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사고 방지책 발표했지만...경영진 책임 빠져 실효성 지적도

김형섭 2022. 11.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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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거액 횡령·이상 외환거래 등 부실한 내부통제에 혁신안 마련
은행 자율적 노력 기대에 한계 지적도

[서울=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1.02.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수백억원대 횡령사고와 10조원대 이상 외환거래 등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들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대책을 최종 확정한 가운데 당국의 의도대로 금융사고가 근절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3일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올해 말을 목표로 혁신안을 반영한 모범규준 신설·개정 작업에 착수했으며 개별 은행들도 내년 4월 시행을 위해 내규를 개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의 이번 혁신안은 지난 10월 초 은행 및 중소서민금융(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상호금융) 업권과 함께 마련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운영 개선과제'의 은행권 관련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은행권의 횡령·배임·사기 등 금전사고는 2017년 223억원, 2018년 625억원, 2019년 192억원, 2020년 66억원 2021년 136억원 등을 기록하다가 올해 들어 거액 횡령사고 영향으로 상반기에만 640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금융사고는 내부통제만 제대로 작동됐어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은행의 준법감시 인력 및 전문성 제고와 횡령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장기근무자 비율 제한이다.

준법감시인은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관리하고 준수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적정 수준의 인력 확보가 지켜지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준법감시인 담당 인력 비중은 국민은행(1.0%)을 제외하면 농협은행(0.59%), 신한은행(0.82%), 우리은행(0.82%), 하나은행(0.91%) 등 금융당국 권고수준인 1%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의 준법감시부서 인력을 2027년 말까지 총 임직원의 0.8%, 15명 이상으로 의무화했다. 소규모 은행(총직원 1500명 이하)은 최소비율(1.0%) 및 인력(8명)을 차등 적용한다.

준법감시부서 인력 중 전문인력 비중도 기존 9.7%에서 20% 이상으로 늘려 전문성을 확보토록 했다. 전문 분야 석사 이상 학위 소유자, 법조·금융투자 자격증 보유자, 은행 전문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이에 해당한다.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10년간 장기 근무하며 700억원대 횡령사건을 일으킨 우리은행 직원 사례를 막기 위해 순환근무제 예외 허용 기준도 보다 엄격화됐다. 동일부서 장기근무자는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하고 장기근무 불가피성과 채무·투자현황 확인 등에 대한 심사도 의무화했다.

또 위험직무자나 장기근무자에 대한 강제명령휴가(최소 연 1회, 회당 1∼3영업일 이상) 의무화, 거액 자금·실물거래 및 관리가 수반되는 업무에 대한 직무분리, 은행 직원의 비밀번호 탈취를 막기 위한 대체 인증방식 도입 등도 혁신안에 포함됐다.

법규 개정 권한이 없는 금감원의 조직 특성상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통제 강화를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관건인데 강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자율성에 일정 부분 기댈 수 밖에 없는 부분이어서다.

금감원은 내부통제는 은행 스스로의 노력과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번 혁신안이 잘 지켜지도록 최대한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내년 2분기 중 은행들의 내규 반영과 과제 이행준비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향후 정기·수시검사, 금융사고 모니터링시 혁신안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보완을 지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빠진 것도 실효성에 의문을 더하는 대목이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이번 혁신안에 임원은 사고예방대책 마련 및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 의무를, 부점장에는 부점단위 내부통제 제도 및 정책 실행을 책임을, 직원은 수행업무 내부통제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의무화하는 식으로 직급별 내부통제 의무를 명시하긴 했지만 경영진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금감원도 은행의 자율적 노력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경영진에 책임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는 지배구조법 개정에 해당하는 부분이어서 정책당국인 금융위윈회에서 논의될 부분이라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도 최고경영진이 실질적으로 단기경영 성과에 대한 비용 측면에서 내부통제에 대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크다"며 "본질적으로는 (경영진에) 내부통제와 관련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 뿐만 아니라 관리나 준수에 대한 의무를 지배구조법상 근거를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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