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車 대란] 배터리 공급망 ‘흔들’…전기차 출고 더 늦어지나

2022. 11.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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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기기간, 1년 이상이 기본
배터리 공급망 확보해야 생존 가능
황산니켈 시장 사실상 중국이 지배
신규 공장 짓고·공급망 다변화 박차
아이오닉6.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자동차 출고 대란은 전기차 시장에서 더 부각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급은 계속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튬, 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 확보 경쟁까지 치열해 내년 이후 전기차 출고 지연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려면 최소 1년이 넘는 대기기간이 발생한다. 이달 신차를 주문하면 현대차 아이오닉6는 18개월,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V60은 12개월을 각각 기다려야 한다. 기아 EV6도 14개월이 걸린다.

수입 전기차도 1년 대기는 필수가 됐다. 폭스바겐 첫 전기차 ID.4는 대기 기간을 1~2년 사이로 안내하고 있다. 이미 4000대가 넘게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국내 초도물량은 1300대에 불과하다.

지난 9월 출시된 아우디 Q4 e-트론과 Q4 스포트백 e-트론도 누적 계약 대수가 7000대를 넘어선 상황이라 현재 계약하더라도 내년에 차량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자동차용 반도체, 배터리 등 각종 부품 부족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생산 지연 등 악재가 겹치며, 완성차 업체들은 수요에 맞춰 생산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는 지정학적 요인 등 외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다. 이 때문에 업계는 앞으로 배터리의 안정적인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S&P 글로벌 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는 최근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전망(A reckoning for EV battery raw materials)이란 보고서에서 변동성이 큰 배터리의 영향으로 전동화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가 향후 10년간 업계 기술과 공급망의 핵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간 시장 수요가 2030년 3.4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생산량(0.29TWh)과 비교하면 무려 1072% 증가한 수치다. 특히 배터리를 만들려면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광산에서 금속을 추출·가공하는 과정에 있어 중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코가 지분투자한 호주 레이븐소프의 니켈광산. [포스코 제공]

배터리 양극재 제조에 사용되는 니켈은 고순도 니켈에 황산을 첨가한 황산니켈 형태로 투입되는데, 황산니켈로 전환하는 과정을 수행하는 16개 회사 중 11개가 중국에 있다는 설명이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2030년까지 이 분야의 회사 수가 최소 24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중 절반인 14개가 중국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올해 전 세계 채굴량의 절반가량이 채굴될 것이라 분석했다. 다만 DRC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감소하고, 향후 호주·인도네시아 등 국가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중국이 장악한 배터리 광물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이 미국에서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현대차 역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립 계획을 내놨다. 이 공장에서는 2025년부터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한다.

IRA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내 완성차 조립과 더불어 배터리 생산에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의 광물을 활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완성차 업체는 광산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광물 공급망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완성차 업계의 중요한 변화로 여겨진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공급망 불균형에 따른 생산 타격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이윤 폭 감소를 피하고자 완성차, 배터리 업체 모두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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