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라도 찾아 보내주세요”…이역만리 애끓는 부모 마음

김세현 2022. 11. 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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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로 외국인들도 스무 명 넘게 희생됐습니다.

이 중 러시아 국적의 희생자들은 전쟁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숨을 거둔 딸의 흔적을 찾고 싶었던 부모의 요청으로 딸이 쓰던 휴대전화를 어렵게 찾았지만, 가족에 전하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김세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을 다니던 A씨는 '교환 학생' 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입국한 지 겨우 두 달.

이태원을 방문했다 참변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김찬호/OO대학교 관계자 : "사고를 당했던 소식도 저희가 듣고 있어서 알고 있고…."]

러시아에 있는 A 씨 부모는 아직 딸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항공편 대부분이 끊겨, 데리러 오는 것도, 시신을 운구해가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급한대로 유품이라도 챙겨 보내달라며, 주한 러시아대사관에 부탁했는데, 그 중에서도 '휴대전화기'를 꼭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딸이 남긴 마지막 생의 흔적들을 전화기 속 '사진'으로라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데니스 압드라쉬코프/주한 러시아대사관 총영사 : "자녀가 있다고 한다면, 그 소지품을 찾는 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전화기는 전원이 꺼져있었습니다.

이태원 현장에서 분실됐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이 때부터, 전화기를 찾기 위한 작전 아닌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유일한 단서는, A씨가 러시아에 남겨뒀던 휴대폰 '유심칩 사진' 한장.

러시아대사관은 한국 경찰에 SOS를 쳤고, 경찰은 이 유심칩 정보로 통신사에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원래는 제공이 엄격히 제한된 정보지만, 유족의 애끓는 마음을 고려해 전향적인 법 해석이 이뤄졌고, 그렇게, 잃어버린 전화기를 특정해낼 수 있었습니다.

[김재환/경찰청 외사기획정보과 경위 : "다른 분실된 휴대전화는 모두 유실물 센터로 이관이 됐는데 딱 하나, 그 사망자가 사용하던 기종과 똑같은 핸드폰이 용산 경찰서에 남아있어서,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고인'이 된 주인과 전화기는 고국으로 함께 돌아갈 수 없습니다.

대사관 측은, '시신 운구'와 '전화기 배송' 방법을 따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세현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 서다은 김현민/영상편집:위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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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기자 (weat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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