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 “혁신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인텔 개발자만 1만7000명”
인텔, 개발자가 혁신 이끈다고 믿어
개발자 유인 위해 ‘개방형 도구’ 제공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합병도 지속
“우리 삶을 복되게 하는 혁신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서 나온다.” 컴퓨터 하드웨어 회사로 잘 알려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인텔에서 최근 강조하는 말이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종합반도체 기업이지만,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하드웨어 기술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역량을 쏟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쓰기에 편리한 하드웨어 활용 도구를 제공해 인텔 제품이 IT 혁신에 앞장서 쓰일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데이터센터 사업 담당 상무는 지난 2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과거엔 하드웨어만 고객에게 잘 전달하면 됐지만, 이제는 사용자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 뒤 여기에 맞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고민한다”며 “소프트웨어를 먼저 고민한 뒤 이 환경에 맞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 축이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가면서 테크기업들은 개발자를 핵심 자산으로 꼽는다. 인텔의 경우 전 세계 12만 임직원 가운데 14%인 1만7000여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전 세계 빅테크 기업 중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다. 나 상무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하드웨어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최적화될 때 성능이 확 올라간다”며 “하드웨어를 잘하려면 당연히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하고, 동시에 개발자 생태계를 꾸려 인텔 하드웨어가 더 많은 곳에서, 더 혁신적인 솔루션에 쓰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음은 나 상무와 일문일답.
—개발자들이 인텔 생태계에 더 많이 모이게 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인텔의 대표 철학인 ‘개방성(openness)’을 내세워 강력한 개발자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발자에게 편리한 도구를 만들어 허들 없이 개방한다’는 전략이다. 과거 인텔이 USB, PCI 익스프레스 등 입출력 표준을 시장에 무료로 내놓은 것처럼 소프트웨어 부분 또한 ‘오픈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보면 된다.
인텔은 지난해부터 연례 개발자대회인 ‘인텔 이노베이션’을 개최해 AI부터 보안 및 양자 컴퓨팅 개발자를 지원하기 위한 도구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이노베이션 2022에서 그렉 라벤더 인텔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인텔의 목표는 개발자가 오픈 소스 생태계를 통하거나 인텔에서 제공하는 제품으로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인텔이 개발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개방형 소프트웨어를 소개해달라.
“인텔이 2018년부터 야심 차게 개발해온 개방형 통합 프로그래밍 모델 ‘oneAPI’다. 개발자가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 등 어떤 하드웨어를 사용하든지 단 하나의 코드만으로 교차가 되게 해, 칩별로 코드를 달리 개발해야 하는 시간을 줄여 준다. 개발자는 경제적 부담이나 기술적 부담 없이 오픈 소스 기반 oneAPI만으로 솔루션에 가장 적합한 하드웨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돈 주고 사야 했던 개발자 소스 코드 오류점검(디버깅), 기계어 번역(컴파일러)부터 소프트웨어 성능 최적화를 위한 여러 도구를 다 무료로 오픈하고 있다.”
—업계 관심이 큰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도 내년 출시를 앞두고 오픈 클라우드에 먼저 공개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이 또한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도구 중 하나다. 개발자들은 개방형 플랫폼 ‘데브클라우드’에서 인텔의 미출시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툴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내년 1월 10일 출시 예정인 사파이어 래피즈뿐 아니라 가우디2 딥 러닝 가속기, 데이터센터용 GPU 등도 모두 클라우드에 공개돼 있다. 이외에도 관련 개발자 툴과 관련된 전문가용 설명 문서도 다 열어볼 수 있다. 신제품 출시 전에도 개발자들이 각자의 코드 테스팅을 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업체 인수도 모색 중이라던데.
“경기침체로 새로운 인수합병을 바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6월 ‘코드플레이’ 소프트웨어를 인수했다. 코드플레이는 하드웨어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단일 소스 프로그래밍으로 최적의 가치를 끌어내는 SYCL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회사로, 인텔의 oneIPA와도 잘 맞아 인수하게 됐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인텔 소프트웨어를 하나 꼽는다면.
“최근 업계 관심을 받는 소프트웨어는 AI 기반 이미지 인식 플랫폼인 ‘게티’다. 개발자가 쌓아놓은 데이터가 많지 않더라도 AI 모델을 빠르고 정확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가령 음식점이 게티를 활용하면 각종 소스와 식재료를 자동 인식하고 분류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국내외 기업에서 게티 솔루션 수요가 높다. 인텔은 이처럼 사용자가 느끼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 개발에도 상당히 힘을 쏟고 있다.”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는 인텔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의 삶을 더 편하게, 복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텔이 나아갈 방향 역시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 방점이 있다. 개방을 토대로 신뢰를 쌓고, 더 많은 사용자가 인텔 제품을 통해 혁신을 일으킬 수 있게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드는 건 하드웨어처럼 물건을 팔아 바로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10년 이상 막대한 투자를 하며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다. 인텔만 하더라도 GPU 업계 1위 엔비디아의 개발 플랫폼 ‘쿠다’가 점유하던 공고한 생태계를 깨고 자리를 잡기까지 쉽지 않았는데, 생태계 확장을 위한 개발자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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