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 관련 법안 쏟아져… 與는 대책·사후 조치, 野는 책임에 초점
여야 모두 ‘주최자 없는 축제도 지자체가 관리해야 한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후 국회에서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담은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주최·주관이 없는 축제도 관할 지자체 단체장이 관리 책임을 갖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당은 참사를 막을 대책이나 사후 조치를 강조했고, 야당은 추후 안전사고 발생시 책임의 범위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넣었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후 발의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7건이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영선·정우택·김기현·안철수·김용판·전봉민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임오경 의원이 법안을 내놓았다.
법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주최·주관하는 자가 없는 축제는 개최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현만 “경찰·소방과 협력해야 한다”(전봉민 의원) “대규모 인원 밀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이나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임오경 의원) 등 다소 다르다. 행안부는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과 연계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 실시간 인구 파악 시스템 이미 구축… 군중 관리 체계화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군중 관리를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중앙대책본부장 또는 지역대책본부장이 통신사로부터 군중의 밀집으로 재난안전사고가 우려되는 특정한 지역 내에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신호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해 예방적인 안전관리 조치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KT와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 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KT 기지국에 연결돼 있는 휴대전화 수를 KT 가입자 비율 등을 감안해 기지국 근처에 몇 명이 있는지를 추산한다. 이 방법으로 서울 주요 50개 지역의 인구를 5분 단위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10시 이태원 관광특구에는 5만7000여명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4만2000여명이 있었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상권 분석과 관광 활성화 분석에 주로 쓰이고, 경찰이나 지자체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전 의원의 법안은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 군중 관리를 체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최근 대형 행사 등의 경향을 감안한 일명 ‘크라우드 매니지먼트’(군중 관리)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겠다”고 했다.
◇참사 때 구호 활동한 경찰·소방·의료진에게 심리 지원 제도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구호활동에 참여한 인원들에 대한 사후 지원 대책을 담고 있다. 안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재난 발생 시 긴급구조활동과 응급대책·복구 등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등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위한 상담 지원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은 참사 당일 새벽에 이태원 인근 순천향대서울병원을 찾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소식을 듣자마자 의사로서 본능적으로 현장에 갔다”며 “사고수습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보건복지부는 3일 이태원 참사로 피해를 입은 사망자 유가족과 부상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벌인 경찰관과 소방관, 의료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상담소를 설치해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 이를 제도화하겠다는 게 안 의원 법안 내용이다.
◇향후 안전사고 발생시 행안부 장관도 필요한 조치… 사각지대 최소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 소재를 명시하고, 그 책임자의 범위에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넣었다. 이 법안은 지자체장에게 “대규모 인원 밀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이나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행안부 장관에게는 “대규모 인원 밀집 시 안전관리 계획의 이행 실태를 지도·점검할 수 있으며, 점검 결과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관계 기관의 장에게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임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행안부 장관에게 이행 실태를 지도·점검하도록 해 재난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는 상황이다. 임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고 향후 다시 재난이 발생하면, 행안부 장관이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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