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숲 어설픈 협객 정체에 "애쓴다"…中 이런 영상 쏟아지는 이유[김지산의 '군맹무中']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 11. 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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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중국 무협 영화 주인공 같다.

중앙 정부 문화여유부 자료를 보면 2021년 중국 국내 관광객은 전년 대비 12.8% 증가한 32억4600만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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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에서 흰 옷 차림의 협객 한 명이 칼춤을 춘다. 중국 무협 영화 주인공 같다. 그런데 외모가 영화배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몸매는 날렵하지 않고 어쩐지 머리가 좀 큰 것도 같다. 신체 비율도 썩 좋지 않다. 영락없는 동네 담뱃가게 아저씨 같다.

후베이성 쑤이저우시 문화여유국 제웨이 국장이다. 지역 관광 명소인 '천년 은행 계곡' 홍보영상에 지역 관광 총괄 책임자가 본인이 직접 출연했다.

누리꾼들 일부는 "화장이 왜 그 모양이냐" "뚱보" "영상 망쳐놓고 놀러 오라고?" "스타일리스트 잘라라" 등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애 쓴다"며 노력을 인정해준다.

조직 수장이 비디오에 출연해 지역을 홍보하는 건 제웨이 국장뿐 아니다. 신장 이리저우시 문화여유국 허자오룽 국장이나 쓰촨성 간쯔저우시 류훙 국장은 독특한 옷차림으로 눈 속을 질주하거나 변장술 동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허자오룽 국장의 경우 50만 팔로어를 거느린 인기인이 됐다.

이 세 사람이 놀림을 받아가면서 동영상에 출연한 목적은 하나다. 관광객 유치. 중앙 정부 문화여유부 자료를 보면 2021년 중국 국내 관광객은 전년 대비 12.8% 증가한 32억4600만명이었다. 중국인 1명당 약 2.3회 여행을 다닌 꼴이다. 2019년 59억1100만명보다는 훨씬 낮은 수지만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여행에서 이뤄진 소비도 지난해 2조2900억위안(약 570조원)으로 1년만에 31.0% 증가했다.

원시인 복장을 한 제웨이 국장/사진=바이두

올해 관광객과 관광소비 상황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현저히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4~5월 상하이 봉쇄 같은 장기간 지역 봉쇄가 전국 이곳저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뢰밭처럼 코로나19 위험지역이 퍼져 있고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 다녀와도 지역 주민위원회로부터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받아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중국은 현재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곳곳에서 산발적 봉쇄가 진행 중이지만 지방 정부와 언론들은 어떠한 정보도, 기사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치적이라는 '제로 코로나'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여행은 장기간 격리를 각오해야 할 모험이 됐다.

그럼에도 지방 정부들이 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건 한 푼의 세수가 아쉽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상반기 중앙과 지방정부 일반 수입은 10조5221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었다. 이중 지방정부 수입은 5조7558억위안으로 7.9% 감소했다. 반면 일반 지출은 늘어 중앙, 지방 전체 지출은 12조8887억위안으로 5.9% 늘었다.

최대 세입 항목인 부가가치세는 1조9136억위안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45.7% 급감했다. 지방정부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국유지 사용권 양도 소득은 2조3622억위안으로 31.4% 급감했다.

이 모든 게 과도한 방역 때문이다. 사람들이 집에 갇혀 돈을 쓸 일이 줄고 물류는 엉망이 됐다. 부동산 시장이 망가지면서 기업들이 지방정부로부터 땅을 사들일 일이 없었다.

재정난에 봉착한 지방 정부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문화여유국 국장들이 놀림감을 자처하며 비디오를 찍고 있는 건 절박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같은 시 공무원이라도 방역 부서는 열심히 사람들을 집에 가두고 있다. 이런 동네에 놀러 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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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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