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 홍정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대선자금 프레임'은 민주당 망신주기”
“정부, IRA 초기 대응 사실상 전무…국회 차원 해결 노력”
"이재명 대표 대선자금 수사는 민주당 망신주기 프레임"
"시민 눈높이 맞는 정치인 될 것"
<경력단절 여성, 워킹맘, 경제학자, 변호사, 스타트업 대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고양시 병)을 소개할 때 종종 쓰이는 말들입니다. 서울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일했던 홍 의원은 “경제 위기를 진단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찾아 나서고,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의정활동을 주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 제의를 받았을 때, 홍 의원은 한 달 넘게 고민하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치인 변신을 택했습니다. 홍 의원을 만나 현실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와 다양한 정치 현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홍정민 의원(이하 홍 의원) : 지역구가 있는 고양시에만 희생자 8분이 나왔습니다. 유족들과 만났는데 내내 우시더라고요. 희생자기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도, 정부에서는 제대로 사과하시는 분이 없어요. 오히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우려할 만한 인파가 아니었다”고 하셨잖아요. 유족들은 이런 말들이 큰 상처가 됐다고 얘기해요. 책임은 국가에 있는 것 아니냐고 울분은 토하시는데, 추모와 함께 원인 규명과 책임이 병행돼야 이분들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수 있을 겁니다.
Q. 사고 대처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잖아요.
홍 의원 : 이미 10만 인파가 몰릴 거라고 했었잖아요. 서울시나 경찰청에서 이태원역 무정차를 지시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사고 발생 4시간 전, 112 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이 제대로 대처했다면 정말 좋았겠죠. 되돌아보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Q.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 여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홍 의원 : 당연히 바로 사과를 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장관은 오히려 책임을 너무 일찍부터 회피하려 하더군요. 국민들이 바랐던 건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하다, 더 나섰어야했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에요. 한덕수 국무총리조차 가볍게 반응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도, 유족들도 책임 추궁보다는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싶은 거예요. 상임위를 통해서든 국정조사를 통해서든 밝혀내야 합니다.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꼬리 자르기’로 마무리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홍 의원 : 여당이 지난 대선 때 힘을 발휘했던 ‘전 정부 심판론’을 이번 국정감사에도 끌고 들어온 거죠. 하지만 에너지 위기는 내부에서 촉발된 게 아니에요.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 같은 외부 요인에서 촉발된 거죠. 주무 장관도, 한전 사장도 이번 한전 적자는 전 정부의 탈원전보다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을 원인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도 ‘탈원전’이 아니라 ‘감원전’이 맞아요. 전 정부 에너지 정책으로만 화살을 돌리는 건 맞지 않습니다.
Q. 한전의 막대한 적자 문제,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홍 의원 : 몇 가지 방법이 있겠죠. 우선, 에너지 가격이 올라간 만큼 비용도 올릴 수 있겠죠. 그런데, ‘국민들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문제도 제기될 수 있고요. 또 한전채를 발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체도 금융시장에 위기로 다가올 수 있어요. 두 방법 다 힘들다면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2008년에도 에너지 위기가 있었고 6천억을 투입을 했습니다. 이럴 때는 국가가 과감하게 나서서 버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Q. 2020년 총선 민주당의 인재 영입으로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전에는 경제학자로, 또 변호사로 경력을 쌓으셨습니다. 현재의 경제 위기, 여권에서는 전 정부 탓이 크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홍 의원 : 전 정부 탓이라기보다는 외생 변수의 영향이 큽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쿠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붕괴와 원자재 값이 상승했잖아요. 여기에, 물가 수준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 버리니까, 미국이 금리를 확 올렸죠.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도 높고 수입 원자재 비중도 높아서 대외 의존도가 아주 큽니다. 경제 위기는 밖에서 시작됐죠. 환율만 해도 그래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최소한의 환율 방어를 해야 합니다. 금리 기조도 미국과 완전히 동떨어질 수는 없고요. 정말 어려운 때입니다. 전 정부 탓은 책임 회피에 불과합니다. 지금은 수습과 위기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Q. 야권은 정부의 경제 인식이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했을 때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홍 의원님 생각은 어떤가요?
