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테크로 월 2000만 원 수익...세금 혜택이 큰 장점"
몬스테라 알보, 안스리움 크리스탈리, 무늬 아단소니. 발음도 쉽지 않은 이국적인 식물 이름이 부쩍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크게 성장한 홈가드닝 시장의 영향으로 열대 관엽식물이 인기를 얻으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를 지나고 있는 지금도 반려식물과 홈가드닝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 특히 숫자가 아닌 초록빛 식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식테크(식물 재테크)의 장점이다.
국내 식테크 시장에서 알아주는 인플루언서인 박선호 작가도 희귀식물 재태크에 푹 빠진 식집사('식물'과 '집사'를 합친 신조어)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코로나19의 여파로 운영하던 학원 사정이 어려워지자, 키우던 희귀식물을 처분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단순한 취미에서 시작했던 식테크가 이제는 본업의 자리를 꿰찼다. 박 작가와 함께 식테크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식테크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햇빛이 잘 드는 건물에서 학원을 운영하게 되면서, 희귀식물을 취미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학원 운영이 많이 어려워졌다. 고민하던 중 취미로 키우던 식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게 첫 계기가 됐다.”
식테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에는 다육식물, 난, 분재 등이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분재의 경우 장기 투자 개념으로 대를 이어 몇백 년에 걸쳐 기르기도 했다. 요즘은 빠르고 쉬운 것을 선호하다 보니, 빨리 성장하고 번식이 쉬운 열대 관엽식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몬스테라 등 열대 관엽을 많이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많이 유입이 됐고, 코로나19 기간에 인기가 더 늘었다.”
식테크 초보자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은 식물 종류는.
“몬스테라를 추천하고 싶다. 열대 관엽식물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세 가지가 몬스테라, 안스리움, 필로덴드론이다. 특히 돌연변이 무늬종인 몬스테라 알보(하얀 무늬)의 거래량이 가장 많고 안정적이다. 식물 유행의 주기는 대부분 1년 안팎인데 몬스테라 알보는 유행의 영향을 덜 받았다. 몬스테라 알보의 상위종인 몬스테라 옐로(노란 무늬)라든가 더 고가 식물인 몬스테라 민트(도트 무늬)도 자리를 잘 잡은 상태다.”
얼마나 키우기 쉬운 식물인지도 중요한 조건일 것 같다.
“사실 몬스테라 알보를 가장 많이 키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부분이다. 일상 습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키우기가 쉽다. (다른 인기 식물인) 안스리움이나 필로덴드론의 경우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보통 원예실을 따로 만들거나 비닐하우스에서 키운다. 반대로 몬스테라 품종은 쾌적한 환경에서 키우기가 좋다. 특히 비닐하우스보다는 사무실이나 베란다에서 키우는 편이 훨씬 잘 큰다. 농장에서 키우는 것과 비교했을 때 집에서 키우는 게 딱히 불리한 면이 없다.”
대량 생산보다는 소규모 생산에 적합한가.
“만약 몬스테라 알보를 농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게 유리했다면 이렇게까지 뜨지 못했을 것이다. 희소성이 금방 없어질 수밖에 없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려면 씨앗으로 번식하거나 조직 배양을 해야 한다. 과거에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던 식물 대부분은 조직 배양이나 씨앗 번식이 가능했다. 반면 몬스테라 알보는 돌연변이 무늬종이라는 특성 때문에 삽목(식물의 가지나 잎을 잘라 다시 심는 방식) 외에는 번식 방법이 없다. 아무리 많이 생산을 한다고 해도 이론상 하나의 몬스테라 알보에서 1년에 최대 20개까지만 생산할 수 있다. 또 돌연변이 무늬종이다 보니, 무늬가 사라지는 것과 중간에 죽는 변수까지 생각하면 많이 번식해봤자 1년에 10개 정도다. 그렇다 보니 생각보다 개체 수가 별로 없다.”
식테크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세금 혜택이 큽니다. 작물재배업이 1차 산업이다 보니, 판매 방법에 따라 소득세가 10억 원까지 비과세 된다. 다만 판매를 할 때 별도의 매장을 갖고 있다면 판매업으로 분류돼 버리기 때문에 세금 혜택을 못 받는다. 혜택을 받으려면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해야 한다. 만약 매장을 갖춘 뒤 사업 규모를 키운다면 수익은 상당히 나오겠지만, 소득세와 4대 보험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거의 절반이 될 것이다. 차라리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세금 혜택을 받는 게 낫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식테크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어느 정도 되나.
“한 달에 적게 벌 때는 1500만 원, 많이 벌 때는 4000만 원 이상이다. 평균적으로는 월 2000만 원이라고 보시면 된다.”
수익화하는 방법이 궁금한데.
“사실 이 시장은 판매가 상당히 중요하다.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매 루트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지 않으면 가격 경쟁부터 해야 된다. (중고 거래 플랫폼 등의) 최저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SNS에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하고 인지도를 쌓는 방식을 추천한다. 식물 거래의 특성상, 유명세와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는 판매자라면 구매자들이 1.5배의 가격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어 한다. 이 식물의 가치는 어떤지, 혹시 이 사람이 나에게 사기를 치지는 않았는지, 나중에 식물에 문제가 생기면 보상을 받거나 대처법을 물어볼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반인들이 식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구매자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장으로 바뀌었다.”
초보자들은 어디에서 판매하면 좋을까.
“가장 권장드리는 것은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오픈마켓)에 입점하는 방식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보다는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게 경쟁률이 훨씬 낮다.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앞서 설명드린 대로 식물 판매 쪽으로 사업자등록 조건을 잘 맞추면 면세를 받을 수 있다. 사업자등록을 하면 아무래도 판매자로서의 책임이 더 생기긴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보호원에 신고가 들어갈 수 있고, 환불이나 사후관리(AS)를 해줄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의 겸직 근무 조항에 걸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신경쓰기 싫으니까 중고나라, 당근마켓에서 소소하게 판매한다. 원칙적으로는 취미로 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과세 기준에 맞춰 신고를 제대로 하고 판매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기도 하고, 판매가격도 중고 거래 플랫폼보다 1.5~2배 이상 많이 받을 수 있다.”
과거 ‘난테크’가 유행했던 적도 있는데.
“과거에 유행했던 난이나 다육식물과는 시장 상황이 조금 다르다. 예전에는 단일 품종의 거래량이 계속 늘면서 수익이 창출됐다기보다는, 한 식물의 유행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고 새로운 식물의 인기가 다시 올라오는 식이었다. 특히 다육식물 같은 것들은 일반 화원에서도 대량으로 팔지 않나. 난의 경우도 처음에는 대량 생산이 안 됐다가 조직 배양에 성공하면서 물량이 늘어났다. 반면 몬스테라 알보는 단일 품종으로 거의 5년 가까이 시세를 유지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거래량 자체가 늘어나다 보니, 환금성이 굉장히 좋아졌다. 마치 암호화폐처럼 투자 자산의 개념이 돼 버린 거다. 몬스테라 알보 개체당 한 달에 잎이 1장씩 나온다. 가격이 한 달에 절반씩 폭락하지 않는 이상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안 팔린다고 가격을 막 내려서 던지기보다는 그냥 들고 있으면 거래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장이 갑작스럽게 붕괴되지는 않는다.”
식테크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모든 재테크가 그렇겠지만 욕심을 너무 내지 마시고 본전부터 회수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시작해 차차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투기성으로 접근했다가는 단기에 판매 수익을 내기가 힘들고,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상태에서 욕심부터 내면 본전 회수도 안 된다. 처음에는 취미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며 투자하시길 바란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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