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릴레이' 레고랜드, 흥국생명, 다음은?…얼어붙은 채권시장

김평화 기자 2022. 11.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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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과 금융업에서 돈은 '피' 역할을 한다.

외화 채권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10년물의 경우에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금융사가 콜옵션을 이행해 왔다.

흥국생명과 DB생명 사례의 성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두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으로 가뜩이나 겁에 질린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공포심을 더 키운 사건들이다.

다른 보험사 등 금융사들의 상황도 흥국생명이나 DB생명과 다를 게 없기 때문에 다음은 누구 차례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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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1) 임세영 기자 =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베트남 광닌성 하롱시에서 열린 제17회 동아시아지방정부 관광연맹(EATOF) 총회 참석차 출국한 김 지사는 레고랜드 쇼크 사태 확산에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했다. 한편 레고랜드발 사태가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강원도는 2050억원의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채무 이행(2023년 1월 29일)을 올해로 앞당겨 전액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2022.10.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설업과 금융업에서 돈은 '피' 역할을 한다. 일부 시행사, 건설사, 금융사에서 그 '피'가 돌지 않고 있다. 돈이 흐르지 않으면 심장이 멎는다. 이 상황을 두려워하는 금융사들은 더 이상 '피'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강원도 레고랜드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유동화증권)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채권시장 대형악재가 정리되기도 전에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행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투심이 꽁꽁 얼어붙었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자금순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흥국생명에 이어 DB생명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 다른 보험사들도 같은 도미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생명은 오는 13일 예정된 3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행사 시기를 내년 5월로 약 6개월 미루기로 최근 결정했다. 금리를 더 내더라도 빚갚는 시기를 늦춘 셈이다.

앞서 흥국생명은 5억달러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약정을 미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외화 채권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10년물의 경우에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금융사가 콜옵션을 이행해 왔다.

흥국생명의 이같은 결정은 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게 여의치 않아서다. 기존 빚을 갚으려면 연 12% 수준 금리를 감당해야 했다. 기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게 이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흥국생명과 DB생명 사례의 성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두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으로 가뜩이나 겁에 질린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공포심을 더 키운 사건들이다. 다른 보험사 등 금융사들의 상황도 흥국생명이나 DB생명과 다를 게 없기 때문에 다음은 누구 차례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은 것은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만에 처음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사실상 국채로 여겨지는 지방정부 채권과 증권사·캐피탈사 발행 채권 신뢰가 떨어진 데 이어 보험사들마저 자금경색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을 통해 증명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전 달인 9월에 비해 67% 줄었다. 10월 설정액은 2957억원에 그쳤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책발표 이후 점차 온기가 도는듯은 하나, 단기조달 시장의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비우량 등급 금융사에 대한 경계감과 스프레드 확대는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실행으로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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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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