홍 의원 : 정부의 초기 대응과 안이한 인식에서 유사합니다. 1997년 당시에도 대응이 안일했죠. 단기 유동성을 몇 개만 막았어도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었으니까요. 경제는 심리입니다. 자금을 더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심리’의 문제입니다. 건실한 기업에는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지금 투자 심리가 위축됐잖아요. 정부가 정책을 통해 ‘괜찮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빨리 줬으면 좋겠습니다.
Q. 이번 경제 위기의 파고, 꽤 오래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까요?
홍 의원 :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융부분에서 위기가 오고, 상반기 이후에는 금융 쪽에서는 조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심각한 건 실물경제 위기가 앞으로 2~3년 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이빈다.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다보니 세계 경제 침체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습니다. 실제로 2년 만에 수출이 급감하고 있죠. 그럼에도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괜찮습니다. 정부가 오버라고 생각할 정도로 대응을 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홍 의원 : 법안이 공개된 게 7월 27일입니다. 산자위의 대응은 8월 9일부터 시작됐죠. 또 KOTRA라는 통상전문기관이 (미국에) 나가 있었고 이 같은 일을 대비할 워싱턴 무역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안 공개 2주 뒤에야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전 활동은 전무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안보비서관도 신설했지만 IRA와 관련해서 한 역할이 거의 없어요. 초기 대응이 미흡했으면 이후라도 개선이 있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부족했죠.
Q. 정부뿐 아니라 국회 차원의 개선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처해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홍 의원 : 미국 정부의 시행령 개선을 통해서라도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차 전지 배터리가 중국산일 경우 차를 팔지 못한다는 내용은 미확정인 상황인데, 이를 최대한 유예해줘야 합니다. 또 공화당은 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의원 외교를 통해서라도 한국 입장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 의원 :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감시하는 게 국정 감사입니다. 그런 국정감사 기간에 검찰이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죠. 윤석열 정부가 국회에 성의 있게 협치를 구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수사의 일환이라기보다는 정치 탄압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도 많이 있는 걸로 압니다.
Q.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김 부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만큼, 검찰은 결국 이 대표의 대선 자금 수사로 연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도 있는데요?
홍 의원 : ‘대선’자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민주당이 돈을 불법적으로 썼다는 오해를 사도록 만들고 있는 프레임이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은 국고보조금도 있었고, 후원금도 많이 들어왔었기 때문에 불법으로 대선 자금을 모을 이유가 없습니다. 민주당 망신주기라는 프레임이 느껴지는 지점이죠. 처음 ‘대장동’이 이슈화가 됐었던 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 원입니다. 그럼에도 수사가 1년 이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저도 법조인이다 보니까 의아한 부분이 많이 있어요. 수사가 공정하지 않잖아요. 중립적으로 보더라도 특정인에 대해 굉장히 편파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홍 의원 : 지난달에 국토부에서 확정됐습니다. 연말에는 기재부에서도 확정될 예정이에요. 예타 조사 대상으로 들어가게 되면 1년 동안 심의를 받아요. 이미 김포, 인천, 경기도 고양시까지 해서 용역을 했을 때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지역구가 있는 고양시는 1기 신도시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베드타운 성격이 강하지만 교통 인프라 확충과 마이스(MICE) 산업 기반 확대, 콘텐츠 제작 인프라 개선 등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뤄낸 성과들도 많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평가 받고 싶으신가요?
홍 의원 : 시민의 눈높이에 가장 가까운 정치인이고 싶어요. 제가 정치 입문을 제의받았을 때 한 달 동안 고사했었는데, “시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정치인이 돼달라”는 요청을 받고 정치 결심을 하기도 했죠. 국민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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