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여진에 놀라”···괴산 지진 진앙지 200m 옆 마을 주민들 일상 복귀에도 ‘불안’[현장에서]
“내륙 한복판인 이곳에서도 지진이 나는데...이제 안고 살아야겠지요?”
지난 4일 충북 괴산군 장연면 조곡리에서 만난 이모씨(64)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진도 4.1의 지진이 왔을 때 밭일을 하고 있었다. 이씨는 “‘쿵’ 하는 소리가 두 번 들렸다. 그리고 땅이 심하게 흔들렸다. 처음에는 비행기 소음인 줄 알았는데 지진이었다”며 당시 경험을 전했다.
괴산군 장연면 조곡리에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9일 오전이다. 이날 오전 8시 27분 33초에 규모 3.5의 지진이, 16초 뒤인 오전 8시 27분 49초에는 규모 4.1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진원지는 괴산 북동쪽 11㎞ 지점으로 (북위 36.88, 동경 127.88), 장연면 조곡리 산 127번지 일대다.
두 번의 지진 이후 23건의 여진도 잇따랐다. 지난 1일 오전 2시 7분에는 규모 2.9의 여진도 있었다.
이씨가 사는 마을과 진원지의 거리는 200m에 불과하다. 이 마을에는 55가구 109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마을 주민들은 점차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있지만 잇따르는 여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지진이 난 이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포항지진 당시에도 조곡리 땅이 심하게 흔들렸던 기억이 난다”며 “지진은 바다 근처에서만 난다고 생각했는데 내륙 한복판에 있는 우리 마을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새벽에도 여진을 느꼈고, 놀란 주민들이 있다. 몇몇은 불안해한다”며 “지진을 막을 수 없으니 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들은 앞으로도 여진이 계속된다면 낡은 건물들이 무너져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시골 지역 특성상 내진설계 없이 지어진 주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조곡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임모씨(76)는 60년 넘은 흙벽돌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임씨는 “기존 흙벽돌 집을 개보수해 새로 단장한 집”이라며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내구성은 약하다”고 했다. 임씨 집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났다. 벽은 흙벽돌 위에 시멘트로 덧칠이 돼 있었고, 지붕은 슬레이트 지붕 위에 다시 양철지붕으로 보강돼 있을 뿐이다.
이 마을 이장 차모씨는 “이번 지진으로 주민 2명이 주택피해가 있었지만 다행히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라며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에서 집계한 지진 피해 신고는 19건이다. 대부분 건물 벽 일부가 금이 가거나 기와가 떨어지는 등의 가벼운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지진으로 가동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난 3일 해제하고, 위기경보도 경계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용석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6일 “깊이가 11㎞로 지각에서 나온 진동이 지표로 나오면서 상당 부분 분산된 것 같다”며 “리히터 규모 4.1 지진은 허름하게 지은 집들에 일부 균열이 가는 수준이어서 다행히 피해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진은 광주 남쪽 서해안~강원 태백으로 이어지는 길이 400㎞, 폭 50㎞의 옥천변성대 활성단층 일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진이 다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또 “1978년 속리산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한 사례도 있는 만큼 지진이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지역을 지나는 단층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청주기상지청과 함께 괴산 지진과 관련, 원인 조사와 지진정보 연계체계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발생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20㎞ 안쪽의 지진계를 기존 1곳에서 3곳으로 설치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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