은 이런 기본적 사실조차 무시한 채 어떻게든 정부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숫자놀음을 벌인 겁니다. 그는 참사 이전 압사를 걱정하는 숱한 112 신고가 무시된 사실이 공개된 1일에야 국회 행정안전위에 출석해 처음으로 참사에 대해 사과합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참사 사흘만에야, 그것도 도저히 정부의 책무 방기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서야 비로소 사과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도 자신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습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신고 묵살 드러나자 사과, 장관 자격 이미 잃어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을 속인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에 대해 단순히 유감 표명만으로 넘어갈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 장관이 기초적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112 신고 내용 등을 보고받지 않은 채 문제의 발언을 했다면, 장관은커녕 공직자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만약 112 신고 내용 등을 미리 보고받아 알면서도 공개되기 전까지 그런 주장을 한 것이라면, 도덕적 지탄을 넘어 법적인 처벌 가능성까지도 따져봐야 할 사안입니다. 어느 쪽이든 이 장관은 장관으로서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직무를 수행하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참사와 관련한 이 장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물론, 얼굴 또한 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본인이 물러나지 않으면,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해임해야 합니다.

한덕수 주재 회의, ‘사고·사망자’로 통일 지침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다음은 한덕수 총리입니다. 국정 2인자인 한 총리 역시 참사를 대하는 인식이나 처신에서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먼저 한 총리 역시 이번 참사를 우발적 사고로 보고 국가와 정부 책임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한 총리는 참사 이튿날인 10월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아 대책회의를 주재합니다. 바로 이 회의에서 이번 참사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희생자’나 ‘피해자’ 대신 ‘사망자’ ‘사상자’ 등의 용어를 쓰도록 결정한 사실이 11월1일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실제 이후 정부 관계자들은 이 지침에 따라 일관되게 사고, 사망자 용어를 쓰고 있고, 전국 합동 분향소에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펼침막이 일제히 걸렸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차려진 것과 대비됩니다.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정부는 “가해자, 책임 부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가애도기간을 설정해 전 국민이 추모에 나선 의미를 퇴색시키는 관료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일각에서 ‘교통사고’라 하던 일을 떠올리는 국민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희생자 분향소를 차리고 싶어도 정부 지침 때문에 못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광주광역시는 2일 이 지침을 따르지 않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희생자 ‘애석한 죽음’ 애도 뜻 담겨

이번 참사는 사상자가 3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재난입니다. 이걸 단순 사고로 부르는 건 사건의 본질적 성격과 맞지 않습니다. 영어로 사고는 인시던트(incident), 참사는 재난을 뜻하는 디재스터(disaster)를 씁니다. 대부분의 외국 언론과 정부가 이번 사건을 디재스터로 부르고 있다는 점만 봐도 정부의 ‘사고’ 규정은 상식 밖의 처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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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에선 이태원 희생자들이 뭘 희생했다고 희생자라고 부르느냐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나 희생자의 사전적 의미 자체가 ‘사고나 자연재해 따위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입니다. 애석한 죽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말입니다. 국가애도기간까지 설정한 정부라면 당연히 사망자보다 희생자로 부르는 게 온당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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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런 이상한 용어 사용이 결국 현 정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정부의 책임을 희석하기 위한 것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 총리는 자신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린 걸로도 모자랐나 봅니다. 11월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선 인시던트(사고) 용어 사용을 이어갑니다. 반면 외신기자들은 트래지디(tragedy,참극)나 디재스터(참사) 표현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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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는 간담회 끝무렵 일본 기자의 질문에 ‘디재스터’란 표현을 한차례 씁니다만, 외신기자들과의 문답이 많이 오간 상황에서 영어 표현을 썼을 뿐입니다. 만약 정말로 참사로 불러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면, 애초 간담회 제목에 인시던트를 넣지 않았을 겁니다.

이상민 장관의 문제 발언도 옹호합니다.

“행안부 장관이 설명한 것은 기자가 물은 그런 의도로서 설명했던 것은 아닌게 아닌가 전 생각한다. (…) 그런 치안 담당하는 인력을 많이 투입을 했더라도 그런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경찰 투입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이 장관 주장의 문제점은 앞에서 살펴봤으니 더 재론하지 않겠습니다. 한 총리 또한 이 장관과 똑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할 따름입니다.

외신간담회에서 농담, 웃음 지은 총리

더욱 황당한 건 이날 한 총리의 태도입니다. 그는 답변 도중 통역 혼선에 관해 농담을 하고 웃음을 짓습니다.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통역 “이번 참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질문했습니다.”
한덕수 “이렇게 (통역이) 잘 안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차원이었다고 해도 수많은 국민이 숨진 참극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한나라 총리의 언행으로는 너무도 가볍고 부적절합니다. 더구나 정부 책임에 대해 묻는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리였습니다.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어야 하는 걸까요.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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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이태원 참사 외신 기자회견에서 웃고 농담을 했다.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들을 욕보이고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저런 사람이 총리라니, 이 나라가 똑바로 갈 수 있겠나.”

