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 숲속 낭만 즐길만한 경기도 여행지는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푸른 창공과 오색 단풍 든 나무들, 길 위를 수놓은 낙엽에서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꽉 막힌 실내에서 창밖 풍경만 감상하기에는 아까운 계절이다.
해야 할 일이 쌓인 일상과 세상의 숱한 소음을 뒤로한 채 자연의 향기가 가득한 곳으로 길을 떠난다.
새하얀 수피가 눈 시리게 아름다운 자작나무숲, 피톤치드 향이 상쾌한 잣나무 숲, 장이 느릿느릿 익어가는 농촌 마을 등 가을 풍경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곳을 목적지로 삼아 거닐어 본다. 여행길에선 번잡한 마음을 잠시 비워두자. 경기도의 작은 숲을 거닐며 마주한 풍경을 마음속 창에 듬뿍 담아 와야 할 테니.
경기관광공사가 본격적인 추위가 다가오기 전 숲속 낭만을 즐길만한 도내 여행지 4곳을 소개했다.
◇가을 햇볕에 반짝이는 순백의 자작나무숲 <양평 서후리숲>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순백의 숲을 마주한다. 때 이른 눈이 와서가 아니라 사계절 내내 새하얀 자작나무 군락 때문이다. 양평의 옥산(578m)과 말머리봉(500m)에 감싸 안긴 서후리숲은 경기도에서 드물게 자작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BTS가 지난 2019년 달력 사진을 찍으면서 더욱 유명하며 잔디밭·원형 테이블·자작나무숲 등 BTS가 화보를 찍은 지점에 사진을 전시해 팬들이 인증 샷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숲 탐방로는 두 개의 코스로 돼 있는데 자작나무숲에 가려면 A코스를, 시간이 부족하거나 노약자가 있다면 B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계곡 옆길을 따라가는 A코스는 제법 경사가 있어 1시간 동안 등산하는 맛이 나고, 침엽수림 중심의 B코스는 30여 분간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어느 코스든 모든 길이 일방통행이어서 다른 이들과 마주칠 일이 적으니 고요한 숲을 온전히 차지할 수 있다. 서후리숲에는 자작나무·메타세쿼이아·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권역별로 자란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마다 하얀 벤치를 두어 그림 같은 자연을 즐기게 한 덕에 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황금빛 논 뷰에서 찾은 안식이 되는 순간 <양주 로슈아커피>
요즘은 농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논밭 뷰’ 카페가 대세다. 꽉 막힌 빌딩 숲을 벗어나 농촌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다. 양주 나리공원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로슈아커피는 SNS에서 인기인 논 뷰 카페다.
광야를 콘셉트로 한 카페 2층 ‘미드바르’는 기둥 하나 없이 탁 트여 꾸밈을 절제한 비움의 미학을 살렸다. 낮은 의자를 ‘ㄷ’ 자로 두르고, 한쪽 면을 큰 창으로 내어 논이 그림처럼 담긴다. 창 너머 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구도가 바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그 포토존이다.
높디높은 가을 하늘 아래, 하루가 다르게 황금빛으로 물드는 논 풍경은 1년 중 이맘때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논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안식이 되는 순간이 찾아든다. 1층 테라스는 선 베드를 닮은 의자에 몸을 누인 채 코앞의 논을 마주할 수 있는 또 다른 명당이다.
논 풍경뿐만 아니라 커피 맛도 만족스럽다. 진한 에스프레소와 달콤 고소한 초당 옥수수 크림이 잘 어울리는 초당로수수라떼가 대표 메뉴이다.
◇그림책에 파묻혀 한없이 느려질 거예요 <연천 굼벵책방>
연천군청에서 차로 6분 거리의 굼벵책방은 ‘느림이 허락되는 곳’이 콘셉트인 그림책 서점이다. 올 3월에 문을 연 책방은 외진 길을 달려 그림책 세계에 발을 디딘 이들을 따스하게 맞이한다. 예약 시 공간 이용료를 결제하면 웰컴 티와 함께 3000여권의 국내외 그림책, 아트북, 그림책 관련 에세이와 잡지를 마음껏 읽을 수 있다.
푸른 잔디밭 위 붉은색 전원주택인 굼벵책방의 모습은 그림책에서 볼 법한 평화로운 정경이다. 165㎡(50평) 규모의 책방은 판매용 서가와 복도, 전시실, 열람용서가 등 공간을 살뜰히 구분했다.
책방지기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곳은 전시실, 모두가 인생 그림책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신간 그림책을 비치한 판매용 서가와 조붓한 복도, 밀실 같은 전시실을 지나면 열람용 서가가 나타난다. 그림책을 탐독할 수 있는 공간이자 통창 너머 연천의 자연이 와락 안겨드는 휴식처다.
여기선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빈백에 몸을 폭 파묻은 채 그림책과 통창에 담긴 성산 자락을 번갈아 보는 일. 그림책과 자연이 물꼬를 터주었으니 이내 내 안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순간을 마주할 것이다.
◇수령 90년 이상 잣나무 숲에서 피톤치드 샤워 <가평 경기도 잣향기푸른숲>
수령 90년 이상의 잣나무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사방을 에워싼 경기도 잣향기푸른숲. 도내 15개 산림 휴양지 중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숲이라고 소개하는 해설사의 설명 덕분인지 삽시간에 마음이 상쾌해진다.
축령산(886m)과 서리산(832m) 사이 해발 450~600m에 자리한 숲은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대부분이지만 걷기가 고되지 않은 것은 무장애 나눔길과 데크로드 덕분이다. 무장애 나눔길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걷기 좋은 널찍한 나무데크길로, 잣나무 군락과 계곡물 소리가 동행이 돼 준다.
숲에서 가장 높은 곳엔 물가두기 사방댐이 있다. 축령산 일대의 산불 진화를 위한 취수원으로 조성했는데 수면 위에 하늘이 드리운 풍광이 시선을 붙든다.
잣향기푸른숲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산림치유 시설이기도 하다. 홈페이지 예약을 통해 숲 해설·산림치유·목공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참가자가 숲 지도를 보고 10개 이내 지점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비대면 프로그램 ‘잣티어링’ 등을 무료(목공체험 재료비는 자부담)로 즐길 수 있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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