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진흙탕 수주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이재원 기자 2022. 11. 5. 06: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요즘 건설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남2구역 재개발 수주전이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었는데 투표일까지 오는 과정이 매우 치열했다.

이미 롯데건설은 대우건설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롯데건설은 대우건설이 부정한 방법으로 투표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고 주장하지만, 대우건설은 우연히 일어난 해프닝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건설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남2구역 재개발 수주전이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었는데 투표일까지 오는 과정이 매우 치열했다. 한남2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0여㎡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 동, 153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성이 좋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서울 핵심지에서 자사의 고급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두 회사가 사활을 걸고 달려들었다.

조합은 5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큰 잔칫날이지만, 누가 시공사로 선정되든 뒷맛이 개운치 않게 됐다. 두 회사가 선의의 경쟁을 하기보단 진흙탕 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우선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진행된 부재자 투표에서 ‘부정 선거’ 논란이 나왔다. 이미 롯데건설은 대우건설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허가받지 않은 대우건설 측 사람이 조합 사무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다 발각됐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건설은 대우건설이 부정한 방법으로 투표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고 주장하지만, 대우건설은 우연히 일어난 해프닝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수사 결과는 선거가 끝난 이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로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두 회사는 지난달 29일 열린 합동설명회에서 주먹다짐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만들기도 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방전도 서슴지 않았다. 롯데건설은 대우건설이 상대적으로 작은 중흥그룹에 인수된 것을 꼬집고, 대우건설은 롯데건설의 재무 위기를 가능성을 거론하는 식이다. 유치한 행태다.

진흙탕 싸움만 문제였을까. 여러 면에서 무리수로 보이는 제안이 남발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예를 들어 양측은 조합원들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140~150%에 해당하는 이주비를 보장한다고 했다. 담보가 모자란 조합원에게도 최소 7억원에서 10억원을 준다고 했으며, 조합원의 분담금은 준공 후 2년 후 또는 4년 후에 받겠다고 하는 등 온통 돈 잔치를 하겠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시중에 자금 흐름이 막혀 건설회사들의 위기설이 나오는 마당에 아무리 2년쯤 후에 나갈 돈이라지만 이렇게 큰소리를 쳐도 되는지 의문이다.

설계에 관련된 제안들도 과대하게 포장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를 118m로 짓겠다고 한 것이다. 고도제한이 90m로 묶인 곳에서 무슨 수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매우 무책임한 공약이다. 주방가구와 마루, 도기 등을 유럽산 최고급 제품으로 쓰겠다고 홍보하지만, 결국 조합이 공사비 범위에서 선택하는 것들이지 건설사가 추가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만의 문제도 아니다. 상당수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는 이런 일이 계속 벌어져 왔다. 취재를 하다 보면 건설회사들은 늘 상대방이 너무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러나 거울을 한 번 들여다보길 바란다. 수사를 받든, 약속을 못 지키든 일단 수주만 하면 그만이라는 문화가 눈에 보인다면 문제와 해결책을 모두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요즘 취업 시장에서 건설회사는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 대학에서 건축 관련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상당수가 건설회사보다는 부동산 자산운용사나 신탁사 등으로의 취업을 원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건설회사들이 이렇게 후진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로 떠오른 시대인데 건설업계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이재원 부동산부장]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