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차이나 머니’ 공습...시진핑 3기 더 거세지나

신윤재 2022. 11. 5. 0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중일 톺아보기-99]

#베이징 출신으로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 왕씨. 그는 건물을 매입해 호텔 등 숙박시설로 운영하는 부동산 업자입니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교토의 부동산 거래를 중개 해주기도 하는 그는 현재 교토 히가시야마구 지역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건물만 3채 입니다. 왕씨는 “이 일대가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매입하기 쉽지 않다” 며 “여기 투자하는 중국인들은 관광지와 가깝냐를 가장 중요시하는데 특히 기온과 히가시야마 근처가 인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찰이 보유한 땅을 살 순 없지만 기요미즈데라나 고다이지 주변엔 개인이 보유한 땅이 많아 매입하기 괜찮은 곳이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별장 등 세컨드 하우스 용도로 교토의 부동산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많은 경우 호텔 등 숙박용 상업시설 활용 목적으로 매입 합니다. 최근 교토 야사카의 탑 주변 거리 한쪽에 올라간 건물과 땅의 소유주가 중국 부동산 재벌 ‘센트럴 차이나 부동산’의 후바오센 회장의 가족으로 확인되기도 했죠. 그는 2008년과 2013년 중국 전인대 대표로 선출된 적도 있는 인물입니다.

지난 28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외국인 주택투기 기획조사 결과 및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 국토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실시한 외국인 부동산 거래 및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 주택 매수가 급증한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부동산 거래에서 중국 국적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9.6%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미국(13.7%), 캐나다 860건(4.3%), 대만 380건(1.9%)순 이었습니다. 이들의 전체 거래 1만3944건 중 9751건(69.9%)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됐습니다. 해당기간 위법 의심행위는 총 567건 발견 됐는데, 국적별로는 중국 국적이 전체 55.4%(314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미국(18.3%), 캐나다(6.2%) 순이었습니다. 유형별로는 신고 없이 반입할 수 있는 1일 한도 금액(1만 달러)을 초과해 자금을 들여오거나, 외국환 은행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들여오는 ‘환치기’가 121건(21.3%)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50대 외국인 A씨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42억원에 매입했는데 8억4000만원을 해외에서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국은 A씨가 1일 반입 한도를 초과해 불법으로 자금을 들여온 점이 의심됨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제주·홋카이도 등 관광지 특히 인기...日 “교토도 잠식되나”
중국 국적자 국내 토지보유 면적비율 (단위=천㎡)

한국에서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가 주목 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 입니다. 지난 10년새 이들의 국내 주택 매수가 크게 늘면서 눈길을 끌게 된 겁니다. 지난해 서울대 이수형 교수팀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외국인들의 국내 아파트(집합건물)취득은 2010년 대비 5배 늘었습니다. 10년 전 대비 중국인 국적자의 집합건물 취득 증가율(약 27배)은 뉴질랜드와 캐나다(약 3배), 그리고 미국(약 1.5배)등 다른 국적자 들을 크게 압도했습니다.

해외 부동산을 타깃으로 하는 ‘차이나 머니’ 논란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미국, 유럽, 호주는 물론 일본에서도 이슈가 됐던 사안 입니다. 2020년 중국 부동산 기업 Juwai IQI의 조사에서 중국 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 선호처에서 한국은 순위권에 들지 못한데 반해 일본은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도쿄 중심부, 홋카이도, 오키나와, 오사카 등이 주요 인기 지역인데, 특히 홋카이도가 중국 자본에 의한 토지 잠식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차이나 머니’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지역으로 과거 제주도 처럼 코로나19 이전엔 중국인이 하도 많아 어디나라 땅인지 모르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죠.

