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노렸던 金값, 파월 말 한마디에 다시 고꾸라졌다
금값·금리, 달러화와 역의 상관관계
“내년에도 지금 흐름 유지될 듯”
바닥을 다지고 반등을 시도하던 금 가격이 다시 하락하고 있다. 미 달러화로 표시되는 금값은 보통 달러화 가치와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외한 값)가 오를 때 반대로 하락한다.
최근 금 가격이 부진한 것 역시 ‘킹달러(달러화 초강세)’와 고금리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지속으로 달러화 가치가 치솟자, 금값도 2년 반 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나온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은 금값의 상단을 한번 더 내리눌렀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 선물 12월물 가격은 트로이온스 당 1630.90달러를 기록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 9월 말 1630달러선까지 내리고 반등을 시도했지만 다시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달 4일 1730달러를 반짝 넘은 뒤 다시 하락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현재 가격은 2020년 4월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증시에 유동성이 대거 공급되기 시작하던 때다. 즉, 2년 동안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고공행진했던 금값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금값의 하락은 주로 미 달러화 가치의 상승에 기인한다. 실제로 지난 2일 FOMC 정례회의 이후 제롬 파월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낸 후 달러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급등락했는데, 이 때 금값은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다.
미 달러지수는 동부 시간으로 2일 오후 2시쯤 갑자기 급락했다. 111대 중반에서 돌연 110선까지 미끄러졌다. 이 시각은 11월 FOMC 직후 성명서가 발표된 때와 일치한다.
성명서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점진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표현,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통화 정책의 누적된 긴축 효과, 정책과 물가 변동 사이의 시차”를 고려하겠다는 문장이 추가되자 시장에서 이를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금 선물 가격은 반대로 급등했다. 1650달러선에 머물다 36분 만에 1672달러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오후 2시 30분 이후 미 달러지수는 다시 급등했다. 기자회견에서 “(완화 정책으로의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 선물 가격은 역으로 급락했다. 한 시간 만에 163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금값은 달러화 가치와 거의 정확한 반비례 관계를 형성한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연준은 기준금리의 상단을 높이고(4.6%→5% 수준) 인상 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는 달러화의 상방 압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며 “향후 강달러가 완화될 만한 모멘텀(동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지금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전 연구원은 “내년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며 금값이 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금 가격을 좌우하고 있는 것은 미 달러화 가치와 금리”라며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기 전까지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값은 실질금리와도 역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실질금리가 하락할 때 금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현재 연준이 실질금리를 플러스(+)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지금의 고강도 긴축을 지속하는 한 금값 상승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 연구원은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경기 침체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금리 인상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금값에는 부정적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금 같은 귀금속의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처럼 금값이 연일 부진을 면치 못함에 따라, 금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 투자자들은 연일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KODEX 골드선물인버스(H)’는 지난 6월 중순 6700원대에서 현재 7800원대까지 16% 이상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금 선물 가격의 심리적 하방지지선을 1600달러대 초반으로 본다. 다만 그 수준에서 더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금 선물 가격의 적정 수준은 1200달러대였다”며 “이후 유동성이 너무 많이 공급되며 원자재 가격 전반에 랠리가 있었는데, 금값은 아직 그 때 상승분의 절반도 조정 받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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