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어 된 '핼러윈'…망각만이 해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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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언급이 하나의 금기가 되고 있다.
방송가를 중심으로 사고 이전 핼러윈 영상까지 내려가는 등 관련 콘텐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다.
구독자 197만명 유튜버인 프리지아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계정을 통해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 사고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슬픔을 함께하고자 애도의 뜻으로 지난 28일 업로드된 핼러윈(ASMR)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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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언급이 하나의 금기가 되고 있다. 방송가를 중심으로 사고 이전 핼러윈 영상까지 내려가는 등 관련 콘텐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다. 전문가들은 핼러윈 자체를 감추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5일 방송가에 따르면 다수 예능 프로그램이 참사 이전 방영분에서 핼러윈 관련 장면을 들어내고 있다. KBS2TV '홍김동전'은 지난달 23일 핼러윈 파티 살인사건 특집으로 진행했는데 해당 회차 재방송과 다시보기, VOD·IPTV 서비스를 중단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28일 방송분에 핼러윈 파티하는 모습이 실려 다시보기 서비스 등을 멈추고 클립영상도 삭제했다.
유튜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된다. 구독자 197만명 유튜버인 프리지아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계정을 통해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 사고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슬픔을 함께하고자 애도의 뜻으로 지난 28일 업로드된 핼러윈(ASMR)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예정됐던 핼러윈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이를 설명해야 하는 부모들에게도 핼러윈은 기피 대상이 됐다. 네살배기 여아를 키우는 이모씨는 "핼러윈 호박이 들어간 옷을 샀는데 참사 이후 입지 못하게 하니 아이가 왜냐고 물었다"며 "자세한 얘기는 못할 것 같아 '안 예뻐서 그렇다'고 둘러댔다"고 밝혔다.
대중의 반응은 엇갈린다. 직장인 이경용씨(31)는 "사고에 대한 내용은 가리는 게 맞겠지만 핼러윈이라면 무조건 감추게 되면 개선도 없고 이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 핼러윈 가리기에 동참하지 않는 이들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승혁씨(28)는 "사고 이전의 핼러윈 영상까지 내리게 되면 그렇지 않은 누군가를 향해서 돌팔매질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추모 분위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직장인 A씨(28)는 "벌써부터 핼러윈을 떠올리기에는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유족들도 아직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고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들도 있는데 지금처럼 관련 콘텐츠를 내리고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참사 직후인 만큼 초기에는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핼러윈 자체를 가리기보다 기억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국민의 트라우마 우려가 있는 상황이고 초기에는 관련된 콘텐츠 노출을 지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향후 핼러윈 문화 자체를 없애거나 관련 동영상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핼러윈 뿐 아니라 어떤 행사든 대규모로 인파가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수칙을 교육하기 위해서라도 기억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핼러윈이 참사의 본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참사를 딛고 나아가려면 관련자를 처벌하고 책임 있는 사람은 사과를 하는 등 사회적 위기를 수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참사의 경위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지 핼러윈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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