여기에 앞서 언급한 교토 지역도 추가되는 모양새 입니다. 현재 교토시내 주요 관광지 인근에 10곳이 넘는 부동산을 보유한 중국계 부동산 회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만즈투자그룹’의 경우 금각사, 니조 성 등 이 지역 대표 관광지 주변까지 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8년엔 반년동안 건물 120채를 인수하는 자금력을 보여주기도 했죠. 일본이 지난달 부터 해외 입국 관련 ‘미즈기와’ 정책을 완화하면서 중국에서 교토지역 부동산에 대한 문의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교토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 일본인은 지난달 현지 매체에 “단순히 집 한 채가 아니라 건물 1개동을 통째로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나가사키에 있는 일본 최대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가 홍콩 투자회사 PAG에 매각돼 화제가 됐습니다. 매각도 매각이지만 이곳에서 불과 10여 km 떨어진 곳에 사세보 미 해군기지가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안 그래도 일본내에서 중국 자본이 군사기지, 대사관 등 안보상 중요한 시설 부근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군사 등 중요시설과 가까운 지역의 부동산 거래에 중국 자본의 관여가 의심 되는 사례가 80건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中부동산 낮은 신뢰도·적은 임대수익·규제...해외 부동산에 몰두하는 이유
일본 교토의 관광지. [연합뉴스]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쇼핑이 급증하는 건, 일단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중국인들이 크게 늘어난데 비해 중국 내 자산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건물이 아닌 토지는 모두 국가에 귀속됩니다. 거래되는 건 최장 70년의 장기 사용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주로 선진국에서는 사유 재산권 보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보니 중국 당국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자산을 보전하려는 동기가 작용하는 겁니다. 최근 처럼 위안화 약세를 대비한 위험 분산 경로도 됩니다.

높은 투자 수익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임대 수익률면에서 베이징이 보통 1%대에 그치는데 반해, 도쿄 중심가는 3~4%, 교토는 4~5%이상의 안정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최근 이례적인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건물과 땅을 더욱 싸게 매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관심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교육과 생활여건도 한 몫 합니다. 중국인들의 교육열도 한국 못지 않다보니 돈이 있는 집이라면 더 좋은 교육여건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의 부동산을 구입해 두려고 합니다. 자녀교육은 물론 차후 영주권이나 시민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과 일본의 경우 미국, 유럽에 비해 지리적으로 가깝고 중국 국적 인구가 많은 점도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부동산 건설 현장. [연합뉴스]

중국인들도 근래 자국에서 집 1채 사기가 많이 어려워진 점도 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데다 2018년 이후 부동산법으로 2채 이상 집을 소유하는 것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이 법은 어떤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그 지역에서 5년 이상 살고 의료보험도 3년 이상 납부할 것을 조건으로 해 외부인의 주택 구매를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규제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돼 왔죠.

사실 자유시장 경제라면 자산 거래에 있어 국적에 따른 제한 없이 허용되는게 보통 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외국인이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건 아직도 중국인에 비해 제도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주택 등 건물에 대해 외국인은 매입 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죠. 특히 중국에서 토지 거래는 소유권이 아닌 장기 사용권일 뿐이어서 상호주의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습니다.

시진핑 3기 ‘공동부유’ 강화, 中 해외 부동산 폭매 부추길까
[그래픽=유제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 중국내 신규 주택 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8월 부터 1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신규 주택가격 상승률도 1년 넘게 하락하면서 9월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죠. 동시에 올 상반기(1월~6월) 중국 부동산 부문 대출 규모는 7조 6천억 달러로 추산됐는데, 이 중 부실채권 비율이 29.1%로 2조2천116억달러(약 316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실채권문제는 현재 중국 경제가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뇌관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골조를 드러낸 채 곳곳에 방치된 기괴한 건물들의 모습은 사태의 심각성을 상징해주는 것들이죠. 지난해 7월 헝다 사태를 계기로 세간에 알려진 중국 부실채권 문제는 이후 중국 부동산 업계 전체로 확대 되며 최근까지 쉬후이, 뤼디그룹 등 다른 거대 부동산 회사들의 줄파산 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전체 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위기는 금융권까지 번지고 있으며 제로 코로나 여파와 함께 중국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와중에 중국은 지난달 열린 20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1인 체제 확립과 ‘제로 코로나’ 지속,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부유’ 를 강화할 것을 대내외에 확실히 알렸습니다. 중국 관련주가 폭락했고 부유층들이 앞다퉈 자산을 매각하면서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의 주택 가격이 하루새 40%넘게 빠지는 등 ‘차이나 런’이 본격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당대회가 중국 자산가들에게 ‘임계점’이 됐다” 며 “싱가포르에서는 중국인들로부터 자산을 관리할 사무소 설립과 관련된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중국 지도부가 ‘공동부유’실현을 대내적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자산가들 사이 그 동안 부과하지 않았던 보유세와 상속·증여세 신설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향하는 곳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시진핑 3기 출범에 따른 공포감이 중국발 해외 부동산 수요를 한층 부추기는 촉매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토요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