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상①]2년 만에 꺾인 수출…'韓 경제 동력' 위축 우려
기사내용 요약
중국·반도체 수출 감소 여파…장기화 우려
中 수출 5개월 연속 감소…반등 어려울 듯
반도체값 하락에 반도체 수출도 마이너스
원유값 상승 요인 지속…무역 적자 부채질
환율급등에 수입 물가도 계속 오를 수밖에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우리나라 수출이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한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단기간에 반전이 어려워 보인다.
수출 주도로 성장한 우리 경제의 동력이 멈춰서면서 시장에서는 고물가 속에서 구조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수출 증가율이 감소로 전환한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0월 이후 24개월 만이다.
이 같은 수출 감소는 최대 수출 국가인 중국의 수입시장 위축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5.7% 줄어든 121억6000만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 6월(-0.8%), 7월(-2.7%) ,8월(-5.3%), 9월(-6.5%)에 이어 5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 감소는 반도체(-23.3%), 석유화학(-20.5%), 일반기계(-27%), 철강(-4.9%) 등 주요 품목 수출이 '제로 코로나' 영향으로 일제히 쪼그라든 영향이다.
중국 수출이 중국 산업 경기 둔화와 연계돼 있는 만큼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제조업 활동성을 측정하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9.2로 전월 대비 0.9포인트(p) 하락해 시장 예상치(50.0)를 밑돌았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액(92억2800만 달러)도 지난해 4월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 100억 달러 선이 붕괴되면서 위기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8월(-7.8%), 9월(-5.7%)에 이어 10월(-17.4%)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반도체 수출 부진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재고 누적 등으로 우리 주력 상품인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지난달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 가격(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은 2.21달러로, 전월(2.85달러) 대비 22.46% 내렸다.
낸드플래시도 거래 가격이 지난 6월 이래 5개월 연속 내림세다.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 고정거래 가격은 이달 평균 4.14달러를 기록, 전월(4.30달러) 대비 3.73% 내렸다.
반면 지난달 수입은 591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9.9%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67억 달러 적자로,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연간 누적 적자 규모는 365억 달러로 이미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의 급등 영향으로,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지난해(109억3000만 달러) 같은 기간 보다 42.1% 증가한 155억3000만 달러로 수입액 증가를 이끌었다.
다만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무역수지 적자 수렁에서도 빠져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높은 국제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액을 떨어뜨릴 만한 요인도 없다.
이달 원유국들의 감산 결정에 이어 이란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임박설까지 제기되면서 연말 국제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는 우리나라의 최대 원유 도입국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3.75∼4.00%로 0.75%포인트 올리면서 추가 환율 상승 압박까지 가해지는 점도 부담이다. 높은 환율은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수입물가지수는 154.38로 전월 대비 3.3% 올랐다.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444.2원까지 치솟았던 만큼 추가 인상이 전망된다.
우리 경제는 '보복 소비' 등으로 회복세를 간신히 이끌어왔지만, 수출 부진 계속된다면 경기 하강이 더욱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김진태 강원도지사발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동맥경화'까지 오면서 기업 심리마저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분기 0.6%, 2분기 0.7%, 3분기 0.3% 성장했다. 3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인상, 수요둔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우리 수출입 여건이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 단가 급락 등 글로벌 IT 경기 위축이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수출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기 여건이 개선될 경우 우리 수출이 빠르게 증가세로 반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수출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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