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9개' 한국처럼 마트서 장 봤는데…플라스틱 쓰레기 확 줄었네

파리=최경민 기자 2022. 11.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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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다이어리] 1. 플라스틱 제로 시티-①플라스틱이 사라진다

[편집자주]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10월 셋째주(위)와 넷째주(아래) 3인 가족이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절대적인 양이 줄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감소하고 있다./최경민 기자

#. 생수병 3개, 쥬스병 2개, 우유병 1개, 요거트 용기 4개, 테이크아웃용 리조또 케이스 2개, 육류 포장재 3개,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샴푸 샘플 용기 1개.(10월 셋째주, 17~23일)

#. 생수병 3개, 쥬스병 1개, 아이스크림통 1개, 요거트용기 4개.(10월 넷째주, 24~30일)

10월부터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거주하기 시작한 기자의 가족(3인)이 2주 동안 집에서 소비한 플라스틱의 양입니다. 프랑스는 204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 배출을 목표로 국민의 소비 패턴을 바꾸기 위해 팔을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이 정책 효과를 직접 체험해본 결과를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봤습니다.
'플라스틱' 탈출한 과일과 채소
우선 절대적인 플라스틱 배출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실시하는 아파트 분리수거 때마다 죄책감이 들 정도로 많은 플라스틱을 배출했습니다. 작은 박스로 1개는 기본에 2~3개까지 플라스틱이 나왔었습니다. 그게 이제 큰 종이 쇼핑백 안에 다 들어갈 정도로 줄어든 것이죠.

2020년 발효된 '낭비방지 순환경제법'(Loi anti-gaspillage pour une economie circulaire, 이하 순환경제법) 이후 프랑스에 불기 시작한 변화를 느낍니다. 이 법에 따라 올해부터 프랑스 정부는 1.5kg 미만 단위의 신선한 과일 및 야채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판매된 과일과 채소의 약 37%가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채 판매됐다고 합니다. 이 법으로 인해 연간 10억개 이상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프랑스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파리 마트(왼쪽)와 한국 마트의 '기본값'. 파리에는 순환경제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과일·야채 포장에 플라스틱을 활용한 경우가 일부 있다. 한국 마트 역시 손님이 직접 포장할 수 있는 벌크형 매대가 있다. 하지만 파리 마트의 기본값이 '벌크형'이고, 한국 마트의 기본값이 '플라스틱'이라는 점은 명백한 차이점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런 벌크형 매대의 비중을 마트 면적의 2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최경민 기자

실제 파리의 동네 슈퍼나 대형마트를 가서 야채와 과일을 사보면 '플라스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트에 입장하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매대가 있고, 여기에 토마토·양파·감자 등 채소부터 사과·배·오렌지 등 과일까지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 이것을 종이봉투에 담아가 계산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의 슈퍼와 마트에도 이같은 시스템은 있으나, 기본적으로 '비닐'이 활용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일회용 비닐백 생산 및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비닐백을 구경하기 힘든 곳이 파리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마트에는 과일·채소 대다수가 플라스틱에 담겨있는 게 사실입니다. 예컨대 같은 방울토마토라도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 종이백에 담겨있고, 한국은 플라스틱에 포장이 돼 있습니다. 기본값이 프랑스는 '종이'고, 한국은 '플라스틱'인 셈입니다.

파리의 대형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종이백에 담긴 방울토마토(왼쪽)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서울의 방울토마토./사진=최경민 기자
파리(왼쪽)와 서울에서의 야채 구매. 서울에서는 '플라스틱 용기'를 피해도 '비닐 포장'을 피할 길이 없다./사진=최경민 기자

프랑스 정부는 '2040년 플라스틱 제로' 목표를 위해 이같은 정책을 더욱 강화할 방침입니다. 순환경제법을 공동발의한 집권여당 르네상스의 베호닉 히오통(Veronique Riotton) 하원의원은 지난달 26일 팔레 부르봉(하원)에 위치한 자신의 의원실에서 기자와 만나 향후 정책 방침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자신이 가져온 용기나 종이봉투에 물건을 담아가는 '벌크타입(bulk type)'의 시행이 강화될 겁니다. 2030년까지 400㎡(121평) 이상 규모의 슈퍼마켓들은 그 공간 중 최소한 20%를 '벌크타입'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신선 야채나 과일뿐만 아니라 전체 상품에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이런 조치는 각종 공산품 포장에 있어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됨을 의미합니다. 곽미성 코트라(KOTRA) 파리무역관은 "2030년까지 전체 진열 공간의 20% 이상을 리필 내지 소비자가 가져오는 용기에 따라 판매하는 형식으로 꾸민다는 것"이라며 "화장품 등의 제품 생산군은 이러한 규제에 발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플라스틱 제로 시티'로 달려가는 파리
파리에서의 소비에 있어서 또 하나 특징이 있다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이 오히려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10월 셋째주보다 넷째주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줄어든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11월 들어서는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플라스틱을 더 소비하지 않게 되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파리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제로 시티'에 대한 공감대가 개인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명제가 도시를 휘감고 있고, 플라스틱 포장의 대안이 어디든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베호닉 히오통 프랑스 하원의원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파리 팔레 부르봉에 위치한 자신의 의원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히오통 의원은 순환경제법과 관련해 "생산자, 지자체, 소비자들 모두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 교민은 "최근 파리의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 중인 아이템 중 하나가 고체형 샴푸"라며 "그런 식으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자는 생각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의 10월 넷째주 플라스틱 배출 목록에 '육류 포장재'가 빠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곳 슈퍼마켓에는 한국과 같은 방식의 플라스틱 포장 육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든 슈퍼 내 정육점에 원하는 고기 부위를 요청해 '종이'로 포장해 갈 수 있더라고요. 잘 못하는 프랑스어와 손짓 발짓을 동원할 용기를 냈고, 그렇게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직접 구매해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피했습니다.

파리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플라스틱 포장'을 피해 육류를 구매할 수 있다. /사진=최경민 기자

쥬스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재활용 용기를 활용해, 마트에서 과일을 직접 짜먹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소비 방식이 제법 어색하지 않게 됐습니다. 생수가 아닌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파리지앵과 파리지앤느들도 많다고들 하는데, 이를 그대로 따른다면 생수병조차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생수병이 '쓰레기' 신세를 벗어날 날도 다가옵니다. 독일·노르웨이 등에서 시행 중인 플라스틱병 보증금제가 프랑스에서 시작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빈 플라스틱병에 값을 매겨 회수할 수 있게 되면 '플라스틱병 100% 재자원화' 목표가 가시권에 들게 됩니다. 플라스틱병 자체가 '돈'이자 '재활용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순환경제법 발의에 있어 일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순환경제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l'Economie Circulaire)의 위고 콘즐만(Hugo Conzelmann) 연구원은 지난달 25일 파리 떵플가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현재 폐플라스틱병 수거율은 50%밖에 안 된다. 현행법상 이 수치가 2023년말까지 75%가 안 되면 플라스틱병 보증금제가 시행된다"며 "모든 플라스틱병을 수거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위고 콘즐만 순환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3구 땅플가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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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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