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점장이 말했다 “페페로니 3장 더 올리세요”

송혜진 기자 2022. 11. 5. 08: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로봇기술로 인력난 돌파하는 유통업계
고피자가 개발한 스마트 토핑 테이블의 모습. 직원이 피자 도우에 페페로니를 올리자 AI카메라가 이를 촬영하고 분석한 뒤 "페페로니 세 장이 부족하다, 더 추가해달라"고 직원에게 요청하고 있다. AI는 직원이 어떤 메뉴의 피자를 만드는 지에 따라 이같이 분석해서 요청한다. /고피자 제공

신입 직원이 ‘스마트 토핑 테이블’에 서자 24개의 피자 토핑 통에 순서대로 불이 들어온다. 직원은 그 불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재료를 도우에 올리며 피자를 만든다. 머리 위에 장착된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이를 촬영하면서 영상 데이터를 분석, 직원에게 수시로 잘못 올린 토핑을 모니터로 알려준다. “페페로니를 부족하게 올려놓았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1인 피자 시장을 연 푸드테크 기업 ‘고피자’가 최근 개발을 마치고 현장 테스트 중인 스마트운영체제 ‘고비스’의 모습이다. 피자를 발효하고 성형해서 토핑해서 구워 내놓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고피자가 최근 개발하고 현장 테스트 중인 스마트운영체제 ‘고비스’에 대해서 설명하는 임재원 대표. /고피자 제공

‘고피자’는 지난 2016년 푸드트럭 하나로 창업, 2022년 7월 기준 국내·해외 157개 매장을 넘긴 회사다. 인도·싱가포르·홍콩·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다. 2017년 법인 설립 이래 매년 2배 넘게 성장, 지난 2020년 연간 거래액 100억원을 넘겼다. 작년 전체 매출은 230억원이다. 올해 매출은 5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최근 심화되는 인력난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이나 로봇 기술을 접목해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유통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당 운영부터 호텔 예약과 객실 관리, 맞춤 화장품 제작까지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이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직원을 뽑아도 교육을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숙련된 직원이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나면 다시 인력에 구멍이 생길 때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도 인공지능기술이나 로봇기술이 보완·대안책으로 이용될 수 있다. 고객 불만을 사후에 해결하는 것을 넘어, 고객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는 패러다임을 갖추기 위해 스마트 시스템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피자 하나도 AI와 로봇 기술로

고피자를 키운 핵심 경쟁력은 스마트 키친 시스템. 사람의 노동력을 최대한 줄이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효율을 높이도록 고안했다. 1인용 피자 화덕 ‘고븐(Goven)’의 경우도 사람이 일일이 뜨거운 화덕 앞에 서서 피자 반죽을 뒤집을 필요가 없도록 만든 것이다. 기존의 오븐보다 2배나 뜨거워 3분 만에 화덕 피자가 구워지도록 했지만, 동시에 돌판이 오븐 안에서 돌면서 사물 인터넷 센서로 온도를 측정해 피자의 일부분이 타거나 덜 구워지는 문제를 해결했다.

고븐에 피자를 넣는 모습. 기존 오븐보다 2배 가량 더 뜨겁다. /고피자

갓 구워낸 피자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나오면 ‘고봇 스테이션’에서 협동로봇의 팔이 피자를 알맞게 한입 크기로 자르고 소스와 파우더도 뿌려준다. 시간당 150판의 피자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 피자 매장 시스템보다 생산량이 두 배 가량 많다.

‘고피자’의 임재원 대표는 ‘고비스’를 소개하는 영상을 통해 “점주는 ‘고비스 세일즈 에널리스틱스 툴’을 통해 매출 분석과 수요 예측도 할 수 있고, ‘고에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매장 환경 체크도 가능하다. 본사와 점주가 매장을 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늘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외식업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고비스 같은 스마트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고객 불만이 터지고 나서야 나중에 수습하던 문제들을 터지기 이전에 미리 사전에 예방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가 있다.”고 말했다. 매장마다 피자 맛이 들쭉날쭉하거나, 피자 배달이 늦어지는 식의 자잘한 문제도 미리 보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엔데믹에 제격…사람 많은 주말일수록 ‘로봇’이 효자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엑스와이지가 운영하는 오픈형 무인 로봇 카페 '엑스익스프레스'./엑스와이지

올해 국내 최대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2′에 참가하는 기업 중 한 곳인 엑스와이지는 핸드드립 로봇 ‘바리스’를 개발한 업체다. 국내 최초로 로봇-바리스타 협업 카페 ‘라운지 엑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가 개발한 로봇 바리스는 늘 최적화된 핸드드립 커피 맛을 일관되게 내놓는다. 가령 어떤 원두로 커피를 만들 땐 물줄기를 나선형으로 움직여서 커피를 추출한다고 프로그래밍이 돼 있어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도 로봇은 유용하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흔들림이 없이 일 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신사옥에 무인 로봇카페 ‘엑스익스프레스(X-EXPRESS)’의 두 번째 매장도 냈다.

◇로봇이 만드는 맞춤형 화장품

맞춤형 화장품 제조를 인공지능 AI를 통해 하는 업체도 있다. 릴리커버라는 뷰티테크 회사는 ‘에니마’라는 로봇으로 2주 분량의 맞춤 에센스와 로션을 2~3분 내에 조제해 사용자에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한다. 에센스의 원료 배합이 2만5000가지나 되지만 로봇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무인시설에서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가 주문하자마자 갓 제조한 신선한 상태의 화장품으로 배송할 수 있다.

최근 인력난이 심각한 호텔 업계에서도 로봇은 계속 쓰이고 있다. ‘컴업(COMEUP) 2022′에 참가하는 또 다른 업체인 H2O호스피탈리티는 아날로그 방식의 호텔의 예약부터 객실 관리까지 AI와 로봇을 통해서 해결하는 아시아 최대 테크 기반 숙박·레저 기업이다. 한국·일본·베트남·태국에서 약 1만 5000개 객실을 위탁 운영하고 약 4만 개의 호텔 객실을 판매 대행한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에선 객실 살균을 UV로봇으로 해결하고 있다. 인공지능형 UV 살균 로봇을 도입해서 객실당 약 10분 가량씩 살균 작업을 맡기고 있다. 조선호텔에선 어메니티 배달을 로봇에게 맡기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