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DMZ에 울려 퍼진 평화의 노래
[앵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매우 높아진 가운데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는 음악회가 지난 주말 열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 중입니다만 한반도 평화를 염원, 기원하는 뜻깊은 공연이라 이 시간에 소개해 드리는 걸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네, 바로 ‘PLZ 페스티벌’인데요.
Peace, 평화와 Life, 생명의 땅으로, DMZ를 변화시켜 보자는 취지의 음악회입니다.
이하영 리포터, 음악회 장소가 좀 특별했다고요?
네, 이 음악회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비무장지대 DMZ, 그리고 접경지역 등에서 해마다 열리는데요.
이 곳이 분단의 아픔과 상처가 잇는 곳이다보니까, 이 곳에서 평화의 노래가 울려퍼지니 참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북한 쪽에도 이 노랫소리, 평화를 외치는 게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싶네요.
저도 현장에서 같은 생각을 했는데요.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특히나 최북단 접경지역 철원에서 평화의 합창을 들으니 참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 현장과 함께 이제까지 PLZ 페스티벌에서 어떤 무대가 펼쳐졌었는지,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집니다.
피아노의 선율에 맞춰 펼치는 무용수의 우아한 춤사위는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이 공연이 펼쳐진 고성 ‘명파해변’은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데요.
‘PLZ 페스티벌’이 열린 장소 가운데 한 곳입니다.
[임미정/PLZ페스티벌 예술감독, 한세대 교수 : "강원도에 5개 접경지역군 DMZ를 상징하는 장소를 고성, 화천, 인제, 양구, 철원군에서 진행하고 있고요. 자연이 아름답게 살아난 곳 혹은 역사적으로 상징이 있는 전쟁이 치열했던 곳 이런 장소를 찾아서 음악회를 만드는 개념입니다."]
2019년부터 접경지역 곳곳에서 공연을 이어온 ‘PLZ 페스티벌’은 올해 석 달 동안 21번의 공연을 펼친 대장정 끝에 지난달 29일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첫 공연은 고성의 기찻길에서 열렸는데요.
동해선철도 남북출입사무소인 제진역은 북한으로 향하는 열차가 2007년 시범 운행 이후 다음 운행을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국내 대표 관악주자로 꼽히는 클라리네티스트 김 한이 이곳에서 첫 무대를 꾸몄습니다.
전쟁 폭격으로 잔해만 남은 옛 철원제일교회 터에서는 첼리스트 최하영의 연주가, 벽마다 총탄 자국이 깊게 새겨진 철원 노동당사에서는 가수 하림과 블루카멜 앙상블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공연 장소는 모두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곳입니다.
올해의 공연은 철원역사문화공원에서 대미를 장식했는데요.
어느 때보다 지역적인 의미를 살리기 위해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한 강원도 내 음악단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뭉쳤다는 ‘춘천 윈드 오케스트라’.
[이광호/춘천윈드오케스트라 지휘자 : "2020년 7월에 창단 연주회를 시작해서 여태까지 작년과 올해 이렇게 이어서 정기연주회 하고 찾아가는 연주, 이런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개막식 때 연주된 화합의 노래를 첫 곡으로 연주했고, 철원 동송초 학생들이 모인 합창단도 미래 세대를 대표해 무대를 꾸몄습니다.
[김준현/동송 누리봄 합창단/철원 동송초 6학년 : "서로 좋은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부르는데 만약 여기서 저희가 부르는 노래가 저기까지 들렸으면 어떨까 그런 마음입니다."]
또 다른 합창단 학생에겐 동족상잔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새겨보는 기회였다고 하는데요.
[이예은/철원 소년소녀 합창단/신철원중 3학년 : "저 여기서 옛날에 동요대회 참여해서 초등학교 때 와봤어요. (이 지역에 오면 어때요?) 전쟁이 치열하게 났던 곳이니까 슬프기도 하고 그런 거 같아요."]
이제 막 군 복무를 마쳤다는 한 청년은 동생의 공연을 보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윤석준/강원 철원군 : "저는 어릴 때부터 여기서 자라면서 노동당사를 많이 봤었는데 이런 공연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철원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될 거 같아서 좋은 기회여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보던 한 관객은 북녘 고향을 늘 그리워했던 부모님이 떠오릅니다.
[하영훈/경기 수원시 : "저희 부모님이 이북 분이세요.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항상 이쪽 방향으로 오면 부모님 생각 많이 하고 이렇게 평화 콘서트를 한다는 게 정말 굉장히 기분 좋습니다."]
열띤 호응 속에 막을 내린 ‘2022 PLZ 페스티벌’, 이 행사엔 음악으로 남북을 잇고 싶다는 임미정 예술감독의 바람도 담겨 있는데요.
2019년, 임 감독은 강원도에 ‘PLZ 페스티벌’을 처음 제안했습니다.
이런 결심엔 미국 유학 시절, 남북 가곡음악회에서 북한 음악가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큰 몫을 했는데요.
[임미정/PLZ 페스티벌 예술감독/한세대 교수 : "평양에 갈 기회가 생겨서 거기에서 북한 음악가들 같이 연주를 했죠. 같이 연주를 하면 느껴요. 소리를 섞잖아요, 사람과 사람이. 여러 가지 것들을 뒤로 하고 마음과 마음을 섞는다는 거에 굉장히 깊이 공감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북한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시작돼 다양한 시도로 이어진 겁니다.
이제 임 감독은 북녘 땅으로 무대를 넓히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임미정/PLZ 페스티벌 예술감독/한세대 교수 : "제가 하는 PLZ 페스티벌은 남쪽 안에서의 DMZ 접경 지역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나중에는 미래에는 북쪽에서의 그쪽 접경 지역에서도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때 가까워진 듯했던 남북 간 관계가 다시 험악해진 요즘, 페스티벌에서 울려 퍼진 평화의 선율이 한반도 긴장을 늦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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