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돋보기](17) 인천 개항장으로 떠나는 150년 시간여행
[※편집자 주 =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국내에서 신문물을 처음 맞이하는 관문 도시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최초'의 유산만 보더라도 철도·등대·서양식 호텔·공립 도서관·고속도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는 이처럼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서린 박물관·전시관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30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1883년 개항 이후 서구의 다양한 문물이 쏟아져 들어온 인천 개항장에는 아직도 한국 근대사의 생생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인천항과 개항로가 있는 지금의 인천 중구는 열강들의 한반도 진입과 관련해 정치·외교·경제·문화의 중심지였다.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렸던 조계지가 있었고 각계 고위층이 모여 살았던 인천의 도심이었다.
이곳에는 한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수많은 인물과 사연이 빚어낸 근현대의 감성이 넘쳐난다.
인천시는 개항기 건축물인 제물포구락부, 인천시민애(愛)집을 비롯해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 등이 있는 중구 송학동 일대를 역사산책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항기 외국인 사교클럽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맥아더 장군 동상이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자유공원에서 울창한 숲 사이로 난 돌계단을 내려오면 유럽풍의 아담한 2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개항기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의 사교모임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1901년 지은 제물포구락부(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다.
구락부는 클럽(Club)을 일본식 가차음이다. 이 건물은 러시아 출신 건축가 사바찐(Sabatin)이 1900년 설계해 이듬해 6월 완공됐다. 당시 내부에는 사교실·도서실·당구대·식당 등을 갖췄고 외부에는 테니스장을 설치해 사교모임에 적합하게 꾸몄다.
이원영 제물포구락부 관장은 "제물포구락부는 미국·러시아 등 외국인들이 1891년 발족한 사교구락부가 다른 건물을 쓰다가 새 회관을 지어 옮겨온 장소"라며 "당시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질서에 첫발을 내디딘 대한제국의 외교공간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제물포구락부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1914년 조계제도가 폐지되면서 외국인 사교클럽의 기능을 상실했고 이후 일본부인회관(1934년), 주한 미군 장교 클럽(1945년), 인천시립박물관(1953년), 인천문화원(1990년)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었다.
121년이 흐르는 동안 건물 내부는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외관은 그대로다. 인천시는 2007년 시민에 개방한 뒤 2020년 리모델링을 마쳤다.
제물포구락부 1층은 전시회·재즈·영상 감상실로 탈바꿈했고 2층은 제물포구락부와 개항장의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쉼터와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제물포구락부는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 무료 관람할 수 있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17명 인천시장 거쳐 간 관사도 시민 품으로
제물포구락부와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인천시민애집은 인천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옛 시장관사다. 중구 신흥동에 있던 시장관사가 1966년 지금의 위치인 송학동으로 옮겼다.
이 관사 터에는 원래 1901∼1916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인 사업가의 2층 구조로 된 별장이 있었다. 이 건물은 해방 후에는 서구식 레스토랑과 사교클럽 등의 용도로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자리에 단층 구조로 새로 지어진 한옥 관사에는 2001년까지 모두 17명의 인천시장이 거주했다. 이후 2020년까지 인천역사자료관으로 운영되다가 시민 개방을 결정하고 2021년 7월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인천시민애집이라는 명칭은 지난해 온라인 투표에서 '인천시민의 집' 등 다른 후보 명칭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최종 선정됐다.
인천시민애집은 지하 1층·지상 1층으로 이뤄졌으며 전시실·영상실·북쉼터·조망데크·휴게공간·야외정원 등의 시설을 갖췄다.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국 건축 거장이 설계한 주택…열린공간으로 변신
인천 개항장에 있는 이음1977은 한국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해 1977년 준공된 주택이다. 김수근은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하기도 했다.
이음1977은 인천시 산하 공기업인 인천도시공사(iH)가 2020년 민간 소유주로부터 사들인 뒤 '근대 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 1호로 추진해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단장해 올해 6월 공식 개관했다.
이 집은 거친 질감의 파벽돌과 동양적 아치 구조, 자연 채광을 최대로 살린 다양한 형태의 창 등 수려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선종락 이음1977 매니저는 "이음1977은 인천의 근대건축문화자산을 보전하는 동시에 지역의 문화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라며 "인천의 예술인과 시민 모두에 열린 문화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음1977은 오전 10시∼오후 5시 운영되고 매주 월요일 문을 닫는다. 내부에서 진행되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 관련 정보는 이음1977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ieum1977)에서 확인할 수 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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