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더 좋은 꽃 가지고 올게”···이태원역 덮은 추모 메시지[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5일로 일주일이 지났다. 156명의 목숨이 스러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수백 장의 추모 메시지가 붙었다. 희생자의 가족, 친구, 참사 생존자의 아픔과 슬픔에 기꺼이 함께하려는 시민들이 눌러 적은 글자들이 바람에 나부꼈다.
포스트잇과 편지지에 적힌 글에서는 슬픔·추모·연대가 읽혔다. 자녀를 잃은 부모, 친구를 떠나보낸 이들은 다음 생에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생존자들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틈틈이 현장을 정리하면서 행여나 추모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을까 손길을 가다듬었다.
함께 슬퍼하고 애도한 시민들의 마음을 그대로 옮긴다.
“친구야 미안해.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무게 중심을 버티지 못해 너를 지키지 못해서. 내일도 올게”
“언니, 나 ○○이야. 그날 언니랑 만나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되고 슬프다. 먼저 가 있어. 내가 가면 언니 제일 먼저 보러 갈게. 정말 많이 사랑하고, 그곳에서는 평안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평생 언니 기억하고 추억할게.”
“내일 더 좋은 꽃 가지고 올게. 기다려.”
“친구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너희 몫까지 열심히 살게···.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갈 때는 늙었다고 안 끼워주면 안돼! 거기선 아프지 말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
“○○아, 다음에는 더 오래 살고 나랑 같이 더 많이 놀자. 가족이고 형으로서 너한테 해준 게 하나 없어서 지금 와서 후회한다. 미안하다.”
“내 친구 ○○아, 내가 많이 사랑해. 거기선 행복하고 편히 쉬어. 너랑 주말마다 만나서 행복했어. 자주 놀러갈게, 내 친구. 많이 힘들고 슬펐을 텐데. 많이 보고 싶다. 이번 주말에 애들이랑 같이 놀러갈게. 우리 ○○이 행복하고, 사랑해.”
“사랑하는 예쁜 딸 ○○야, 넓은 곳에서 맘껏 걷고 숨쉬길. 사랑하고 보고 싶다.”
“아들아,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못다 한 꿈, 이루지 못한 꿈 그곳에서 다 이루고 편히 쉬렴.”
“나 어제 합동분향소도 가고, 너 장례식장도 다녀왔어. 돌아가셨단 표현도 이상하고 고인이라는 말도 이상하고 너한테 절하는 것도 이상해. 이태원역에서 너한테 술이랑 꽃도 주고 절하려는데, 진짜 마지막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뒷걸음치게 되더라. 혼자 남겨놔서 미안해. 같이 못 있어 줘서 정말 미안해. 사랑하고, 정말 보고 싶다. 아직 실감이 안 나. 늦게 와서 미안해. 보고 싶어, 편히 쉬어. 사랑을 담아, 03/11/2022 이태원에서.”
“○○야, 이제 슬픔은 잊고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현장이 너무 참혹해서 안 오려다, 네가 있던 마지막 장소에는 와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왔어. 거기선 행복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젊음을 즐기는 건 죄가 아닌데 미안합니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넓게 행복하길 바라요. 20대 친구가.”
“4월1일 내 귀한 아들, 경남 사천 창공에서 조종 훈련 중에 순직한 아들 정○○ 대위 엄마입니다(만 24살). 며칠째 뉴스를 보고 잠을 못 자고, 너무 마음이 아프고, 울 아들 또래들이라 정말 정말 마음 아파서 왔습니다.”
“○○씨, 꽃다운 예쁜 나이에 너무나 안타까워 가슴이 미어집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먹고 싶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켜드리지 못해서 너무나 죄송합니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러 간 군인이 지켜드리지 못하고 먼저 빠져나왔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먼저 구조받아 죄송합니다···. 저보다 더 오래 압박받으면서 많이 힘드셨을 텐데. 부디 좋은 곳 편안히 가시길 기도드립니다···.”
“2시간 전까지 저도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제 옆 분일 수도 있고 앞 분일 수도 있는데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부디 좋은 곳 가시길···.”
“그 자리에 있던 사람으로서 당시 경황이 없어 그대들을 걱정하지 못했어요. 당신들을 보았을 때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공포감을 느꼈어요. 정말 미안해요. 제가 그날 거기 가지 않았더라면 조금 나았을까요? 빨리 집에 돌아가자는 친구들을 따라 집에 간 게 아니라 당신들을 도왔더라면 조금 나았을까요. 국가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그날 그곳에 가서 죄송해요···. 그리고 지금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여러분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쉬시고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 많이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펜을 들었는데 적을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 와서도 아직 그 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날 다른 곳에서 즐겁게 보냈던 제가 밉습니다. 부디 하늘에서 편안하길 바랍니다. 저는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어쩌면 친구일 수도 있었을 그대들에게.”
“미안해, 미안해요! 옆에서 구조 못해서요. 하늘 천국에 편하시길 바랍니다. 안식을 빕니다!”
“온갖 압력에서 잠깐 해방되려고, 사랑하는 이들과 큰맘먹고 찾은 이곳에서 끝내 압력에 짓눌려 떠나보내 원통합니다. 부디 그곳에선 자유롭길.”
“8년이 지났지만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얼마나 무섭고 슬프고 아프셨을까요···. 이 모든 게 악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상심이 크실 유가족분들께도 한없는 위로를 드리며 기도합니다. 일산 두 아이 엄마.”
“오늘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당신의 가슴이 숨가빴을 그 순간을 생각하니 제 마음이 메입니다. 늘상 내일은 달라져야지, 달라질 거야 말했지만 돌이켜 보니 제가 한 일이 없었네요. 반성합니다. 아픔 없는 그곳에서 편히 잠드세요.”
“이 삶의 모든 고통과 무게를 단 한번에 지고 간 그대들, 이젠 쉬시오. 남은 그것들은 우리가 기꺼이 짊어지겠소. 그대들이 감내해야 했던 그 무게에 비하면 작은 무게이니 괘념치 마소서. 부디 이 바람 타고, 순백의 국화꽃잎처럼 가볍고 편하게 가소서···.”
“어쩌면 어딘가에서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희생자분들을 생각하니 참담하고, 앞으로 이런 사고는 없어야 되겠습니다. 내가 될 수도 있었던 이번 사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많이 무겁고 아팠을 텐데, 가족들도 보고 싶었을 텐데,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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