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사우디 ‘네옴시티’ 수주전 돌입한 원희룡號 ‘원팀 코리아’
건설·IT·모빌리티·스마트팜 등 수주 기회 열려
대규모 수주지원단 이끌고 세일즈 외교나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총사업비 670조원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사업 수주를 위해 세일즈 외교에 나선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 장관은 4일에서 9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 코트라 등 공공기관과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등 대형건설사와 KT·네이버 등 IT 기업 등으로 구성된 ‘원팀 코리아’를 이끌고 사우디를 방문한다. 이번에 사우디로 떠나는 원팀 코리아에는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을 비롯해, 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 김기범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장 등 주요 기업인들도 동행한다.
◇ 인류 최대 건설사업 ‘네옴시티’…韓기업 적극 구애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주요 선진국들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반면, 산유국들은 고유가 속 급증한 국부를 바탕으로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북서부 타북(Tabuk)주 홍해 인근 2만6500km² 부지에 서울의 44배 면적 미래 도시를 짓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잠실 롯데타워의 높이(500m)의 유리벽을 가운데 200m 폭을 두고 170km로 쭉 뻗게 건설하는 친환경 직선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 등 3개 사업으로 추진된다. 총사업비는 5000억달러에 이른다.
국토부는 오는 6일 사우디 교통물류부와 공동으로 ‘한-사우디 혁신 로드쇼’를 개최해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등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진출 기회를 타진할 예정이다.
리야드 크라운 플라자 RDC 호텔에서 열리는 로드쇼에는 11개 건설 기업과 2개 모빌리티 기업, 3개 스마트시티 기업, 4개 IT 기업, 2개 스마트팜 기업 등 총 22개 민간기업이 참가한다. 이들 기업은 로드쇼를 참관하는 사우디 주요 발주처의 핵심 인사들에게 주요 기술을 소개하고, 네옴시티 등 향후 프로젝트와의 시너지를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원 장관은 사우디의 에너지부·투자부·주택부 장관과 국부펀드 총재를 만나는 등 세일즈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 계획이다. 교통물류부 장관과는 교통 모빌리티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미래 모빌리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네옴시티 현장 방문도 추진한다. 원 장관은 정부 인사 최초로 네옴시티를 찾아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네옴시티 CEO와도 만나 정부 차원의 협력 의지를 표명할 방침이다.
사우디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자본력은 풍부하지만 대규모 도시 개발 프로젝트 경험은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1973년 중동지역에 진출한 이래 사막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현재까지 우리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건설 프로젝트의 누적 규모는 1551억달러에 이른다.
현재 우리 기업은 네옴의 첫 사업인 ‘더 라인’의 터널 사업과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운영을 맡고 있다. 원 장관은 우리 기업이 추가적인 터널 사업과 상부구조물, 옥사곤의 항만 건설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향후 발주사업에 대한 정보 공유를 당부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건설·토목 사업 수주와 함께 향후 건설될 미래 도시의 인프라를 담당할 모빌리티와 스마트시티 운영, 고밀도 도시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팜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 ‘현대판 만리장성’…전문가·외신은 “실현 가능성 낮다”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현대판 ‘만리장성’으로 인류 역사상 최대 건설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500m 높이의 건물을 각각 짓는 게 아닌 170km의 선으로 잇겠다는 청사진을 두고선 ‘실현 가능하느냐’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건축 전문가들도 사우디의 구상에 대해선 ‘원대한 포부’로 평가하면서도 합리적인 건설 프로젝트인지에 대해선 이견을 제기한다. 마주보고 있는 500m 높이의 빌딩을 다양한 링크 지점을 통해 잇겠다는 구상이지만, 고층 실내와 실외 지점의 기압차로 인한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운데 폭이 200m 밖에 안돼 채광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저층 부분에는 채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식물 생장이 어려워 ‘친환경 미래 도시’ 구상이 제대로 구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 교수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500m 높이로 서있는 건물 사이에 있는 공간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저층은 슬럼화가 되고, 부유층은 고층에 사는, 계급이 수직적으로 나뉘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해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호화로운 초고층 빌딩에 푸른 정원이 펼쳐진 멋진 신도시는 외딴 사막에 있고, 홍보용 영상으로만 존재해 갈 수가 없다”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CNN도 “세계적으로 대규모 건설 사업이 도중에 멈춘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북한이 지으려다 내부 공사가 중단된 류경호텔처럼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사우디는 2013년부터 1007m 높이의 세계 최고층 건물 ‘제다 타워’를 건설 중이지만 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공기를 못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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