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구비 없어 모금까지…멀고 먼 ‘귀향길’
[앵커]
이역만리 타국에서 비보를 접한 외국인 희생자의 유족들이 속속히 한국에 입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국한 뒤에도 복잡한 서류작업과 값비싼 운구 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습니다.
신현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그냥 한국에 살고 싶었다", "무모하게 한국에 왔지만, 이런 내가 자랑스럽다"...
고려인 4세 박 율리아나 씨가 넉달 전 SNS에 올린 글입니다.
마냥 좋기만 한 '모국'으로 어머니도 모셔오고 싶다 했지만 그 바람은,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김순배/지인 : "(한국을 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 정착해서 러시아에 계신 어머니를 데려오고 싶은 계획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박 씨는 결국 숨을 거둔 채로 '본인이 다시' 고려인 마을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시신을 러시아로 운구하는 데만 7백 만 원 가량이 들어, 형편이 넉넉잖은 가족들은 막막함을 호소했습니다.
[쁘리마코바 따띠아나/지인 : "(시신을) 보내기 위해서 먼저 결제해야 하잖아요. 그만큼 아버님이 돈이 없죠."]
이 안타까운 사연에, 주한 러시아인 커뮤니티와 지인들이 발 벗고 '모금'에 나섰습니다.
[박 아루트르/아버지 : "금액이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위로의 마음을 전해주신 분들께 마음의 빚을 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돌아가게 된 박 씨.
하지만 그마저도 '느린 길'이 됐습니다.
전쟁으로 막힌 하늘길 대신에, 배편으로 '귀향'하게 됐고, 그렇게 박 씨는 어제 동해항을 떠나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습니다.
외국인 희생자들의 유족에게는 낯선 나라에서의 장례와 수습 절차 하나 하나가 고역입니다.
[조형식/서강대학교 한국어학원장 : "한국 학생들 같으면 장례식장을 바로 차려서 함께 했을텐데 외국인 학생들이다 보니까 가족들하고도 연락이 되어야 하는데 안되고..."]
이번 참사로 숨진 외국인은 26명, 그들 중 14명은 아직도 가족에게로 돌아가지 못하고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정형철 김중용/영상편집:김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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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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