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루만이라도 안 아프고 죽는 것이 내 소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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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하루만이라도 아프지 않고 죽는 게 내 소원이야. 내가 이 말 하면 엄마가 속상할 것 같아 여태껏 한 번도 안 했는데, 엄마 울지마. 앞으로 다시는 이런 말 안 할게."
강원 춘천시 퇴계동에 사는 박모(52)씨는 얼마 전 힘겹게 속내를 털어놓는 딸 A씨(24)를 보며 억장이 무너졌다.
A씨는 생후 18개월에 X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X-linked hypophosphatemia·XLH)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질병을 진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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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개발됐어도 비급여…건강보험 적용 위해 국회 청원 나서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엄마, 하루만이라도 아프지 않고 죽는 게 내 소원이야. 내가 이 말 하면 엄마가 속상할 것 같아 여태껏 한 번도 안 했는데, 엄마 울지마. 앞으로 다시는 이런 말 안 할게."
강원 춘천시 퇴계동에 사는 박모(52)씨는 얼마 전 힘겹게 속내를 털어놓는 딸 A씨(24)를 보며 억장이 무너졌다.
20년 넘게 희귀질환과 싸워온 딸이 처음으로 죽음까지 얘기하며 아프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A씨는 생후 18개월에 X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X-linked hypophosphatemia·XLH)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질병을 진단받았다.
이 병은 국내에 환자가 채 100명도 안 되는 극 희귀질환으로 인의 대사에 관여하는 특정 호르몬이 과잉 생성돼 신장에서 인산염 소모가 늘어나 발생하는 유전병이다.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환자는 평생 심각한 근골격계 통증과 장애를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
A씨도 극심한 관절·근육 통증과 골격 변형, 척추 휨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고관절 변형도 심해 수술도 여러 번 했지만, 진행을 막을 순 없었다.
박씨는 경구 인산 보충제와 활성 비타민D 등을 4시간마다 투여해 병세를 막으려 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신장이 지금처럼 과도하게 인산염을 소모한다면 계속 인을 몸속으로 넣어줘야 하고, 장기간 지속하면 신장 석회화와 부갑상샘 수치 상승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까닭이다.
실제로 A씨는 기존 치료제를 더는 쓸 수 없을 정도로 부작용이 나타났고,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서 지내고 있다.
박씨는 딸의 고통을 20년가량 지켜보는 와중에 어둠 속 빛 같은 소식을 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저인산혈증 구루병·골연화증 치료제인 '크리스비타'를 승인한 것이다.
하지만 1년 치 약값이 2∼3억 원가량 들어가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처리가 되지 않아 다시 좌절해야 했다.
이에 지난달 17일 국회에 'XLH 치료제 크리스비타것이 신속 사용 승인'에 대한 국민 청원을 올렸다.
박씨는 5일 "죽음 같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지내고 있는 XLH가 환자와 그 가정을 위해서는 크리스비타의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하다"며 "청원을 진행하면서 같은 아픔을 겪는 환자 가족이 적지 않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청원은 이달 17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오전까지 9천500여 명이 동참했다.
5만 명의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위원회가 심사하게 된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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