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9개' 한국처럼 마트서 장 봤는데…플라스틱 쓰레기 확 줄었네
[편집자주]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생수병 3개, 쥬스병 2개, 우유병 1개, 요거트 용기 4개, 테이크아웃용 리조또 케이스 2개, 육류 포장재 3개,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샴푸 샘플 용기 1개.(10월 셋째주, 17~23일)
#. 생수병 3개, 쥬스병 1개, 아이스크림통 1개, 요거트용기 4개.(10월 넷째주, 24~30일)
2020년 발효된 '낭비방지 순환경제법'(Loi anti-gaspillage pour une economie circulaire, 이하 순환경제법) 이후 프랑스에 불기 시작한 변화를 느낍니다. 이 법에 따라 올해부터 프랑스 정부는 1.5kg 미만 단위의 신선한 과일 및 야채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판매된 과일과 채소의 약 37%가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채 판매됐다고 합니다. 이 법으로 인해 연간 10억개 이상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프랑스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 파리의 동네 슈퍼나 대형마트를 가서 야채와 과일을 사보면 '플라스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트에 입장하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매대가 있고, 여기에 토마토·양파·감자 등 채소부터 사과·배·오렌지 등 과일까지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 이것을 종이봉투에 담아가 계산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의 슈퍼와 마트에도 이같은 시스템은 있으나, 기본적으로 '비닐'이 활용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일회용 비닐백 생산 및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비닐백을 구경하기 힘든 곳이 파리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마트에는 과일·채소 대다수가 플라스틱에 담겨있는 게 사실입니다. 예컨대 같은 방울토마토라도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 종이백에 담겨있고, 한국은 플라스틱에 포장이 돼 있습니다. 기본값이 프랑스는 '종이'고, 한국은 '플라스틱'인 셈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2040년 플라스틱 제로' 목표를 위해 이같은 정책을 더욱 강화할 방침입니다. 순환경제법을 공동발의한 집권여당 르네상스의 베호닉 히오통(Veronique Riotton) 하원의원은 지난달 26일 팔레 부르봉(하원)에 위치한 자신의 의원실에서 기자와 만나 향후 정책 방침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자신이 가져온 용기나 종이봉투에 물건을 담아가는 '벌크타입(bulk type)'의 시행이 강화될 겁니다. 2030년까지 400㎡(121평) 이상 규모의 슈퍼마켓들은 그 공간 중 최소한 20%를 '벌크타입'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신선 야채나 과일뿐만 아니라 전체 상품에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의식적으로 플라스틱을 더 소비하지 않게 되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파리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제로 시티'에 대한 공감대가 개인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명제가 도시를 휘감고 있고, 플라스틱 포장의 대안이 어디든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히오통 의원은 순환경제법과 관련해 "생산자, 지자체, 소비자들 모두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 교민은 "최근 파리의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 중인 아이템 중 하나가 고체형 샴푸"라며 "그런 식으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자는 생각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의 10월 넷째주 플라스틱 배출 목록에 '육류 포장재'가 빠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곳 슈퍼마켓에는 한국과 같은 방식의 플라스틱 포장 육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든 슈퍼 내 정육점에 원하는 고기 부위를 요청해 '종이'로 포장해 갈 수 있더라고요. 잘 못하는 프랑스어와 손짓 발짓을 동원할 용기를 냈고, 그렇게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직접 구매해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피했습니다.
쥬스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재활용 용기를 활용해, 마트에서 과일을 직접 짜먹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소비 방식이 제법 어색하지 않게 됐습니다. 생수가 아닌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파리지앵과 파리지앤느들도 많다고들 하는데, 이를 그대로 따른다면 생수병조차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생수병이 '쓰레기' 신세를 벗어날 날도 다가옵니다. 독일·노르웨이 등에서 시행 중인 플라스틱병 보증금제가 프랑스에서 시작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빈 플라스틱병에 값을 매겨 회수할 수 있게 되면 '플라스틱병 100% 재자원화' 목표가 가시권에 들게 됩니다. 플라스틱병 자체가 '돈'이자 '재활용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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