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그를 막을 수 없다...절대 권력 쥔 시진핑이 그리는 미래는? [뉴스 쉽게보기]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2. 11. 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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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일인천하 ◆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달 말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됐어요. 그가 권력을 독점하게 됐으며 최소한의 견제 장치도 사라졌다는 분석이 쏟아졌죠. 시진핑이 평생 중국을 통치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고요.

깜짝 놀란 투자자들
일단 중국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이 소식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예요. 시진핑의 3연임이 확정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어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의 주가는 12.5% 떨어지며 최근 1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됐대요.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의 주가도 12.6% 하락했고요.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중국 기업 5곳만 놓고 봐도 이날 하루 만에 전체 주식 가치(시가총액)가 75조원 이상 증발했어요.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의 증권시장 분위기도 안 좋았어요. 주가지수가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거든요.

지난달 24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 하락했어요. 항셍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요 종목들의 주가 변동 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주가지수예요. [매경DB]
시진핑의 3연임을 투자자들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에요.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죠. 일부 중국 대학생들이 캠퍼스에 대자보를 붙이거나, 공중화장실 등에 연임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대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의 정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 내막이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연임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나 외신 보도를 보고 그 의미를 짐작할 수밖에 없죠. 물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보도는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중국에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진 국가의 매체들이지만, 그중에서 출처가 믿을만하고 공통으로 언급된 해석들만 추려봤어요.
중국의 한 화장실에 적힌 시진핑 규탄 메시지.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직위는 무엇일까요? 핵심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들을 3개만 꼽으라면 다음과 같아요.
˙중국 국가주석 국가의 상징인 동시에 외교권을 갖고 있어요. 현 국가주석은 시진핑이에요. ˙중국 공산당 총서기 중국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 공산당의 지도자예요. 현 총서기도 시진핑이죠.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군대를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요. 현 주석 역시 시진핑이고요.

보통 시진핑을 중국의 국가주석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사실 국가주석과 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하고 있어요. 과거 중국에선 이 셋이 서로 다른 사람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진핑 한 명이에요.

다만 중국 공산당에선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거나 과도한 권력투쟁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견제 장치들이 관례처럼 지켜져 왔는데요. 지난달 말 중국 공산당 전체 회의에서 이런 관례가 모두 깨졌대요.

˙공산당 총서기의 임기는 5년씩 두 차례, 최대 10년까지로 제한한다

이미 10년 임기를 채운 시진핑이 5년 더 공산당 총서기직을 맡게 됐어요. 그동안 총서기직은 10년까지만 맡는 게 관례였는데 이 관례를 깬 거죠. 군대 통솔권을 가진 중앙군사위 주석 임기도 5년 연장됐어요. 국가주석은 원래 연임(10년)까지만 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지난 2018년 시진핑이 직접 연임 제한을 없앴어요. 그는 내년 3월에 국가주석도 3연임 할 것으로 보여요.

˙총서기를 포함한 7명의 상무위원이 공산당의 중대사를 함께 결정한다

기존에는 여러 파벌이 상무위원 자리를 나눠 가졌지만, 이번에 발표된 명단엔 시진핑 최측근들만 이름을 올렸어요.

˙차기 총서기를 미리 지목해 후계자 수업을 받게 한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차기 총서기를 미리 지목해왔어요. 나이가 50대인 정치인을 7인의 상무위원 중 하나로 임명해 미리 후계자 수업을 받게 하는 거죠. 시진핑 역시 이 방법을 거쳤고요. 하지만 이번에 상무위원에 지목된 인물들은 모두 60대 이상이에요. 일각에선 시진핑이 후계자를 정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는 분석이 나와요.

중국에 나타난 ‘견제받지 않는 권력’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의 총서기인 시진핑의 임기가 5년 늘어났을 뿐 아니라,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갖게 된 거예요. 그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그 누구도 다른 의견을 낼 수 없게 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죠. 게다가 후계자도 없기 때문에 그가 평생 중국을 통치하려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번 전체 회의에서는 상징적인 장면도 나왔어요. 시진핑보다 앞서 국가주석과 총서기, 주석을 역임했던 후진타오라는 인물이 있는데요. 그는 시진핑과 다른 파벌일 뿐 아니라,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시진핑의 3연임이 확정된 이번 공산당 행사에 참석한 그는 회의 도중 반강제로 퇴장당했어요. 중국 정부는 “건강이 안 좋아서 데려가 쉬게 했다”고 해명했지만, 퇴장당하는 모습이 다소 부자연스러웠죠. 일부 언론은 시진핑이 반대 파벌의 몰락을 선전하기 위해 일부러 연출한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지난달 22일 중국 공산당 행사에서 퇴장하던 후진타오 전 주석(오른쪽 두 번째)이 시진핑 주석(맨 오른쪽)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절대 권력이 탄생한 중국의 미래는?
이번 3연임 확정을 통해 시진핑이 사실상 장기 집권을 시작했다고 보는 평가가 많아요. 견제 세력이 사라진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거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죠. 공통으로 언급되는 전망을 3가지만 꼽아봤어요.

①중국 기업에 투자해도 되는 거야?

먼저 중국의 민간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간섭이 심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와요. 시진핑은 경제 발전의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어요. 대기업이나 부유층 같은 소수에게 몰린 재산을 분배하겠다는 건데요. 이를 위해 공산당이 나서서 민간 기업이나 고소득층의 재산을 ‘조절’하겠다는 말도 했어요.

그는 작년부터 ‘공동부유’라는 용어를 자주 언급했어요. 이번 공산당 행사에서도 4차례나 언급했죠. 공동부유는 글자 그대로 ‘같이 잘 살자’라는 의미예요. 물론 시진핑은 공동부유의 핵심은 경제 발전의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요. 하지만 중국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나 간섭이 확대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죠. 시진핑의 3연임 소식이 전해진 뒤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②중국이 대만 공격하는 거 아니야?

중국 정부가 대만을 더 강력하게 압박할 거라는 분석도 있어요.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며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섬나라인 대만의 인근 바다에서 수시로 군사훈련을 하며 위협해왔죠.

이번 공산당 행사에서 시진핑은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내비쳤어요. 그는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는 절대 약속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죠. 미국 매체인 블룸버그는 “시진핑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만을 침공할 조짐은 없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례를 볼 때 ‘1인 통치’는 위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어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8일 베이징에서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미국이랑 갈등 심해지는 거 아니야?

세계를 두고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할 거라는 전망도 나와요. 최근 미국이 반도체 등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을 연이어 내놓고 있거든요. 또 미국은 대만과의 동맹 관계도 강화하는 중이죠.

시진핑은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을 세계 최강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힌 적이 있어요. 경제는 물론 문화와 군사 분야에서도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거죠. 절대 권력을 쥐게 된 시진핑이 미국을 뛰어넘기 위해 갈등도 불사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두 나라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만약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면 우리나라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여요. 이미 중국은 최근 한국이 미국 편을 드는 것 같다며 불만을 내비친 적이 있거든요. 지금까지도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조심스럽고 어려운 선택을 해왔는데, 이제 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죠. 절대 권력을 쥔 시진핑이 그리는 중국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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