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뒤 이태원 참사 수습을 위해 정쟁을 삼가하자던 여야의 뜻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희생자를 사망자로, 참사를 사고로 대체한 것에 대해 '책임 축소'라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책임자 사퇴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감찰과 수사를 지켜본 뒤 판단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1. 표현 논란
지난달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희생자를 지칭하는 용어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정하고 공문을 내렸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당 회의에서 해당 대처가 “이태원 참사 자체를 축소하려는, 정부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태”라며 비난했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행정법에 근거한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1일 브리핑에서 “가해자 책임이 명확하게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희생자,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런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종현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2일 브리핑에서 “이태원이 관광지인데 '이태원 참사'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 줘 그 피해는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에게 갈 것으로 보고 '이태원 사고'로 하자고 합의했다. 지역명을 빼자는 의견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현수막의 문구도 지역·정당마다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장을 사용했다. 여당은 지역명 대신 핼러윈이라는 축제 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이태원이라는 지역명과 '참사'를 명시했다.
2. 경찰청 문서 논란
경찰청은 최근 '정책 참고자료'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SBS가 보도한 해당 문서에는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장례비·치료비·보상금' 관련 갈등관리 필요”, “(지자체 실무자의 반응은) 국민 애도 분위기 속 성금 모금을 검토하고 정부도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등 내용이 담겼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태원 사고 관련 긴급상황점검 및 대책 회의'를 열어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 및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긴밀히 협조해 사고 피해 수습과 피해자에 대한 구호를 위해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했다. 다음 날 열린 행정안전본부 중대본 브리핑에서는 장례비를 최대 1500만 원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3. “총체적 인재, 응당 책임져야” “죽상이더니 웃음기 가득”
민주당은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자 공세로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막을 수 없던 참사가 아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대통령, 총리, 장관 등 누구 하나 국가가 책임지지 못했다고 엎드려 사죄하지 않았다”고 맹공했다. 이어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그리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 파면을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3일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무능으로 인한 인재임이 명백해졌다”며 “총리를 비롯한 정부 당국의 무능함과 책임 회피성 거짓말은 반드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온갖 비리 의혹으로 죽상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이라며 “세월호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된다”고 했다. 또 “무슨 호재라도 만난 듯 연일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며 선동질에 여념이 없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부터 출근길 약식회견을 생략하고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3일과 4일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국무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동행했다. 연이은 조문 동행이 윤 대통령의 재신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재난안전 주무부처 장관 정도만 참석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