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책잡힐라, 대한항공 활발한 노선 분배 협상

[머니S리포트- 응답 없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②] 독과점 문제 선제 해소 차원… 유럽·미국 등과 업무협약

[편집자주]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지지부진하다.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를 순차적으로 끝내며 합병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영국·일본 유럽연합(EU) 등 마지막 고비가 남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과거 기업결합 승인 사례가 있지만 조건부 승인인 만큼 대한항공은 마지막까지 고삐를 죄야 한다. 독과점에 민감한 EU를 어떻게 설득하는지도 관건이다. 대한항공은 활발한 노선 분배 협상으로 심사 통과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갈수록 빚이 늘어나는 아시아나항공의 재정상황이 부담스럽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 짓기 위한 활발한 노선 분배에 나섰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대한항공 화물기와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여객기. /사진 =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결합 관건은 독과점 민감한 EU 설득
②심사 책잡힐라, 활발한 노선 분배 협상
③이러다간 대한항공은 '승자의 저주'
시장경쟁 체제에서 자본력을 갖춘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인수합병해 수익 증대 및 비용 절감을 도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 상황은 다르다. 항공사의 합병으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 다른 항공사의 먹거리(노선)를 침해할 우려가 발생되기 때문에 독과점(경쟁 제한성) 여부를 판단해 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지연되는 이유 역시 해외 경쟁당국이 해당 사안에 대한 심사가 꽤 까다로운 기준으로 진행 중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승인도 독과점 여부를 얼마나 해소하는 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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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마무리 수순… 해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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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을 노린다. 덩치를 키워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하고 두 회사의 장점을 키우면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 같은 계획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결정에 제동이 걸렸다. 올 초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으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국내외 여객 노선에 대해 10년 동안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허용 횟수)·운수권 이전 등의 조치를 내렸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결정으로 당장의 시너지는 기대할 수 없게 됐지만 노선 경쟁 제한 요소를 제거하는 일은 항공사 결합의 필수 요소인 만큼 노선 분배를 통해 까다로운 심사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대신할 대체 항공사를 제시하기 위해 여러 항공사와 접촉했다. 외국 항공사를 비롯해 국내 LCC와도 활발한 협상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최근 국내 LCC와 유럽·미국 노선 운항에 대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디자인=이강준 기자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는 신생 국적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지난 10월29일 주 5회 운항 일정으로 취항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형항공사(FSC)의 고품질 서비스와 저비용항공사(LCC)의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중장거리 전문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를 표방하는 항공사다.

해당 노선은 여객·환승객 모두 최다 실적을 기록해온 알짜 노선으로 꼽힌다. 그동안 해당 노선은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대형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해왔다.

이번 에어프레미아의 취항은 새로운 형태(HSC)의 국적항공사의 미주 노선 진입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이후에도 단일항공사의 노선 독점을 방지하고 건전한 경쟁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미국의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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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발 시드니·런던 노선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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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인천-LA 노선에 에어프레미아 외에도 베트남 항공사의 해당 노선 취항도 추진 중이다.

베트남 항공사가 인천-LA 노선 운항에 나서려면 두 나라 정부가 항공회담을 통해 이원권(항공협정을 체결한 두 국가의 항공사가 자국에서 출발해 서로의 국가를 경유한 뒤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을 배분해야 해 불발 가능성도 있다.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외항사 운항 확대로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천-시드니 노선은 국내 LCC 티웨이항공이 가져갔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12월23일부터 주 4회 일정으로 해당 노선에 새롭게 취항한다. 티웨이항공의 첫 장거리 노선이자 국내 LCC 최초의 인천-시드니 노선 취항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매듭 짓기 위한 노선 분배에 한창이다. 사진은 최근 열린 에어프레미아의 인천-LA 노선 취항행사. /사진=에어프레미아

인천-시드니 노선은 호주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호주의 콴타스·제트스타항공이 신규진입 계획을 밝히면서 독과점 우려가 해소돼 기업결합이 승인됐다.

인천과 영국 런던 노선에는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이 운항을 추진 중이다. 버진 애틀랜틱은 대한항공이 속한 글로벌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에 내년 초 합류한다.

대한항공은 버진 애틀랜틱이 인천-런던 노선을 운항하면 합병 이후 대한항공의 독과점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은 영국 국적의 항공사의 해당 노선 취득이 유력한 만큼 이달 중순 나올 영국의 심사 결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

스카이팀 의장을 맡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9월 영국 출장길에 올라 런던에서 개최된 버진 애틀랜틱의 스카이팀 가입 발표 행사에 참석했다.

조 회장은 경쟁 당국 및 유럽 항공업계 관계자 등과 만나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당위성 등을 설명하며 심사 통과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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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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