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구급차 길 뚫어달라’ 소방청 연락받고 참사 알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권구성 2022. 11. 5. 09:02
속속 드러나는 진실
당일 밤 10시56분 상황실 첫 접수
이태원선 심정지 수십명 발생할 때
경찰 보고체계 전혀 작동하지 않아
尹청장 서울복귀까지 적극 대처 안해
특수본, 목격자 등 85명 참고인 조사
이임재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검토
경찰 지휘부 ‘공동정범’ 적용 가능성
권구성·이종민 기자
당일 밤 10시56분 상황실 첫 접수
이태원선 심정지 수십명 발생할 때
경찰 보고체계 전혀 작동하지 않아
尹청장 서울복귀까지 적극 대처 안해
특수본, 목격자 등 85명 참고인 조사
이임재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검토
경찰 지휘부 ‘공동정범’ 적용 가능성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등 사고의 실체적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참사 당일 보고 체계가 붕괴되면서 경찰청은 소방청을 통해 이태원 상황을 처음 전해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 식구’ 수사를 둘러싼 우려 속에 특수본은 “경찰청장 수사를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퇴근하는 尹 청장 윤희근 경찰청장(가운데)이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를 나오고 있다.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충북 제천에서 지인들과 등산을 한 뒤 캠핑장에서 잠이 들어 보고를 뒤늦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
4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501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리고 이태원 참사의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일과 3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을 압수수색했고, 경찰과 목격자 등 8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사고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 TV 141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 67개, 제보 17건 등을 분석하고 있다.
특수본은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과 3차원(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간대별 상황도 분석하고 있다. 당초 참사는 소방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오후 10시15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경찰 분석을 거쳐 좀 더 정확한 시간대가 규명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보다 늦게 보고받아 행적 논란이 일었던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충북 제천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청장은 휴일인 토요일 지인들과 월악산을 등반한 뒤 오후 11시쯤 캠핑장 숙소에서 잠든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보고체계 붕괴로 보고가 늦어지면서 윤 청장은 참사 사실을 모른 채 잠이 들었고, 뒤이은 문자메시지(오후 11시32분)와 전화(오후 11시52분)를 받지 못해 자정을 넘긴 0시14분 첫 보고를 받았다. 이후 제천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면서 오전 2시30분에서야 경찰청 지휘부 회의를 주재했다.
경찰청장이 서울에 부재중인 상황에서 우종수 경찰청 차장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대규모 참사가 벌어진 상황에서 윤 청장의 상경을 기다리기보다 우 차장이 먼저 경찰청 회의를 주재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경찰서→시·도 경찰청→경찰청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가 엉망이 되면서 경찰청은 소방청의 연락을 받고 이태원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56분 소방청이 경찰청 상황실로 ‘참사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근 교통을 통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다. 이때는 이태원에서 수십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방당국 집계가 나온 시점이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과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특수본이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영장에 적시한 만큼 추후 이들이 해당 혐의로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와 공동정범 혐의 적용 등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특수본 관계자는 수사 대상과 혐의에 관해 “수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한다”며 “사실관계가 특정됐을 때 법리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제 식구 수사에 대한 우려 속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 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이번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 개시를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이날 해당 고발 사건을 수사3부에 배당하며 “경찰청 특수본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부실 대응 수사를 특별검사에 맡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개별 특검법 제정이 필요한 일반특검이 아닌 상설특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권구성·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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