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 이러다 '4세대 만년 유망주' 될라[★FOCUS]
대체적으로 4세대 아이돌, 정확히는 3.5세대 아이돌로 분류되는 K팝 그룹은 2018년 이후 데뷔한 팀들을 포함한다. 참고로 이 세대 분류의 출발점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정점을 찍고 이를 H.O.T가 바통을 이어받은 1990년대 중후반이었다. 이후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2NE1으로 대표되는 2000년대 중후반의 2세대 아이돌이 새로운 K팝 한류의 붐을 이끌면서 세대 분류도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2세대 아이돌의 대성공은 K팝 글로벌화와 함께 동시에 K팝 서브컬쳐화의 시작을 알리기에 이른다. 이후 이 대성공의 정점은 바로 2010년대 초반 시점에 데뷔했던 엑소와 방탄소년단, 그리고 국내에서 맹활약했던 씨스타, 미쓰에이, AOA 등으로 연결됐다. 이들은 2세대를 뛰어넘는 2.5세대 아이돌로 분류됨과 동시에 K팝 팬덤 규모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러왔다.
이들의 활약에 3세대 이후로 분류되는 아이돌의 경우 명확해진 정체성에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훨씬 어려워진 세계관을 장착했고 안그래도 포화상태였던 K팝 신은 더욱 거침없는 레드오션이 됐으며, 이 시점에 데뷔한 K팝 그룹들의 목표지점은 포스트 엑소를 거쳐 포스트 BTS와 포스트 블랙핑크가 됐다.
팬덤 입장에서는 볼거리가 많아짐에 그 재미로 즐거워질 수는 있겠으나 관심이 없거나 좋은 노래를 찾고자 하는 대중에겐 "노래도 공부를 하고 들어야 하느냐"라며 복잡해진 콘셉트에 피로감만 더 늘어날 뿐이었다. 이에 절묘하게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의 인기가 대중적으로 더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지점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보이그룹이 롱런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1020 소녀팬들(과 30대 이상이 된 당시 1020 소녀팬들)이 대부분의 팬덤을 차지하는, 바로 이 충성도 높은 팬덤인데 반해 안구 정화를 불러일으키는 비주얼과 비현실적인 섹시함을 겸비하며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 남녀노소를 모두 아우르는 데 유리했던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대중성 확보가 수월한 편이었다.
3, 4세대(정확히는 3세대와 3.5세대) 주요 보이그룹 및 걸그룹의 활약도를 전체적으로 판단했을 때 최근까지 3세대에서는 스트레이키즈, NCT, 에이티즈가, 걸그룹에서는 블랙핑크, 레드벨벳, 트와이스 정도가 세대를 대표한다고 볼수 있다. 4세대의 경우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점한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의 3대장 활약 구도가 명확하게 보여진 반면 4세대 보이그룹의 경쟁은 아직 이에 맞설 만한 대항마를 떠올리기가 가웃거려진다.
(팬덤이 아닌 기준에서) 그나마 눈여겨 볼만한 팀이라면 '방탄소년단 남동생'이라는 타이틀로 주목을 받았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엔하이픈이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경우 부담감이 훨씬 컸었다. 방탄소년단의 대성공을 지켜보며 그 뒤를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의 무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기에 감안은 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현재까지 성적표는 일단 아쉬움으로 남는다. 빌보드 200 차트 진입이나 오리콘 차트에서의 유의미한 성적들도 다수 있었긴 하지만 과연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팀 본연의 실력으로 이 2가지를 가져왔냐라고 묻는다면 쉽게 YES가 나오지 않는다. 메인 앨범 차트인이나 밀리언셀러야 매우 대단한 성과임에는 틀림없지만, 음원차트에서의 존재감은 사실상 전무하다.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아는 노래가 없거나 히트곡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대중적인 그룹이라는 이미지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보다 1년 늦게 데뷔한 엔하이픈의 경우도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나 방시혁 대표가 직접 현장에 나서며 제작에도 직접 진두지휘를 했을 정도로 힘을 실어줬던 엠넷 '아이랜드'가 2%의 시청률조차 찍지 못하고 종영을 했다는 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었다.(첫회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이었다.) 결코 대중이 방탄소년단이나 방시혁 대표가 밀어준다고 해도 이 지원사격을 뛰어넘는, 그 주인공만의 실력과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등을 돌린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굳이 변호를 하자면 당시가 엠넷 '프로듀스 101' 투표조작 논란 이슈 여파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심지어 그 흔한 오디션빨 핑계도 이젠 먹히지 않는다. 비슷한 포맷을 론칭하며 JYP가 내놓은 스트레이키즈는 성장형 아이돌로 자리를 잡은 끝에 결국 빌보드 200 차트 1위 타이틀을 2차례나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반등 타이밍이 분명히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앨범 커리어가 실패라고 단정짓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도 있는 이유는 엔하이픈이 '범 하이브' 소속으로 출발했기 때문인 것도 크다. 소위 대형 소속사를 등에 업고 성공을 한 것 자체만으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엔하이픈은 결국 이를 시너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미 3.5세대 아이돌 경쟁은 치열해질대로 치열해졌고, 먼저 치고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나 만만치가 않다. 아이브나 르세라핌처럼 확 눈에 띄는 멤버의 인지도로 힘을 얻던지, 세대를 뚫는 기가 막힌 음악성의 히트곡으로 대중을 사로잡든지 해야만 할 것 같다. 아쉽게도 갈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좋게 말하면 아직 포텐이 터졌다고 보지 않았다. 반대로 안 좋게 말하면, 만년 유망주가 될까봐 걱정은 된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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