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안전한 도시"…이란인 희생자는 늘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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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며 한국을 좋아했던 이란인 A(36·남), 고국보다 한국에서 자유롭다던 이란인 B(31·여)는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변을 당했다.
A와 B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수문기상 및 물순환 연구실' 학생으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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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늘 서울이 안전해서 좋다고. 삶의 질이 높다고 그랬는데."(A·B의 친구)
"B는자유로운 나라라고 한국 자체를 좋아했어요."(A·B의 지도교수)
안전하다며 한국을 좋아했던 이란인 A(36·남), 고국보다 한국에서 자유롭다던 이란인 B(31·여)는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변을 당했다.
A와 B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수문기상 및 물순환 연구실' 학생으로 있었다. A는 2개월차, B는 1년2개월차 대학원생이었다. 이들은 연구실과 기숙사를 오가며 하루 일정의 대부분을 학교 근처에서 보냈다. 식사도 기숙사 식당에서 대부분 해결하고 때때로 인근 패스트푸드점에 가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이들에게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일상과 다른 신기한 한국 문화였다. 하지만 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다고 느꼈던 서울의 한복판 이태원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일 이태원에는 이들을 포함해 14명의 이란인이 함께 있었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인파에 휩쓸려 잠깐 흩어지기로 했고 이중 해밀톤호텔 옆길을 택했던 A·B를 포함해 4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A는 서울에 산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A의 친구인 이란인 메흐타시(Mehrtash)는 "A는 늘 서울이 안전하고 좋다. 이곳에서의 삶의 질이 높다고 했다"며 "A는 어떻게든 나보다 서울이라는 도시와 한국이라는 나라를 더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해서 내가 '오 마이 갓, 너 여기서 지낸 지 두 달밖에 안 됐잖아'라고 농담하고는 했다"고 밝혔다.
연구실에서 A는 컴퓨터 기술자로 통했을 뿐 아니라 붙임성까지 좋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꼽혔다. 대학원 생활은 두 달 차인데도 금세 학생들과 친해져 쉬는 시간 "담배 피우러 가자"고 먼저 말을 꺼내는 학생이었다. A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같이 공부했던 한국인 학생들은 그가 좋아했던 종류의 담배를 대신 피우며 A를 그렸다.
B는 다른 이유로 한국을 좋아했다. 연구실 지도교수 전창현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B가 한국을 자유의 나라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B는 주말마다 한국에 사는 다른 이란인들과 경복궁 등 서울의 주요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일이 취미였다.
B는 A보다 조용했지만 똑부러졌다. 하루는 전 교수가 B의 과제를 지적하자 B는 밤을 꼴딱 새워 이 과제를 고쳐왔다. 전 교수는 "B가 굉장히 자기 색깔이 확실한 친구여서 '이게 잘 발현만 되면 완전히 최고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는 수자원분야 최상위 학술지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Journal of Hydrology'에 제1저자로 쓴 논문 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박사과정 3학기 학생 가운데서는 이른 행보다.
전 교수는 타지에서 온 이들의 보호자기도 했지만 CCTV(폐쇄회로TV)를 기반으로 한 재난예측을 연구하는 재난 전문가다. 그렇기에 전 교수는 이번 참사가 더욱 안타깝다. 전 교수는 "CCTV 기반으로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온 인원이 증가하는 기울기(델타 값)만 봐도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예측됐던 것 아닌가 하고 사고 직후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A·B 등 친구 사이 4명과 다른 이란인 1명이 이태원 참사에 희생됐다. 싸늘한 주검이 된 이들은 5일 오전 0시25분 고국으로 출발했다. 이들의 유품은 주한 이란대사관이 고인의 친구 등을 통해 고국의 유족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란인 희생자 5명의 부고는 지난달 30일 오후12시24분(현지시간) 이란의 뉴스 통신사 'Tasnim News Agency'에 실렸지만 대사관이 전달한 이름만 공개됐을 뿐 정확한 사정은 기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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