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3.7% 금리 준다더니 실제로는 반도 안돼… 고금리 미끼상품 과대광고 기승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고금리 적금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가 받는 이자 혜택은 광고보다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이 내세운 최고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거나, 뽑기에 당첨돼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은행들이 미끼상품으로 과대광고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과대광고 차단을 위한 새로운 공시체계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은행권에서도 연 10%대 고금리 적금이 등장했다. 5일 은행권서 가장 높은 이자를 주는 정기적금 상품은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으로 연 최고 13.7%의 금리를 적용한다. 기본금리는 연 3.7%인데, 최고 우대금리가 10.0%포인트(p)에 달한다.
그러나 우대금리 조건을 따져보니 실제 금리는 평균 5.7% 정도에 불과했다. 이 적금에 가입한 고객은 행운번호 추첨을 통해 번호가 당첨돼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고객들 역시 매월 복권 응모하듯 번호를 골라야 해 불편함이 크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핫딜적금x우리카드’ 상품은 최고 연 10%까지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는 연 1.80%로, 우대금리 8.20%가 적용된다.
연 10%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조건이 까다롭다. 이 상품은 월 1만원에서 2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적금 가입 후 익익월 말까지 우리카드로 매월 20만원 이상 이용실적을 충족하고 만기 전전월 말까지 240만원 이상 이용실적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신용카드 사용 조건 할인상품하고 비슷한데 이득은 크지 않은 셈이다.
주요 시중은행에서도 7%대 고금리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쏠메이트적금’으로 최고 연 7% 이자를 준다. 기본금리 연 1.5%에 우대금리 연 5.5%가 적용된다. 월 30만원까지 입금 가능한 12개월 자유적립식 상품이다.
이 적금의 경우 지인을 초대할 때마다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적금 가입 시 타인의 초대코드를 입력하는 경우 1.0%p, 타인에게 초대코드를 제공해 입력받는 경우 1명당 연 1.0%p를 제공하는 식이다.
우리은행이 판매 중인 ‘우리Magic적금 by롯데카드’의 최고 금리는 연 8.00%로 기본금리는 연 2.50%고 우대금리가 5.50%p다. 롯데카드 관련 우대금리가 5.00%p인데, 적금 가입일 월초부터 최종만기일 전월까지 600만원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또 자동이체 건수를 매월 1건 이상 보유해야 한다.
고금리를 내세우지만, 적립금액이 적거나 예치 기간이 짧아 이자율이 적은 상품도 있다. 카카오뱅크가 판매하는 ‘26주 적금’ 상품은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 연 3.5%에 우대금리 상한 연 3.5%p를 적용한다. 7주 연속 납입 성공 시 연 1.0%p, 26주 연속 성공 시 누적 연 3.5%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26주 적금은 납입 금액을 1000원에서 만원까지 설정할 수 있다. 설정된 납입 금액이 매주 자동으로 증액되는 식이다. 하지만 26주 적금은 적립된 모든 원금에 대해 연 7% 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26주 적금 첫 주차 입금된 돈에 대해선 6개월의 기간을 적용해 이자를 지급하지만, 마지막 주에 넣은 돈의 경우는 1주일 치 이자만 지급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6개월로 만기가 짧은데 연이자가 적용돼 실제 적용되는 이자율은 낮다.
금융당국은 과대광고 차단 위해 새로운 공시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의 은행 금리 공시 체계는 최고 금리를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고객을 유인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 경우 까다로운 조건이더라도 사실과 일치한다면 금융당국이 은행 금리 산정에 직접 개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부분을 간접적으로나마 차단하기 위해 금감원은 최고 우대금리가 아닌 실제 적용된 우대금리를 공시하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전문가들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의 경우 조건을 잘 살펴야 만기 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은행들이 내놓은 고금리 상품은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워 고객 부담을 가중하고 피로를 느끼게 할 수 있다”며 “고객들은 단순히 최고 금리만 따져보지 않고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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