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략자산 ‘계속 자주 온다’···‘확장억제' 실효성 강화로 '나토식 핵공유' 효과
북한 폭주로 한미간 확장 억제 실효성 강화
북한 핵사용 시나리오 상정 DSC TTX 연례화
한미간 대규모 연합야외기동훈련도 재개키로
한국과 미국이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이 와중에도 북한은 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군용기 약180대를 전술조치선 이북 내륙과 동·서해상에 띄우며 무력 시위를 이어갔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 폭주에 한미는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매년 실시하고 한미 간 대규모 연합야외기동훈련도 재개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한미연합훈련의 ‘지속·유지’ 방침이 1년 만에 ‘재개·확대’로 바뀌고 북한이 핵 도발을 감행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명시하는 등 공동성명은 보다 강하고 단호해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열린 SCM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능력과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4대 부문의 공조로 한미는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에 확장 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특히 “한반도와 그 주변에 전략자산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미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오스틴 장관도 “전략자산이 정기적으로 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또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안보협의회의(SMC)에서 도출된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의 ‘확장 억제’ 강화책은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 체계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펜타곤)에서 서명한 공동성명에는 한미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 및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등 분야별로 동맹의 능력과 태세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매년 실시하고 한미 간 대규모 연합 야외 기동훈련도 재개하기로 한 것은 나토식 핵 공유에 버금가는 확장 억제 체계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례 훈련 방식이던 TTX는 지난 5년간 두 차례밖에 실시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상적인 훈련이 여의치 않은 시기였다는 점도 감안됐지만 임기 말까지 종전선언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이 민감해 하는 연합훈련을 비롯한 TTX에 소극적인 탓이 컸다.
이번에는 갈수록 수위를 높이는 북한의 무력 도발과 임박한 제7차 핵실험까지 한반도 군사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간 인식 차가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흔들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불변한 형편에서 한국 영토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TTX 정례화 등을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의 확대와 전술 자산의 상시화는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만 빠졌을 뿐 나토식 핵 공유보다 협력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갖춘 핵 능력과 공격 감행 의지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확장 억제로는 부족하다”며 “나토식 핵 공유를 통해 북한에 대한 심리적·군사적 억지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북한이 공세적으로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뒤 북방한계선(NLL) 남쪽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쏘면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힘을 얻는 상황이었다.
물론 미국 정부의 동아시아 핵 균형 전략상 전술핵 배치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확장 억제 협력을 강화해 실행력을 높인다는 것은 일종의 타협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이는 국내에서 커지고 있는 미국 핵우산 대한 우려를 가라앉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TTX 훈련이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했다는 점에서 ‘핵우산 연습 정례화’라는 의미도 갖는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DSC TTX를 연례적으로 개최해 동맹의 의지와 능력을 현시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TTX는 미국의 핵투발 수단인 전략폭격기와 핵추진잠수함, 미사일 방어 전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핵우산 강화로 전략자산 상시 배치 수준의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당국은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찾기로 했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해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수준에 준하도록 운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 정상회담에서 ‘적시·조율된 방식의 전략자산 전개’ 합의가 도출되고 F 35A 스텔스 전투기,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 3000톤급),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760·6000톤급)이 공개적으로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동성명에서 정보 공유까지 분명히 한 만큼 장기적으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구성된 파이브아이즈(Five Eyes) 협력 수준으로 한미 정보 공유 수준 향상도 모색할 수 있다.
한미 국방장관은 아울러 내년도 SCM 이전에 북한의 새로운 위협을 반영한 맞춤형억제전략(TDS)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에서 상당한 진전을 달성할 것을 권고했다. TDS는 북한 지도부 특성과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고려해 한반도 상황에 맞게 최적화된 한미 공동의 억제 전략으로 현행 TDS는 2013년 처음 작성됐다. 공동 기획 협력에 따라 9년 만에 TSD는 보다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부는 “국방 당국 간 공동 기획에 따라 군사 당국 간 계획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개정된 맞춤형 억제 전략이 군사 당국의 지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빠른 시간 안에 개정 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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