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의 이해 못 할 행보...책임 회피에 추모 강요 '논란'
[앵커]
경찰 지휘부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 전후 대응을 두고 서울 용산구청도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구청장이 참사 직전 현장 주변을 지나고도 책임 언급은 없었고, 되레 애도 차원에서 아이들 돌봄 수업을 중단한다고 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지역에선 구청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참사 직전까지 서울 용산구청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주최자가 없으니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로 여겼습니다.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인 만큼 인파가 많이 몰릴 거라고 예상하고도, 정작 안전 인력은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 : 저희가 주관해서 하는 행사는 아니니까, 자생적으로 발생한 거니까 직원들이 질서유지 요원으로 동원되지는 않았어요.]
참사 발생 18시간 뒤에 나온 박희영 구청장의 첫 공식 입장에서 사과의 메시지가 빠져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으로 읽힙니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며, "핼러윈 행사는 지역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던 언론 인터뷰는 더 노골적이었습니다.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은 자신의 고향이자 용산구 자매도시인 경남 의령군 축제에 초청받았다며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귀갓길에 참사 현장과 직선거리로 백여 미터 떨어진 자택 앞 거리를 두 차례 지나가기도 했지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112엔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었습니다.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 : 이게 개인적인 그런 (일정인) 거라서 알 수가 없습니다. (공식) 참사 보고 접수가 언제냐,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로는 (밤 10시) 53분입니다.]
참사 사흘 만에야 관내 참담한 사고에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박 구청장은 뒤늦게 행사나 축제 장소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전담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임 언급은 없었고, 연말까지 구청 차원에서 자체 애도 기간을 갖겠다며 애꿎은 산하기관의 돌봄 수업 중단을 권고했다가 주민들의 항의를 받고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 키우는 부모 : 애도를 강요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불쾌하긴 했어요. 그리고 사전에 협의하거나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 형태였잖아요.]
용산구청 온라인 게시판에는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주민들의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같은 수사기관엔 박 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고발장이 여러 건 접수됐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YTN 나혜인 (nahi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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