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물로 열흘 버텨 ‘기적’ 생환…베테랑 매몰 광부들 ‘생존 정석’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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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환경 넘어선 인간의 생존력.
가족과 국민을 애타게 했던 경북 봉화군 광산 붕괴사고 고립 작업자 조장 박씨(62)와 보조작업자 박씨(56)가 사고 열흘만인 4일 오후 11시께 기적처럼 생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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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환경 넘어선 인간의 생존력. 가족과 국민을 애타게 했던 경북 봉화군 광산 붕괴사고 고립 작업자 조장 박씨(62)와 보조작업자 박씨(56)가 사고 열흘만인 4일 오후 11시께 기적처럼 생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봉화군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작업 중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쏟아지며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
외부와 단절된 암흑 속에서 어떻게 열흘을 버틸 수 있었을까.
우선 갱도에서 흘러나온 물과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가 생환의 밑거름은 확실하다.
작업자들은 구조된 뒤 가족들에게 커피믹스를 조금씩 물에 타 서로 나눠서 한 모금씩 마시고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식수로 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민주 경일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의학계에서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 생존능력을 333 법칙으로 설명한다.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 동안 생존할 수 있다"면서 "커피와 지하수 공급이 생환에는 굉장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창호 경북대학교 칠곡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체중,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물을 안 먹고는 5~7일을 살고, 음식을 안 먹고는 3주는 버틴다"며 "이번에 생환하신 분들은 커피 가루와 충분한 물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생환자들은 구조를 기다릴 때 가장 중요한 삶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고립 작업자들은 다른 갱도로 탈출할 수 있는지 수일간 계속 헤매고 다녔으며 조장 박씨는 발파 소리를 들은 뒤 "어딘가 뚫리겠구나, 일단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마음가짐을 생환의 주요 요인으로 봤다.
강 교수는 "고립 후 생환한 사람의 공통점으로 발견된 것이 '삶에 대한 건강한 의지'였다는 뉴스의 내용이 기억난다. 건강이나 기질도 변수가 되겠으나, 생환의 가장 큰 이유는 힘겨운 순간에도 살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립된 작업자들은 마음가짐에 더해 행동 요령도 정석을 따랐다.
구조대에 따르면 구조 당시 작업자들은 안전한 곳에서 주변의 비닐을 이용해 천막을 치고 마른 나무를 구해 모닥불을 피워두고 구조를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호 교수는 고립상황에서의 생존요령에 대해 "에어버블과 같이 호흡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물 등의 생존에 필요한 먹을 것을 찾아서 희망을 품고 기다려야 한다"며 "그리고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조건이 맞았지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들의 생환을 '기적'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일단 매몰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을 해야 할 공기의 양이 떨어지기에 하루하루 생존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강 교수도 "당연히 기적이다. 매몰 같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은 야생(생존) 본능이 발휘된다. 이런 생존 본능과 함께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기적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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