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 가출 여학생들에게 20대 남성이 한 말 "내가 왕이야"

10대 여학생들과 '왕게임'…피해자 중학 1·2학년
법원 "인격 발전에 부정적 영향…성적 학대 해당"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게임에서 이겼으니 내가 왕이야."

2019년 어느 여름밤. 20대 남성 A씨와 B씨가 10대 가출 여학생 C씨·D씨와 경기 성남의 가정집에 모여 게임을 했다.

말이 게임이지 건전한 놀이가 아니었다. 왕을 정하고 그 왕이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이른바 '왕게임'이었다. 왕은 게임에서 진 사람들에게 입고 있는 옷을 벗으라고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모두 옷을 벗게 됐다. A씨와 B씨는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결국 이들은 성관계를 했다.

A씨와 B씨는 수사를 받았다. A씨는 범행 당시 피해자들을 각각 고교 1학년, 중학 3학년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발뺌했다. 피해자 C씨에게도 그렇게 진술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당시 C씨와 D씨는 각각 만13세(중학교 2학년), 만12세(중학교 1학년)에 불과했다.

B씨도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들이 왕게임에 동의했으며 합의에 의한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리어 두 사람을 꾸짖었다.

재판부는 "성인이었던 피고인들이 게임을 명목으로 만13세, 만12세에게 문란한 성관계를 하도록 지시한 것은 학대행위"라면서 "성과 관련한 자율적 인격 발전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나무랐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나 사리분별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나이임을 잘 알면서도 성적학대를 했고 별다른 문제의식도 갖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