야당에서도 ‘경악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할 총리께서 외신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농담을 했다. 농담을 할 자리냐. 경악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일 최고위원회의)

결국 국무총리실은 2일 “한 총리가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간접사과로 어물쩡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진심을 담아 직접 국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사태 전반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 또한 보여야 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 ‘책임지지 않는 권력’ 행태

이번 참사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국정을 위임받은 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 걸까요. 윤 대통령이 참사 직후 보여준 대응 자체는 뭔가 긴박하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준 게 사실입니다. 지난 6월 수도권 폭우 사태 때 안이하게 대응했다가 질타를 받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공백 같은 상황도 없었습니다. 학습효과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이후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도 갈수록 책임지지 않는 권력의 행태를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윤 대통령은 아직도 참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10월30일 대국민 담화에서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고 애도한 바 있습니다.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오늘부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국정 최우선 순위를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습니다.”

10월31일부터는 매일 서울광장과 이태원역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여러 번의 신고를 받고도 방치하다 참사를 막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게으름에 대해서는 공식적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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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거든요. (…) 이러한 대형참사가 벌어졌는데 왜 사과 한 마디 없을까.”(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 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월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여부를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1일 저녁 희생자 빈소를 찾아 ‘국가가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답했습니다. 빈소에서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한 걸로 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책임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는 사적 차원을 넘어 반드시 공식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공개적으로 정부의 실패를 인정하고, 최고 책임자로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며, 그 위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대책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바로 이런 ‘대통령의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4일 오후에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법회’ 추도사를 통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사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죄송하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앞에서 봤듯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의 사과’에는 한참 미달합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대통령의 책임과 관련해선 “책임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안다”고 했을 뿐입니다. 참사 원인이 된 국가의 부실 대처에 대한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교묘한 말의 배열입니다.

정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책임을 인정할 용기조차 없는 대통령을 믿고 따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4일 만에야 여론에 밀려 늑장 사과했습니다. 그것도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자신의 책임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상민 이틀 연속 조문 대동, 신임 과시

둘째, 윤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직접적 지휘·관리 책임을 진 공직자들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장관과 한 총리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경찰의 112 신고 묵살을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만 있을 뿐 공식적으로 직접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11월2일과 3일 연속해서 여러 장관 중 이 장관만 콕 집어 대동하고 이태원 합동분향소를 찾는 등 굳건한 신임을 과시했습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법대 후배입니다. 윤 대통령의 양대 인맥으론 ‘법대충’(서울법대·대광초·충암고) 학맥과 검찰 인맥이 꼽히는데요. 이 장관은 검찰 인맥을 대표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나란히 최측근 실세 장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찰국 신설 등 경찰 장악에도 앞장섰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적 인연과 충성심 때문에 참사에 대한 공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는 이 장관을 넘어 윤 대통령을 직접 향하게 될지 모릅니다.

[논썰] 참사 책임 회피 정권, 수뇌부 3인의 무책임 민낯. 한겨레TV
“행안부 장관 하나 지켜서 뭘 하겠다는 겁니까? 지금 자기들 끼리끼리 대통령의 측근, 이렇다고 해서 비호한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정신 나간 상태에 있는 거지요.”(이상민 민주당 의원, 3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윤 대통령은 여론을 무시하고 민심과 맞서 싸우겠다는 태도를 당장 버려야만 합니다.

‘공감 없는 권력’ 민낯 드러나

이 장관과 한 총리, 윤 대통령 모두 ‘공감 없는 권력’의 문제점을 공통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애도하는 척 할 뿐, 실제로는 국민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집권 엘리트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애도기간을 설정해놓고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는 모순, 제도 탓을 하며 공권력의 무능과 무책임을 가리려는 뻔뻔함이 모두 여기서 비롯되는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교묘한 언술을 동원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이 정부는 대통령부터 해서 법무부 장관, 행안부 장관 다 검사, 판사 출신. 법잘알, 법을 너무나도 잘 아시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사고가 아니고 참사라고 하고 사망자가 아니고 희생자라고 한다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그런 뉘앙스를 주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거질 국가 배상 소송에 있어서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거다). (…) 저는 사망자라고 하는 순간 그걸 딱 느꼈습니다. 아, 이 사람들이 그걸 염두에 두는구나. 딱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incident라고 현수막에도 붙여놓고.”(조응천 민주당 의원, 3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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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7일간의 국가애도기간 동안 추모에 집중하고 책임 추궁은 뒤로 미루자는 주장도 쏟아졌습니다. 이 또한 며칠 지나면 파장이 사그러들 것이라는 정략적 계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를 겪고, 촛불로 정권을 탄핵시킨 경험을 한 우리 국민들입니다. 이 정도 노림수가 통하기나 할까요. 11월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29%)은 다시 20%대로 떨어졌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 인내가 바닥나고 있습니다. 슬픔과 분노는 임계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집권세력 전체의 각성과 변화를 촉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도움 채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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